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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모 방송국에서 한 배우의 수중분만 과정을 보도하면서 세상에 널리 알려진 수중분만은 이제 서울, 부천, 성남, 군포, 청주, 대전 등 10여 곳의 산부인과와 조산원에서 시행하고 있을 정도로 확산되고 있다.
물론 수중분만이 가장 선진적이고 가장 안전한 자연분만 방법은 아니다. 그러나 그동안 너무나 당연하게 일률적으로 시행되어 왔던 ‘분만대에서의 분만’에서 분만방법 조차도 산모나 가족이 선택 가능한 영역이 되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변화인 것만은 틀림없다.
사람은 물 속에서 이완감(relaxation) 및 편안함(comfort)을 느끼는데, 그 이유는 누구나 태아시절에 자궁안의 물(양수) 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이라고 생각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수중분만은 고대부터 시작되었다는 기록들이 있다.
현대에 첫 기록된 수중분만은 1803년 프랑스에서였고, 1989년도에는 세계의 수중분만전문가들이 모여 "수중분만 규약"을 만들어 공표하였다. 1991년 - 1993년 사이에 전세계적으로 약 1만 례 이상의 수중분만이 있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는 통계자료도 있다.
국내에서는 ‘말’지에 소개된 바 있듯이, 은혜산부인과에서 99년 9월 최초의 수중분만이 있었으며, 일반에 소개된 것은 앞서의 방송 이후였지만, 대한태교연구회(회장 한양의대 산부인과 박문일 교수) 등에서는 작년부터 이 주제를 정식으로 다루어 왔다.
수중분만은 다음과 같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1. 감각자극이 감소되어, 신체가 이완 될 뿐 아니라 정신도 편안해진다.
2. 물 자체가 가지고 있는 진통 억제 효과 (analgesic effect of water)를 이용할 수 있다.
3. 물속에서는 분만에 대한 두려움 또는 거부감이 감소되어 분만과정에 대한 관심, 및 이해도가 증가한다.
4. 진통 및 분만 시간 감소에 기여한다. 그 이유는 임산부가 아기를 낳기 가장 편리하고 이상적이라고 알려져 있는 쪼그리고 앉는 자세를 하기 편하기 때문이다.
6. 스트레스 관련 호르몬 분비가 감소하여 혈압 상승도 억제된다.
7. 기존 분만 방법에서 사용되었던 조작들이 불필요한데, 특히 회음절개술이 필요없다. 그 이유는 물속에서는 회음부의 탄성(elasticity)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8. 모체-신생아간의 유대가 증가한다. 분만시 엄마의 편안한 정서가 신생아에게로 전이되기 때문이다.
9. 분만시의 신생아측 입장에서는
1) 급격한 환경 변화가 없는, 즉 따듯한 물에서 따듯한 물속으로의 여행이다.
2) 물은 소리나 빛 등의 외부적 충격을 완화시켜준다.
3) 엄마와의 피부접촉도 수분 때문에 더욱 부드러워 진다.
그러나 태아의 감염 위험성이 수중분만의 대표적인 단점으로 얘기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태아의 감염사례가 보고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수중분만을 활발히 시행하고 있는 유럽에서는 감염의 위험은 철저한 준비로 막을 수 있으며, 다른 분만 방법과 비교해서 감염율에 차이가 없었다는 보고들도 있다.
얼마 전 우리나라의 제왕절개율이 40%에 이른다는 한 발표가 있었다. 미국의 25%, 영국의 12%에 비해 이렇게 제왕절개율이 지나치게 높은 것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정상분만의 수가가 낮고, 의료사고 분쟁시에 불리하기 때문에 의사들이 제왕절개를 선호하게 되고, 자연히 사회적으로도 이런 경향성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모들이 수중분만과 같은 분만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확산되고 보편화된다면 높은 제왕절개율을 낮추는데도 한 몫을 할 것이다. 물론 의료보험등에서 법적으로 이를 뒷받침해 주는 것을 전제로.
아직도 많은 산부인과 의사들은 수중분만에 소극적이다. 앞서 지적한 것처럼 보험수가나 의료사고의 문제도 있지만, 학문적으로 더 나은 방법이라는 분명한 확신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산모를 진통에서부터 분만을 할 때까지 남편과 가족들로부터 격리하고, 아이가 태어나도 말 한 마디 건넬 여유없이 또다시 아이와 격리시키는 현대적인 병원의 분만과정이 많은 잘못될 수 있는 산모와 아이를 구하지만, 한편으로 더 많은 아이들과 엄마는 보다 인간적이고 따뜻할 수 있는 탄생의 순간을 빼앗기고 있음을 생각해 봐야 한다.
의학적인 것과 인간적인 것이 항상 일치할 수 없고, 구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생명이라도 놓칠 수 없는 것이 의사의 입장이지만, 나는 우리 둘째에게 뱃속에서의 열 달 뿐만 아니라 태어나는 순간에 조차도 인간답게 대접받을 권리를 지켜주고 싶은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분만예정일은 2주 정도 남았습니다. 분만전후 소식도 올릴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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