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얼굴을 보고 싶다, 잠든 그들의 눈꺼풀 위로 어른거리고 싶다, 꿈속으로 불쑥 들어가고 싶다, 그 이마, 그 눈꺼풀들을 밤새 건너다니며 어른거리고 싶다. 그들이 악몽 속에서 피 흐르는 내 눈을 볼 때까지. 내 목소리를 들을 때까지. 왜 나를 쐈지, 왜 나를 죽였지.
- 한강 ‘소년이 온다’(창비) 57~58p
소설 속에서 계엄군이 쏜 총에 맞아 희생된 중학생 ‘정대’가 원혼이 되어 뱉은 말입니다. 소설은 소설일 뿐이라지만, 배경이 된 1980년 광주의 5월은 참혹스러운 현실이었고, 38년째가 되는 오늘에도 수많은 ‘정대’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오마이TV가 5.18 광주민주화운동 38주년 하루 전날 최종책임자 전두환씨의 집을 빙 둘러 보며 당시 참상을 입체적으로 그린 소설 ‘소년이 온다’의 문장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저택을 둘러싼 높은 벽과 경호 초소가 설치된 골목 입구, 양심을 저버린 채 굳게 닫힌 대문을 따라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말을 띄웁니다.
(취재: 김종훈 김혜주 조민웅 기자 / 영상: 조민웅 기자 / 자막출처: 한강 ‘소년이 온다’)
ⓒ조민웅 | 2018.05.17 21: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