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가 공공기관 혁신을 위한 순회 간담회를 추진하면서 기관과 직원들의 질문을 제한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간담회 담당 부서가 산하 기관 직원들의 입을 막고 다른 기관의 간담회를 품평하는 등 시대와 동떨어진 소통이라는 지적이다.
20일 <오마이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시는 올해 2월부터 현재까지 시 산하 29개 공공기관 중 16개 기관을 돌며 '강기정 시장 현장 방문 간담회'를 진행했다.
강 시장과 직원들이 같은 눈높이에서 공공기관 혁신 등을 주제로 서슴없는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이 과정에서 광주시가 공공기관에 보낸 '○○○기관 시장님 현장 방문 관련'이라는 제목의 업무 연락 내용이 문제가 되고 있다.
시는 한 공공기관 간담회에 앞서 광주FC, 무등산, 육아 관련 이야기를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이야기'라고 주의를 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또 증원과 보수, 청사 이전 등 건의 사항은 행사가 끝난 뒤 별도로 취합해 보고한다며, 행사장에서 '절대' 언급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강 시장이 답변하기 어려운 '사전 검토 안 된 내용'도 해서는 안 되는 질문으로 제한했다.
대신 이야기가 끊기고 분위기가 어색해질 때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역할을 하도록 '숨은 사회자 2명을 지정할 것'을 요구했다.
'숨은 사회자'는 '위트와 돌발 상황(대처), 센스에 능통한 자'라는 설명을 붙였다.
이에 대해 조선익 참여자치21 공동대표는 "말을 못 하게 하는 것은 기본권 침해이자 민주주의 원칙에 반하는 행위"라며 "혁신하기 위해서는 열린 마음으로 서로 소통하며 발전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특정 주제를 이야기하지 못하게, 가이드를 잡는 건 혁신이라는 키워드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광주시 '시장님 챙기기' 도를 넘었다
일각에선 '시장님 챙기기'가 도를 넘었다며 이문혜 전략추진단장의 업무 스타일을 문제 삼고 있다.
이 같은 업무 내용을 해당 공공기관이 광주전략추진단 측에서 전달받은 것으로 전해지면서다.
이 단장은 강 시장이 발탁한 광주시 최초의 여성 비서관으로, 지난해 선임비서관으로 승진한 뒤 전략추진단장 자리까지 오른 강 시장 최측근 인사로 분류된다.
실제 업무 연락에는 '시장님 커피 안 드심, 따뜻한 레몬티 정도 준비', '시장님과 함께하는 퍼포먼스(이벤트) 준비, 너무 길거나 지루해지지 않게'라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다른 기관에서 열렸던 간담회를 언급하며 '현장 대화 안 좋았던 예시'라고 품평하기도 했다.
B 기관 '주로 업무보고 진행, 시장님이 모르는 내용', C 기관 '전체적으로 무거웠고, 퍼포먼스가 길고 지루했음, 질문에 대해 시장님 당황하심' 등을 지적사항으로 전달했다.
광주시 산하 한 공공기관장은 "다수의 공공기관장이 비슷한 업무 연락을 받았고, 이 단장의 직접적인 업무지시 방식에 부당함을 느끼고 있다"며 "업무 과정에서 '광주'는 빠지고 오로지 '시장님'만 내세우려다 보니 무리수를 두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공기관장은 "시장님의 임기가 반환점을 돌면서 공직사회 안팎 측근들의 조바심도 커지고 있는 것 같다"며 "민주화의 길을 걸어온 시장님 밑에서 관치시대보다 못한 일방통행식 행정은 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문혜 광주전략추진단장은 "(직원에게 물어보니) 간담회 초창기에는 진행 방식을 몰라서 (기관에) 안내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또 시장님이 가는데 이상한 말이 들리고, 소문으로 들리면 안 되니까 저희가 (일부) 금지시켰다. 저희만 하는 게 아니라 관리 부서도 개입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관이 행사 준비에 대해 문의하면 참고하라고 보낼 수 있지 않느냐"며 "이걸 과도한 통제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조금 과장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