새를 보는 탐조인들에게는 보통 새이름을 가지고 있는 것이 문화 중에 하나이다. 필자 역시 새이름을 가지고 있다. 탐조를 시작하고 100종을 보면 새명식을 갇고 이름을 하사받는다. 거창한 의식은 아니지만 새명은 탐조를 꾸준히 하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
필자는 갈색얼가니새를 받았다. 아열대 해역에 분포하는 새이며 영명 'Booby'에서 얼가니라는 새라는 이름이 붙었다. 2001년 가거도, 2012년 해운대, 2006년과 2013년, 2014년 제주도에서 발견된 기록이 있은 이후 기록이 없다가 최근 2020년 태풍 마이삭으로 제주도에서, 2023년 10월 마라도에서 확인된 적이 있다. 진정 보기 어려운 국내에선 미조(길잃은새)이다.
필자가 가장 충격적으로 기억하는 갈색얼가니새의 장면은 2017년 2월 방송된 SBS 예능 프로그램 <정글의 법칙>에서 맨손으로 새를 사냥했던 새가 갈색얼가니새였던 기억이다. 태평양 바다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던 새여서 사냥이 가능했겠지만 '바다오리'라며 잡아먹는 장면은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30년 이상 새를 본 필자는 한 번도 보지도 못했던 새다. 바다를 근간으로 살아가기 때문에 더욱 보기 힘들다. 그런데 2024년 10월 구좌읍행원리 바닷가에서 휴식과 비행을 취하는 갈색얼가니새를 오승목씨가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아열대 조류이기 때문에 국내에는 극히 드문 미조(길일은 새)인 갈색얼가니새가 자주 보이는 것은 마냥 좋은 일은 아니다. 기후위기가 빨라지고 있는 증거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최근 더 자주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기후위기 때문인 셈이다. 언젠가 바닷가에서 갈색얼가니새를 만나는 꿈을 꿔보기도 한다. 내륙에 살고 있는 필자가 볼 수 있는 순간이 되면 바로 그때는 기후위기가 걷잡을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을 나타내는 지표가 될 것이라서 두렵기도 하다. 갈색얼가니새 보지 않아도 되니 기후위기 지표종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