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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함께 한 영세 봉제공장을 하는 서아무개 씨는 유혹에 시달리고 있다.
한 대형백화점의 유명브랜드 매장을 운영하는 친구로부터 가짜 유명메이커 옷을 만들어 달라는 제의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의류업계에서 시다로 재단사로 수 없는 실패를 겪으며 젊은 날을 묻어 온 그에게는 다시 한 번 일어설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는 일이지만, 관행처럼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도 엄연한 불법이기에 일단 거절은 했지만….
그가 얘기하는 우리 의류업계의 현실은 이렇다.
봉제, 의류제조업이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내다버린 산업이 되어버린 지 오래지만 그래도 아직은 우리가 세계에 내세울만한 것이 의류라는데, 몇 백원 짜리 중국옷들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그나마 영세업체들이 차지할 내수시장을 덮쳐버렸다.
살아 남는 길은 일본의 유행을 그대로 베끼며 일본업계의 경기에 기대는 것이다. 그나마 일본 경기의 호황기에 수출이라도 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다행이다. 그래봤자 일년에 6,7개월 일하고 벌어서 나머지 5,6개월의 불황기를 버티며 까먹는 일의 반복이다.
대다수의 영세업체들은 불황기에는 문을 닫는다. 아니면 ‘가짜의 세계’에 뛰어들든지.
하루 밤사이 수천만원을 챙길 수 있는 그 세계는 이렇게 이루어진다.
유명메이커 매장을 가진 사람들은 대개 영세 의류제조업자들을 잘 안다. 그 바닥에서 성공한 사람이니까.
기껏해야 2,3만원의 비용으로 수 십만원 짜리 유명메이커 옷을 만들어 내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의류제작에서 상표등록이 아닌 특허가 존재할 수 없는 것도, 옷을 만들어 본 사람이라면 물건만 보면 특별한 기술 없이도 쉽게 똑같이 만들 수 있기 때문이란다.
그렇게 ‘하룻밤 사이 몇 백 벌 꿰매’ 주면, 한벌 당 7,8만원에 사간다. 거기에 술 값으로 몇 십만원 씩 더 얹어준다. 그래도 손해볼 것이 없으니까. 매장에 걸리면 수 십만원에 팔릴 옷들 아닌가.
500벌이면 제조업자는 2500만원을 하룻밤 사이 번다. 매장 운영자, 소위 ‘점장’은 메이커회사의 옷은 재고로 반품해서 회사로부터 원금을 회수하고, 원가 2,3만원의 가짜 메이커를 수 십만원에 판다. 때로는 엄청난 할인으로 소비자에게 서비스도 해가면서.
물론 유명메이커 옷이 가짜보다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더 좋은 원단을 쓰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 비싼 품값, 디자인, 광고비, 접대비 등등이 옷 가격에 포함되다 보니, 생산원가가 2,3만원 짜리가 7,8만원이 된다는 것이다.
유명메이커 회사에서 재단사로 직장생활도 했던 서씨는 우리나라에서 정치인들 비리를 가지고 뭐라고들 하지만 기업과 관련된 부정과 비리에 비하면 상대도 안된다며 손을 내저었다.
자식들은 커가는데, 휴일도 없이 부인까지 공장일에 매달리면서도 언제나 돈에 쪼들려 사는 그에게, ‘그래도 자존심을 지키고 떳떳하게 살아야죠’ 라는 말을 차마 할 수가 없었다.
그는 핸드폰을 가지고 다니지만 한번도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어본 적이 없다고 한다. 그 뚝심을 믿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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