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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 SOFA개정 국민행동' 대표 5인과 청와대 황원탁 외교안보수석이 면담을 하고 있던 5월 18일 오후 5시, 미 대사관 측은 문을 굳게 걸어 잠궜다.

국내외 시민단체 관계자는 미 대사관에 면담을 신청, 승락을 받고 찾아갔으나 미 대사관은 갑자기 면담을 거부했다.

이천재(71, 전국연합 공동의장), 노수희(58, 전국연합 공동의장), 오병윤(44, 전국연합 자주통일위원장), 정기열(49, 자주민주통일미주연합 자주통일위원장, 교포), 정유미(40, 자주민주통일미주연합 국제부장, 교포), 브라이언 윌슨(58, 평화를 애호하는 재향군인회), 더드리 그리스월드(64, International Action Center 공동대표) 8인은 소파개정과 양민학살 진상규명에 대한 미 대사관 측과의 면담을 위해 세종로 미대사관에 갔으나 면담은 이뤄지지 못했다.

면담을 시도하던 이들은 경찰에 의해 대사관 밖 50여미터지점 종로구청 앞까지 강제로 밀려났다. 경찰은 때마침 주변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던 학생들이 미대사관으로 접근하는 것도 막았다. 면담 시도자들은 "미 대사관 정치담당 관계자와 오후 4시에 면담 약속이 되어 있었으며 이미 방문단의 명단까지 전달한 상태"라고 말했다.

미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 정기열씨는 "방문단이 도착하자 갑작스럽게 미 대사관측이 면담을 거절했다"며 "거절이유로 방문단에 한국인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과 예전에 학생들이 대사관을 점거농성한 경우를 들었다"라고 말했다. 매향리 사격장 폭격연습과정에서 미군이 우라늄탄 을 사용했다는 사실을 지적했던 브라이언 윌슨씨는 "조국으로부터 강간당한 기분"이라며 심경을 토로했다.

한편 오후 2시30분 종묘공원에서 열린 '5·18 광주민중항쟁 정신계승과 미군 양민학살 진상규명 및 SOFA 전면개정 촉구를 위한 범국민 결의대회'를 마치고 대사관으로 가던 국민행동 회원과 대학생 등 200여명은 종로구청 앞에서 경찰과 장시 충돌했으나 큰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관련기사 : 사진으로보는 미 대사관 항의방문

오마이뉴스는 이번 면담시도와 시위에 참여한 두 미국인을 인터뷰했다.

먼저 시위에 참가하느라 불편한 자세로 땅에 앉아있던 Deirdre Grieswold (64) 씨와의 인터뷰 내용.

- 한국에는 어떻게 오게 되었나?
"National Alliance for Democracy and Reunification of Korea(NADRK: 민주주의 민족통일 전국연합)에서 초대를 했다. 10명이 한국에 왔다."

- 원래 한국을 위해 일하고 있나?
"Internatonal Action center (국제활동센터) 의 U.S Troops Out of Korea Comittee(미군 한국 철수위원회)에서 일하고 있다."

- 그럼 직업이 위원회 위원인가?
"미국에 건너 온 아시아 이민자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게 직업이고 위원회일을 병행하고 있다."

- 한국에는 며칠 있었으며 그 동안 어디를 갔었나?
"일주일 정도 머무르면서, 노근리와 매향리 등을 방문했다."

- 무엇을 느꼈는가?
"너무 끔찍하다. 미군이 한국에서 이렇게까지 끔찍하게 행동할 줄 몰랐다.
미군과 미국은 한국에게 사죄해야 한다. 독일도 세계 여러나라에 세계대전에 대한 사죄를 몇십년 전에 했다. "

- 예를 들자면?
"위원회에서 보고 들을 것은 그냥 이론적이고 간접적이었다. 하지만 한국에 와서 실체를 보았다. 미군들이 평화로운 땅에 군대를 주둔시키면서, 한국인들의 평화를 앗아갔다. 노근리에서 지금 살고 있어야 할 사람들이 지금 흙 아래에서 잠자고 있으며, 매향리에서 주민들은 정상적인 생활(normal life)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시끄럽고 오염된 삶을 영위하고 있다.
나의 국가가 이런 일을 벌이고 있었고, 또 그러한 일들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비밀로 지켜졌다는 것이 크게 유감이다."

- 그 외에 한국에서 직접 본 것은 무엇이 있나?
"미군들이 공공연하게 한국여인들을 강간하고 살인하는 것을 들었다. 너무나 끔찍한 일이다. 나라의 명예를 걸고 남의 나라에 와서 일하는 사람들이 약한 여자를 건드린다는 것, 그것은 인류의 평화 및 안전을 지킨다는 군인들이 할 행동이 못된다."

- 오늘 어떻게 시위에 참가하게 되었나?
"사실 오늘 미국대사관의 정치담당관(Political Director of American Ambassy)인 데이빗 스트라우브(David Straub) 씨와 4시에 만나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다. 우리는 앞으로 미군주둔의 방향을 모색하고자 하는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했었다. 우리는 교통체증으로 조금 늦었다. 대사관 앞으로 가려고 하니 경찰이 막았다. 영문을 몰라 대사관으로 전화했더니 데이빗의 비서가 '만날 수 없다' 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다시 한번 전화를 했다. 이번에는 대리보좌관(Personal Deputy)인 조 얀(Jo Yan) 씨가 받았다. 데이빗을 바꿔달라고 하자, 자신에게 말하라면서, 오늘 만남은 취소되었다며 일방적인 해명을 했다. 나는 그에게 나, 미국인도 한국인을 위해 일하는데, 보아하니 한국인으로 보이는 당신은 겉모습만 한국인이고 속은 미국인이다."라고 말했다. 제발 이야기할 누군가를 정문 앞으로 보내달라고 부탁했으나, 그는 "NO!" 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바로 앞에서 시위대를 만났다. 시위에 참가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 왜 오늘 약속이 일방적으로 취소되었다고 생각하나?
"미국은 모든 나라를 속여왔다. 하지만, 이제 모든 비리가 세상에 드러났다. 한국인들을 비롯 모든 세계인들이 이제 지쳤다. 미국의 일방적인 행동과 범죄, 만행에 우리 모두 수수방관할 수 없다. 아마 내 생각엔 미국측이나 미군측에서 대사관에 압력을 행사한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미 예정된 약속이 일방적으로 취소될 수가 없다."

- 한국인들이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나?
"당장 미군들을 내보낼 수는 없다.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집회도 갖고, 상부층 사람들과 시민의 만남도 갖고 노력해야 한다. 또한 아름다운 환경을 되살리기 위해서 전국에 도사린 위험들과 비밀들을 밝혀내는데 힘써야 할 것이다. 나는 한국에 또 올 것이다. 하지만 미국에 돌아가서도 한국을 위해 일 할 것이다."

다음은 매향리에서 미공군이 우라늄탄을 사용한 것을 처음으로 한국언론에 알린 미국인Brian Willson(58) 과의 인터뷰.

- 노근리나 매향리 사건을 어떻게 보는가?
"미국이 지나가는 곳에는 언제나 비밀이 생긴다. 작든 크든, 저마다, 고장마다의 그 비밀들이 하나 둘씩 벗겨지고 있다."

- 매향리에서 미공군이 우라늄탄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언론에 알렸는데
"그렇다. 말도 안되는 일이다. 미군부대 옆에, 우라늄탄을 사용하고 있는 곳 옆에, 마을 주민들이 살고 있다. 이런 일은 미국에서는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다. 미군은 반드시 물러나야 하며, 한국을 포함한 온 세계 사람들에게 사죄해야 한다."

- 당신의 나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배반감을 느낀다. 나는 몸속,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강간을 당했다. 그 상처는 너무도 크다. 그리고 날 강간한 것은 바로 나의 조국이다."

- 한국인들에게 할 말이 있다면?
"일단 내가 미국을 대표할 수 있다면, 참 미안하고 유감이다. 한국인들은 미군의 만행을 반대하고 비판하는 협회나 모임을 계속 만들어 나가야 하며, 반드시 미군을 내보내야 한다. 반드시."

- 하지만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다르다. 국토가 분단되어 있어, 미군을 내보낼 수는 없다는 입장이 강하게 남아 있다.
"그 생각부터가 잘못되었다. 자기 나라를 황폐화시킨 나라에게서 보호받을 것을 원하는가?
미군은 철수되어야 하며, 한국인들도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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