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 "말하신 대로 황당무계한 안전상태라면 홍수 한번만 나면 떠내려간다. 저 회사 망한다."
박유진 : "그 회사가 망하건 말건 그게 중요하나. 중요한 건..."
오 : "헤아려서 들어야죠! 저 회사가 망할 정도의 사안인데 소홀히 하겠냐는 뜻이다."
박 : "아니다. 더 중요한 건 서울시의 책임이다."
오 : "그러니깐 (미래한강본부장에게) 안전성에 대한 보완장치가 뭐가 있는지 들어보시라. 왜 일방적으로 얘기하고 몇 분 안 남겨서 본부장을 부르나?"
오세훈 서울시장이 19일 서울시의회 327회 시정질문에서 박유진 서울시의원(더불어민주당·은평3)과 목소리를 높이면서 설전을 벌였다. 여의도 선착장 조성 및 운영 사업 관련 특혜 논란에 대해서였다.
박 의원은 해당 사업이 300억 원 규모의 민자 사업인데, 사실상 사전 합의가 의심되는 공모 절차를 거쳤고, 사업 협약 후 14일 내에 끊어야 하는 '사업이행보증보험(사업자가 정해진 기간 내에 사업을 중단해버리는 상황을 대비해 받는 보험성 금액)'도 1년 5개월 뒤에야 끊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당초 약정했던 준공기한도 5차례에 걸쳐 10개월이나 늦었는데 서울시는 단 한번 연장사유를 묻는 공문을 보내는 등 이해하지 못할 행정지도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자신이 지난 9월 보도자료나 5분 발언 등을 통해 지적한 해당 사업 관련 문제점들에 대해 서울시에서 '거짓 해명'을 하고 있다고도 질타했다.
하지만 오 시장은 "박 의원님께 퇴로를 열어드리겠다. 처음부터 헛다리를 짚으셨다"고 맞받았다. 처음부터 해당 사업자가 여의도 선착장 조성 및 운영사업을 제안했던 것이고 그것이 시의 행정목적에 부합해서 단순히 허용해줬을 뿐이란 설명이었다. 서울시의 돈이 투입되는 것도 아니고, 준공기한이 늘어나는 것도 해당 사업자의 부담일 뿐인데 박 의원을 비롯한 야당은 무슨 특혜가 있다고 오해를 한다는 주장이었다.
"사업 늦어져도 저 민간 회사가 급한 일, 왜 의원님이 걱정하시나"
오세훈 시장은 "하나하나 따지면 말하신 것들이 상황상 다 맞는 얘기"라면서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그는 구체적으로 "한강 위가 저렇게 적막강산인 걸 고쳐보자고 '한강버스' 사업도 하잖나. 배를 띄우겠단 사업자를 더 많이 모집해서 한강을 활용한단 행정목적을 세웠는데 (여의도 선착장 조성을 허용해주면 배를 더 띄우겠단) 이 분의 제안이 부합했던 것"이라며 "저 회사가 자금여력이 부족하다, 공기가 늦어졌다, 이런 건 전부 그 회사가 다급할 일이다"고 했다.
오 시장은 오히려 "저는 박 의원님을 정말 아낀다. 더 이상 오버하지 마시라"고도 했다. "사업구조를 이해하면 된다. 자금 조달 책임이 저 회사에 있다. 사업이 늦어지는 것도 저 회사가 급한 일인데 왜 의원님이 걱정 하시나"라고 되물었다.
박 의원은 이에 "저는 행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말하는 것"이라고 맞받았다. 그러면서 "300억 이상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서울시 사업 중 사업이행보증보험을 1년 5개월 뒤에 끊은 건 이 사업이 유일하다"면서 재차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오 시장은 "의원님이 거세게 문제제기를 하고 언론보도도 나와서 제가 '데블스 에드버킷(The Devil's Advocate. 의도적으로 반대 입장을 취하면서 선의의 비판자 역할을 함)' 입장에서 미래한강본부장에게 하나하나 따져 물어봤다. 큰 전제가 달라지면 모든 판단이 달라지는 것"이라고 맞섰다.
목소리도 점차 높아졌다. 박 의원이 "여의도선착장은 왜 다른 한강사업들처럼 20~30년 운영 후 기부채납 받는 방식을 택하지 않았냐"고 따졌을 땐, 오 시장은 "그게 아니다. 이와 유사한 선착장을 만든 충주호라든가 의암호라든가. (선착장에) 기부채납을 받은 사례가 없다"고 맞섰다. 박 의원이 "(서울시가 아닌) 민간에서 돈을 쓰는 것이니 우리는 알 바 아니라는 건가"라고 물었을 땐, "제가 그렇게 말한 적 없다"며 "사업기간이 늘어지더라도 민간사업자가 손해를 보는데 우리가 감독할 필요까진 없다는 뜻"이라고 반박했다.
"의원님만 못 알아들으셨지 지켜보는 분들은 다 이해한 듯 하다", "(예로 드신) MBC 보도에 대해서는 어제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를 신청했다고 한다" 등 박 의원 발언에 즉각 대꾸하기도 했다.
"반칙했다 생각한다... 이런 식의 회의운영 공평하지 않아"
오세훈 시장은 뒤이은 김형재 서울시의원(국민의힘·강남2) 시정질문 땐 관련 발언시간을 얻어서 "요즘 들어 민주당 시의원들이 흠집을 내는데 집착하시기 시작한 것 같다"고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박유진 의원님 질문은 동기는 순수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뒷배경을 파악해보니 동업자 간 알력이 생겼다. 소수 지분을 갖고 있던 동업자가 야당에 투서를 한 것인데 그러다보니 야당 의원 입장에선 덜컥 의심이 생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의원도) 마음 속으론 충분히 이해하셨다고 생각한다. 누차 찾아뵙고 설명을 드렸다니깐"이라며 "박 의원이 말하신 것처럼 총체적 부실에 문제투성이 사업이라면 민주당의 해당 상임위원들은 왜 가만히 계시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에 민주당 시의원 일부는 목소리를 높여서 항의했다. 그러나 오 시장은 해당 사업에 대한 서울시 차원의 감사를 이미 진행했고 그 결과를 시의회와 공유하겠다면서 "저는 박유진 의원님이 반칙하셨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방적으로 준비한 거는 다 말해놓고 8분을 남기고 (미래한강)본부장을 불렀다. 그나마 (본인이) 시간의 반을 쓰시고"라며 "충분히 답변할 시간을 주지 않으면 지켜보시는 시민들은 오해한다. 이런 식의 회의 운영은 공평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