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이텔 불교동호회(bud) 명등계에서는 2000년 6월 3일부터 4일까지 경남 하동군 화개면 운수리에 자리한 곳에서 손수 차를 만들어보는 제다행사를 가졌다.
광주에선 하루 한 번 있는 쌍계사행을 타거나 30분 간격으로 배차되는 구례행 버스를 타고 구례에서 쌍계사에 이르기까지 1시간 10여분이 걸린다. 거기서 10여분 걸어올라가면 작은 다리를 건너 높은 지리산 자락 (효월말로는 1000m가 넘어도 거기선 앞산이라고 불린단다.)
아래 작업장과 그가 운영하는 청미래가 있다.
처음 가는 모임이라 설레이는 마음으로 길을 나섰는 데 일기예보에서 저녁 즈음 비가 내릴거라는 소식에 차잎을 어떻게 따지 내심 고민을 했다. 12시 35분에 광주를 출발 우리는 3시에야 효월을 만날 수 있었다.
미리 문자 메세지를 넣고 간 지라 작업장에서 반가히 맞아주시는 효월님. 으잉? 법명에서 풍기는 연륜은 어디가고 텁텁한 머리칼과 몸매무새에서 옆집 오빠와 같은 분위기를 찾을 수 있었다.
효월이 사용하는 부산사투리를 듣지 않았다면 그 곳이 경상도 지역인 것을 모를 정도로 남도의 차향이 느긋하게 느껴지는 곳이었다.
주위는 차밭으로 둘러싸인 산자락과 비가 올 것만 같은 짙은 회색빛 하늘. 먼저 저녁에 차 작업을 할 작업장을 쓸고 닦는 효월님께 몇 가지 질문을 하였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효월님은 이 차 만드는 일을 얼마나 해오셨나요?
- 11년 되었습니다.
차를 만드는 데 결정적인 계기를 만들어준 일이 있었습니까?
- 아니요 그냥 군대 막 다녀와서 차가 좋아서 시작했습니다. 그냥 차가 좋아서......
이 곳에서 만들어지는 효월님의 차는 생산량이 얼마나 됩니까? 괜찮다면 가격도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 뭐 몇 만평되지요. 보통 4월 중순에서 5월말 정도되면 다 끝납니다. 가격이요? 가격은 무지 쌉니다. 주로 스님들이 잡수는 차라서 사실 일반인들에겐 별로 돌아가질 않지요. 음...우전이 오만원, 세작 삼만원, 중작 만팔천원, 대작 만원 이렇습니다. 하지만 차가 나오자마자 다 나가버려서 어떨 땐 제가 다시 사겠다고 조금만 돌려달라고 해도 안줍니다. 허허
아아..손으로 만든 차인데도 가격이 많이 쌉니다.
이 차를 스님이 많이 찾으시는 이유라도 있습니까?
- 이유라기보다 다른 차에 비해 순합니다. 부드럽지요. 다른 차들은 여러번 우려내다보면 그 색이 빨리 변화되고 맛도 달라집니다. 하지만 효월차는 오래도록 같은 색을 유지하면서 좋은 맛을 내주지요. 그래서 더 많이 찾는 것 같습니다. 위에 올라가서 차방에서 차를 마셔
보면 알 겁니다. 올라가시죠.
작업장 정리를 그의 수제자와 끝내고 그가 운영하는 청미래라는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여느 찻집처럼 다기와 차와 그림 등이 몇 점 보이고 널다란 곳이 참 편안함을 주었다.
피곤한 나그네의 시름을 거기서 풀어 놓고 있노라면 시간이 무섭지 않을 곳이었다. 한 쪽에선 몇 님들이 차를 마시면서 소담을 즐겼고 우린 자리에 앉아 그가 앞산이라 부르는 산에 눈을 잠시 쉬고 있었다.
오늘 손수 차를 만들어보는 체험을 하게 되는 데요. 이런 행사는 매 해 있습니까?
- 네 벌써 몇 년 째 해오는 행사입니다. 사실 우리 차 만들어내기도 많이 바쁘지만 불자들이 차를 만들어보면서 시중에 나와 있는 차들이 얼마나 힘들게 만들어지는 지 체험할 수 있고 차에 대한 사랑으로 더욱 중하게 차를 여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은 받지 못하고 미리 예약을 하게 합니다. 차가 나는 시기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4월엔 안받고 5,6월은 매 주 실습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주로 어디에 차가 많고 좋습니까?
- 여기 말고 화엄사 쪽, 순천, 금산사 쪽이 좋습니다. 특히 이 곳은 섬진강이 있어서 그 곳에서 피어나는 안개와 겨울이어도 얼지않고 따듯하며 기온 차가 심합니다. 그리고 바위산이 많아 물이 잘 빠집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차가 자라기 좋은 적합한 곳이죠.
요즘 인스턴트 차나 커피를 일반인들이 즐겨하는 반면에 녹차를 즐겨 마시는 님들은 그리 많지 않은 실정입니다. 왜 차 보급이 어렵다고 생각합니까?
- 저도 생활차로서 녹차가 많이 보급되었으면 합니다. 안타깝지요. 사실 마시는 방법이 너무 어렵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고 갖춰야할 다기 등등 여러 원인이 있겠지요.
실습생 중 가장 어린 실습생은 몇 살 정도였나요?
- 유치원생이었습니다. 어른들보다 차를 좋아하고 잘 마십니다. 늘 선생님과 마셔본 아이들은 비비기정도는 잘 합니다. 그리고 차를 다룰 줄도 알구요.
말씀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저녁 실습 때 또 뵙겠습니다.
- 예. 차 마십시다. 우리 차 맛 있습니다. 허허
이거 기사에 나오면 아는 스님들께 야단 맞는다면서 걱정하는 효월의 모습에서 아이처럼 순한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다른 일행보다 3시간 먼저 도착하여 텁텁하고 서글서글한 부산사람인 효월님과 대화를 나누고 나니 목이 말랐다. 옆에서 소담하던 님들이 차 값은 놔두라고 하니 너무 좋아하며 길을 떠난다.
|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