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2024년 11월 현재, 제가 사는 경남 한 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직을 맡고 있습니다.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에 제가 출마했던 이유는 이렇습니다.
이전 입주자대표회의분들이 입주민분들과 소통을 제대로 하지 않고 여러 사업을 강행하셔서 입주민분들과 불필요한 갈등을 빚는 일들을 보며, 아파트가 조금 더 민주적으로 운영되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을 맡은 뒤 지난 11월 16일 토요일, 이 아파트에서는 4년 만에 프리마켓이 다시 열렸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끊겨 있던 행사였습니다.
입주민 간의 소통과 화합을 원하는 6기 입주자대표회의 동대표님들은 '가고파 프리마켓' 대표님과 사전에 만나 행사에 대해 논의했습니다(4년 전 함께 했던 이들이었습니다). 그런데 프리마켓 대표님 철학과 입주자대표회의의 의견이 일치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것은 프리마켓이 '단지 물건을 사고, 파는 시장이 아니라 함께의 의미, 만남의 장소, 입주민들 소통의 장소가 되면 좋겠다'라는 것이었습니다. 해서 무조건 많은 상점을 들이는 것보다 상생과 내실을 기하자는 얘기가 공감을 얻었습니다.
아파트 주변 상권과 겹치지 않는 물품으로 구성할 것, 아이들이 신나게 놀 수 있는 거리가 있을 것, 시장보다는 행사의 의미도 가질 것을 목적으로 준비했습니다.
이날 '가고파 프리마켓' 대표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이익만을 위해 마켓을 준비하지 않습니다. 여러 사람들을 섭외하여 입주민들께서 좀 더 쾌적하게, 함께 누릴 수 있는 자리를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해서 매 장터마다 입주민분들이 무료로 즐기실 것들을 준비합니다. 물건만 사는 것이 아니라 같이 이날을 함께 즐기시면 좋겠다는 것이 저의 기본 취지입니다."
준비 기간은 촉박했지만, 대표님을 믿고 행사를 준비했습니다.
작은 행사, 큰 행복
드디어 11월 18일이 되었고 오전 11시에 장터가 열렸습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시작되었습니다. 아파트 중앙 분수대 옆에 어마어마한 크기의 에어바운스가 설치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신나서 몰려들었고 물었습니다.
"이거 타려면 얼마예요?"
"진동(동네이름)에 사는 아이들은 공짜입니다!"
"우와!!!!"
아이들은 신나 했고 줄을 서서 5분씩 신나게 뛰었습니다. 말이 진동에 사는 아이들이 공짜였지 사실 모든 아이들이 공짜였습니다. 동대표님들과 아파트 주민분들이 자발적으로 아이들 안전 지도를 했습니다. 아이들은 줄을 잘 섰고 시간을 잘 지켰습니다.
"놀이기구를 탈 때 나쁜 말을 한다거나 친구들과 싸우면 다음엔 못 탑니다."
"네! 네! 선생님!"
아이들은 기쁜 목소리로 답했습니다.
에어바운스 앞에 줄 선 아이들. 아이들을 데리고 나오신 입주민분 표정도 밝았습니다. 오래간만에 뵙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오가며 나누는 인사가 정겨웠습니다.
"아이고 잘 지내셨습니까?"
"네 대표님, 덕분에 아파트 장터가 열리니 참 좋아요. 아이들도 좋아하네요."
"네 다행입니다. 건강 잘 챙기시고요."
전문 셀러분들 뿐 아니라 입주민분께서도 작은 벼룩시장을 여신 분들도 계셨습니다. '아나바다'나 '벼룩시장' 참여를 원하시는 분은 누구든 나오셔서 하시면 된다고 사전에 알린 상태였습니다.
아파트 행사였지만 실제론 근처 동네에 사시는, 아파트 입주민이 아니신 분들도 많이 오셨습니다. 모두를 환영했습니다. 작은 행사로 동네 분이 모두 유쾌해진다면 이 또한 좋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날 행사가 끝난 후, 동대표님들은 자발적으로 모여 행사장 쓰레기를 다시 한번 주웠습니다. 피곤하실 텐데도 나오셔서 쓰레기를 같이 줍는 동대표님들이 든든하고 고마웠습니다.
4년 만에 다시 열린 프리마켓은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이 곳 제가 사는 아파트에선 매달 1회씩 프리마켓이 열릴 예정입니다. 행사가 끝나고 지난 19일 저녁에 동대표님들과 '가고파 프리마켓' 대표님들(부부이십니다)이 다시 만났습니다. 첫 행사 후기를 나누고 다음 행사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마켓 대표님도 만족하셨고, 이번 행사 덕분에 다른 아파트에서도 제안이 들어왔다며 고마워하셨습니다. 저희도 고마움을 표했습니다. 입주민들을 배려해 주셔서 고마웠고, 다음 행사도 기대한다고 답했습니다.
아쉬웠던 점도 솔직하게 나누어 다음 행사 때 반영하기로 했습니다. 입주자대표회의(입대의)와 마켓 대표님이 갑과 을의 관계가 아닌 동반자 관계로 나누는 대화 순간은 평화로웠습니다.
사는 사람도, 일하는 사람도 만족할 수 있는 아파트 되기를
이제 입주자대표회의 임기가 시작된 지 한 달 정도 되었습니다. 저는 회장직을 맡으며 입주민분들께 약속드린 것이 있습니다. 거창한 동대표가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다만 직원분들 고용승계와 안전한 일터보장을 약속했습니다. 입주민분들의 화합과 쉼터를 약속했습니다. 우리 아이들을 함께 건강히 키우자고 약속했습니다.
최근엔 아파트에서 일하시는 분들 고충에 대한 기사를 접했습니다. 입주민분의 갑질에 고통받는 경비분들 기사였습니다. 관리소 직원분들은 입주민들을 위해 일하시는 분들입니다. 충분히 쾌적하고 안전한 일터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아파트가 잠만 자는 곳이 아닌 재충전할 수 있고 이웃들과 나누며 즐겁게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저 또한 관리비를 1원이라도 아끼려고 애쓰는 입주자대표회의가 아닌, 관리비를 제대로 입주민분들께 환원할 수 있는 입대의가 되려고 노력합니다.
여기서 사는 분들도, 일하시는 분들도 만족할 수 있는 아파트가 되기를 바랍니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고 어르신들도 쾌적하게 생활할 수 있는 아파트가 되기를 바랍니다. 입대의는 이걸 위해 있으며 이런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 집, 내 가족도 중요하지만 같은 공간을 사용해야 하는 아파트입주민이라면 '함께'의 가치도 알면 더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프리마켓이라는 자리를 통해 입주민분들이 모여 인사하고 아이들 노는 것을 같이 보는 정겨운 아파트가 되기를 바랍니다. 벌써 12월 프리마켓 행사가 기다려집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블로그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