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내려놓은 MBC 기자들, "김장겸 일파의 뉴스 장악에 종지부 찍겠다"

MBC 취재기자들이 '김장겸 체제 아래 제작 자율성 침해와 조직파괴'를 규탄하며 제작거부를 선언했다.

11일 오전 MBC 취재기자 81명은 서울 상암동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영방송 저널리즘’의 복원을 요구하며 제작 중단 사실을 발표했다. 이들은 사측의 ‘부당 보도개입’ 행태가 계속되자 전날 긴급총회를 소집, 이날 오전 8시부터 제작 중단에 돌입하기로 만장일치 의결했다.

평일 오후 4시에 방영되는 프로그램 ‘뉴스 M’의 담당PD를 맡고 있는 윤효정 기자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정부 비판 뉴스는 모두 삭제됐고 유가족인 김영오 씨의 단식농성에 대해 비난하는 내용을 내보내라는 지시도 있었다”며 “급기야 어제는 ’MBC 영상기자 블랙리스트’에 관한 제작물을 내보내지 못하도록 방송 직전에 담당 부장이 해당 제작물의 테이프를 빼앗아 가서 기존 분량보다 5분이 단축되는 만행이 일어났다”고 폭로했다.

또한 결의문을 낭독한 이정신 기자는 “왜곡과 편파로 점철된 김장겸 일파의 뉴스 장악에 종지부를 찍고, MBC를 다시 국민의 품으로 되돌리기 위한 험난하지만 정의로운 여정에 보도국 기자들이 앞장 설 것”이라고 외쳤다.

그러나 사측은 ‘공정방송’을 요구하는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시용기자를 채용해 빈 자리를 채우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날 기자들의 회견이 있기 전날 MBC는 홈페이지에 ‘취재기자 공개채용’ 공고를 낸 상태다.

이에 대해 왕종명 MBC 기자협회장은 “회사 내 제작 거부 움직임이 거센 들불처럼 번지고 있지만, 경영진은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고민하지 않고 대체 인력 채용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번 제작중단은 끝이 아닌 시작”이라며 “김장겸 체제를 몰아내기 위해 투쟁하고 동시에 MBC뉴스 재건을 위한 프로젝트를 가동하겠다”며 ‘MBC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강조했다.

MBC 구성원들의 제작 거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21일 ‘PD수첩’ 제작진은 윗선의 제작 자율성 침해를 참다못해 제작중단에 돌입했고, 이어서 ‘시사매거진 2580’을 비롯한 시사제작국 기자·PD들이 제작 중단에 동참했다. 이후 사측이 영상기자 65명에 대한 성향분석표를 제작해 평가와 승진, 인력 배치에 반영했다는 ‘MBC 블랙리스트’가 폭로되면서 MBC 영상기자회가 지난 9일부터 제작 중단에 돌입한 상태다. 같은 날 콘텐츠제작국 PD들도 제작 자율성을 쟁취하기 위해 제작거부를 선언했다.

(영상취재: 안정호, 조민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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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웅 | 2017.08.1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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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구실하려고 애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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