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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산고 끝에 만들어진 방송법이 올해 초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법을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얼마 전 언론개혁시민연대 방송개혁특위위원장으로 임명된 전북대 김승수 교수를 만나 우리 방송의 문제점 등을 들어 봤다.

언론개혁시민연대 방송개혁특위는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

"주로 방송사의 독립성 추구와 시민의 권리 확보를 위해 '운동'차원에서 법과 제도를 개선하는 곳이다. 특히 방송법 개정과 방송사 인허가 문제, 위성방송 인허가 문제에 있어서 정책의 문제점은 없는 지 비판과 대안제시를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

우리 방송이 법과 제도적인 면에서 디지털·위성방송 시대를 앞두고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우리 방송의 대표적인 문제는 무엇인가?

"우리 방송이 물량적으로는 많은 성장을 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외형적 성장만큼의 가치를 해내지 못하고 있다. 방송독립성면에서 상당히 미흡하고 이에 따라 공정성도 문제가 있다. 특히 지나친 시청률 경쟁으로 편성의 다양성이 위협받아 문화주체성이 희미해지고 외국의 것을 모방하고 표절하는 등 건강한 대중문화가 침해당하고 있다. 독자적인 방송문화와 민족주체 문화가 없는 것이 문제라고 본다."

그렇다면 방송개혁의 핵심은 무엇인가?

"방송관련 법을 민족적·합리적으로 재개정해야 한다. 특히 방송법 개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새로 담을 방송법에는 위성방송사업자 선정 등에서 공정하고 투명하게 감시할 수 있는 각종 규정이 필요하고 시청자참여프로도 진취적인 방법으로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들리는 바에 따르면 현재 방송사에서 시청자 참여 프로제작과 관련해 시민단체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있는데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 편성규약도 지금과 같은 사주 독점은 안된다. 사원들과 방송사가 편성을 공유한 상태에서 제작자가 일차적인 책임을 지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지난번 방송위원회가 KBS, EBS, MBC 등의 이사회·사장 등 경영진을 임명 및 추천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생겼다. 원인을 무엇으로 보나?

"방송독립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방송위원이 국민대표성과 독립성을 가져야 하지만 정권의 나눠먹기식 야합으로 독립적이지 못하게 구성돼서 정치권의 입김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 게 사실이다. 정치권이 방송을 휘두르려는 구태의연한 의식이 문제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방송법이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사선임 등에 마찰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통합방송법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방송위원과 일부 방송사 경영진의 경우 인사 청문회 등의 검증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정부·여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만약 인사청문회 작업이 법 규정에 있었으면 이러한 문제를 일부나마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하나는 노조와 언론 시민단체와 학계의 감시가 소흘했던 것을 지적할 수 있다. 잘못된 이사선임은 정권과 방송위의 책임이지만 노조와 시민단체의 감시소홀에 대한 부분적 책임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방송3사의 경우 조직이 거대한 만큼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는데

"방송3사의 기능적 차별이 없다. 방송사별 차별성을 만들기 위해 이러한 문제를 법으로 못을 박아야 한다. 우리 방송은 독점 상태에서 위험부담을 갖지 않기 위해 상호모방, 유사경쟁을 하고 있어 기능이 비슷비슷하다. 방송사의 채널간 차별화를 시켜야 한다.

방송사 운영면에서는 오락 부분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시청률 경쟁에 밀려 스타시스템이 판을 쳐 결국 제작비가 상승해 제원의 다양성과 효율적 활용이 안되고 있다. 다큐와 소외계층, 교육 문제에 투자돼야 하지만 드라마와 쇼 오락에 집중 투자되는 것이 문제이다.

21세기 방송사는 다양한 컨텐츠를 제작하는 파워하우스가 되어야 한다. 행정과 관료체제로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인력구조도 개선해 외주를 늘리고 프로그램의 다양성을 지향하는 컨텐츠 중심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내년 하반기 본 방송 실시를 앞두고 위성방송 사업자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방송위의 위성방송 일정에 대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방송위원회의 위성방송 사업일정이 너무 빈약하다. 구체적이고 심도있는 연구와 조사를 통해 사업일정을 제시해야 하지만 막연한 지침에 불과해 문제가 많다."

방송위가 밝힌 위성방송 사업자 단일컨소시엄 방침에 대해 찬반 논란이 있는 데

"단일컨소시엄은 방개위의 합의사항이다. 그리고 우리의 현실에서는 불가피한 면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단일컨소시엄 방식에서 지배주주는 인정하돼 독점권은 인정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본다. 즉 독점을 방지하기 위해 지배주주는 공적자본이 주도하고 기타자본과 사적자본의 의견도 반영이 될 수 있도록 합리적인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어렵게 만들어진 통합방송법이 올 초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방송법을 다시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구체적으로 문제가 되는 부분은 어떤 것인가?

"시청자 주권이 강화됐고 편성규약 제정을 의무화하고 방송의 공적 책임을 강화하고 위성방송사업의 골간을 만든 것은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방송법에 방송독립성에 대한 구체적 장치가 없이 '선언'에 그쳐 결국 정치권이 방송정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빌미를 줬다.

노사공동으로 구성하는 편성위원회 구성 등의 규정이 없는 것도 문제이다. 또 소유와 경영, 편성을 동일선상에 두고 있기 때문에 힘의 논리에 의해 좌우될 소지가 충분하고 현재 그 문제점이 일부 나타나고 있다.

재원문제도 명확히 하지 못했다. 수신료를 재원으로 하는 KBS와 EBS의 경우 배분 내역을 명확히 해야 하지만 방송위에 위임해 역시 힘의 논리가 개입할 수 있게 했다. 또다른 하나는 매체 융합에 따른 규제장치도 부족하는 등 시장 형성의 틀도 만들지 못했다.

방송위의 기능에서 문광부와의 '합의' 범위를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해 놔서 정치권으로부터의 독립도 무색해졌다. 우리현실에서 방송위가 정부기관과 대등한 협의를 하기는 법이 규정하지 않는 한 현실적으로 힘들다. 법 자체가 법 조항과 목적, 이해 당사자에 의해 흔들려 일관성이 없다고 할 수 있다."

통합방송법이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은 채 시행된 원인이나 배경은 무엇인가?

"방송사 노조의 자사이기주의와 언론 시민단체간의 갈등도 문제점이 있는 방송법이 시행된 원인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5∼6년이 넘는 진통 끝에 통합방송법이 만들어졌지만 시간적 한계, 업계의 필요성 등으로 인해 불안정하게 개정된 것이다. 여기에다 정부와 여당이 방송을 장악하려는 의지를 버리지 않은 것도 이유이다."

언개련 방송개혁특위에서 방송법 재개정에 대한 계획은 있나?

"언개련 방송개혁특위는 위성방송 사업 감시역할과 함께 방송법 재개정 추진본부 역할을 할 것이다. 이를 위해 현행 방송법 문제조항에 대한 심도있는 연구와 각계 의견 수렴 작업을 곧 시작해야 한다. 시민단체와 학계 내에서 공통적으로 얘기되는 약 30가지 정도의 문제조항이 현재 거론되고 있다. 문제조항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에는 국민이 방송개혁에 관심갖을 수 있도록 국민의 뜻을 모아 직접 참여하는 방법을 만들어야 한다. 몇몇 학자나 시민단체 간부만이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참여해 방송개혁에 직접 개입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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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교육 공공성 강화, 대학 개혁을 위한 방안 등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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