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진짜 수달 발자국이 있어요?"
22명의 수녀들이 천진난만한 아이처럼 놀란 표정을 하면서 강변으로 모여들었다. 모래톱 위에 남겨진 야생의 흔적. 다섯 발가락 끝에 콕 찍힌 날카로운 발톱은 분명 수달이다. 멸종위기종 1급 야생생물이자 천연기념물 330호이다. 고라니도 군데군데 검은콩 같은 똥을 한 무더기씩 싸놓았다. 바로 앞쪽 모래강에선 멸종위기종 1급 어류인 흰수마자와 미호종개가 산다.
"미호강과 금강이 만나는 세종의 합강습지는 야생의 공간입니다. 세종이 도시화되면서 살 곳을 잃은 야생생물들이 쫓겨 온 마지막 피난처이기도 하죠. 사람들에게도 이롭습니다. 습지로 들어올 때 보셨듯이 경관부터 끝내줍니다. 또 미호강과 금강의 오폐수를 깨끗이 정화하는 자연 콩팥입니다. 홍수 때에는 스펀지처럼 물을 흡수하고 가뭄에는 물을 내어줍니다."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지난 21일 세종의 합강습지 모래톱 위에 둘러선 수녀들 앞에서 합강습지의 생태적 가치를 설명했다. 이 처장은 특히 "환경부와 세종시는 6km 하류에 세종보를 세우려고 하는 데, 그러면 이곳은 펄이 차서 생태적 가치를 상실하게 될 것"이라면서 "농업용수, 공업용수로도 사용하지 않는데, 단지 대관람차를 설치하고 오리 배 몇 개 띄우겠다고 세종보를 담수하려하고 있다"고 합강습지가 처한 위기 상황을 설명했다.
이날 합강습지를 방문한 수녀들은 한국순교복자수녀회 소속 회원들이다. '찬미 받으소서 7년 여정'의 3년차 활동의 일환으로 합강습지를 둘러본 뒤, 지난 4월 30일부터 175일째 세종보 담수를 막기 위해 풍찬노숙을 하고 있는 세종보 농성장에서 미사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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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 2024.10.23 1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