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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암의 발생가능성이 높은 질환의 환자를 적절히 관리하지 않아 사망한 경우 의사의 책임을 묻는 재판결과가 나왔다.
13일 서울지법 민사합의 15부(재판장 김선중 부장판사)는 간암으로 사망한 이모씨가 유족이 서울 중랑구 K의원 의사 김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만성 간염을 앓은 경험이 있는 환자가 피고의 처방에도 호전되지 않았다면 당연히 간암을 의심하고 정밀검사를 하거나 스스로 정확한 진단을 하기 어렵다면 상급 병원에 가서 정밀진단을 받도록 권유했어야 했다. 그러나 피고가 이런 의무를 소홀히 해 간암의 조기 발견과 적절한 치료를 받아 볼 기회를 상실하게 한 과실이 인정된다" 며 의사에게 4천만원을 배상하도록 판결한 것이다.
이씨는 1995년 10월부터 30여 차례 K의원을 찾아가 초음파와 간기능 검사 등을 받았으나 간암을 발견하지 못했으며, 97년 4월 종합병원에서 간암 4기 판정을 받고 같은 해 11월 숨졌다.
다른 암과 다르게 간암은 대부분 만성간염을 거쳐 발생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70% 정도가 B형간염으로부터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만성간염을 진단받은 환자는 3-6개월 간격으로 초음파와 간암표지자 검사(알파태아단백)를 시행해서 간암의 발생을 조기에 발견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숙련도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초음파의 경우 0.5-1cm 미만의 암을 발견하기 어려운 것으로 되어 있고, 알파태아단백의 경우도 모든 간암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간암의 경우 진행속도가 빠르고 증상이 별로 없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진단시 이미 상당히 진행되어 있는 경우가 흔하다. 그래서 일정간격의 검사를 권하고 있는 것이다.
이 사건의 피고인 의사 김씨가 '간암의 왕국'인 우리나라에서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일반인도 알 수 있는 이러한 원칙을 몰랐을까?
알고도 권하거나 시행하지 않았다면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그리고 의사들이 병의 발생이나 경과, 예후에 대해서 환자들에게 충분히 교육하고 인식시키려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우리의 1차 의료현실은 환자들에게 여유있게 설명하고 교육할 여건이 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그 결과이겠지만, 환자들은 당장의 효과나 괴로움이 없으면 멀쩡한 상태에서 비용들여 이검사 저검사 시행받으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주위의 비정상적인 정보에 더 솔깃해한다. 그러다 큰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시기를 놓치는 것이다.
전 국민의 3% 이상이 B형간염 보균자인 우리나라에서, 의사가 환자들의 질병을 지속적으로 경과, 관찰해주고 적절하게 조치해 줄 수 있는 의료환경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또다른 이씨와 김씨는 생겨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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