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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천년의 마지막 해를 접는 1999년 12월 20일, 아시아에서 마지막 남은 서구의 조차지인 마카오(중국명 아오먼, 澳門)에서는 실로 뜻깊은 행사가 벌어졌다.

1987년에 있었던 '중국-포르투갈 마카오반환협정'의 약속에 따라 442년간 마카오를 점령·지배해온 포르투갈이 그동안의 영욕을 마감하고 아시아에서의 근거지에서 철수를 했던 것이었다. 포르투갈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짭짤한 세수원 하나를 떨어져 나가는 아쉬움이 있었겠지만, 반환되는 마카오를 맞이하는 중국의 입장에서는 깊은 감회가 만감하는 자리였다.

지난 한 세기 반여 동안의 서구 제국주의국가들에게 당한 마지막 치욕의 찌꺼기를 씻는 중요한 행사였기 때문이다. 새벽 12시 정각에 치러진 반환식 석상에서 중국 국가주석 장쩌민(江澤民)은 특유의 리드미컬하고 힘있는 연설로, "모친 품에 되돌아온 마카오의 앞날은 오직 번영만이 있을 것이다"라는 확신에 찬 말들을 이어나갔다.

그의 자신감에 찬 모습에 중국 전역에서 벌어진 반환축하식장에 참여한 수많은 중국 인민들은 환호하였고 거대한 중화문화권을 복원한 자부심에 차 있었다.

중국에게 있어 지난 한 세기여 동안은 상황은 어떠하였는가? 그야말로 꿈에도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은 치욕과 울분의 나날이라 할 수 있었다.

19세기 서세동점의 상황 아래에서 아시아의 지배질서를 받쳐온 거대한 두 제국 청(淸, 중국)과 무굴제국(인도)은 서구 제국주의의 거센 도전 앞에서 반식민지의 나락으로 빠져들어갔다.

특히 기원전 221년 진시황(秦始皇)의 천하통일 이후 근 2000년 동안 분열과 통일을 되풀이하면서도 굳건히 아시아의 패자 자리를 지켜온 중국은 한때 유럽인들에게 황화(黃禍)의 두려움까지 일으켰던 이미지와는 달리 서구 제국의 드센 침략에 중화제국은 지지멸렬한 모습으로 쇠퇴하게 된다.

1840년 일어난 제1차 아편전쟁 이후 보여준 청제국의 무력함과 노쇠함은 호시탐탐 중국 진출을 노려왔던 서구 제국주의국가들에게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되어 거칠 것 없이 중국을 사사오분했다.

이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의 중화질서를 받쳐왔던 중국은 1894년 청일전쟁 때 그들이 오랫동안 야만인으로 여겨 깔보았던 신제국주의국가 일본에게까지 지고 반식민지에 상태로 접어들어 20세기를 맞이했던 것이다.

그로부터 100년 ―1997년 홍콩의 반환에 이어 지난 해 마카오까지 되찾은 중국은 지금 현재 정치-외교 강국에서 경제-생활 강국으로 발돋움하면서, 21세기 미국에 대적할 수 있는 유일한 새 패권국으로 환태탈골하고 있다.

근 백여년 동안 잊혀졌던 중화사상을 다시 고취하면서 새로운 민족주의의 기운이 사회 곳곳에 꿈틀대고 있다. 해방 후 지난 50년 동안 미국의 영향력에서 성장한 우리에게 주변에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중국을 과연 우리는 어떻게 맞이해야 할 것인가?

20세 이상의 대한민국 성인 가운데 둘중 한 사람은 중국에 다녀왔다는 우리가 진정 우리는 이 나라를 이해하고 있는 것인가? IMF구제금융체제의 수렁 속에 빠진 우리에게 지난 2년 동안 무역수지 흑자의 일등공신 노릇을 한 떠오르는 금노따지 중화경제권(Chinese Economic Area)시장의 현황을 우리는 얼마나 파악하고 있는가?

새 세기를 시작하는 첫 해에 <오마이뉴스>의 연중기획 '21세기의 새로운 패권국, 중국'은 이같은 물음을 화두로 두고, 급격한 변혁의 흐름 한가운데 놓인 중국의 구조적 면모를 우리 시각에서 조명하고자 한다.

제1부 "우리에게 다시 치욕이란 낱말은 없다"는 정치 분야에서 문화-예술에 이르기까지 변화하는 중국의 모습을 생생히 전하고, 제2부 "서부대개발에 21세기의 희망을 건다"에서는 근래 들어 중국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해 나가는 중서부 내륙개발의 현황을 내륙 중심지에서 탐구해 나갈 것이며, 제3부 "한국인은 진정 중국-중국인을 이해하고 있는가"에서는 한국인이 중국에 가지고 있는 편견과 선입견을 기본축으로 해서 중국을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한 길은 모색해 나갈 예정이다.

작년 11월 15일에 미국-중국 사이에 이루어진 'WTO(세계무역기구)가입을 위한 미-중 쌍무협정'의 타결 이후 중국의 WTO 가입을 위한 여정은 이제 막바지에 이르렀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에게 중국의 세계무역체제 진입은 거센 도전이자 중국시장에로의 진입 기회라 할 수 있다.

경제에 있어서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의 주변에 중국과 같은 거대신흥시장(The Big Emerging Markets)이 존재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신의 축복이다.

근래 IT산업의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다시 불어닥치고 있는 중국투자의 열풍을 우리는 어떻게 이전과 같이 손해를 보지 않고 수익으로 남길 수 있을 것인가? 중국의 WTO 가입에 따른 세계무역질서의 변화와 제2의 중국 투자붐은 21세기를 여는 우리의 새로운 화두이다.

덧붙이는 글 | * 다음 기사 예고
- 2000년 4월 15일
- 제1부 1편 - 견고한 강택민 집권체제와 공산당 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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