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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네거리는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마치고 온 김대중 대통령을 환영하기 위해 나온 인파로 북적였다.

저녁 7시 14분 김대중 대통령을 채운 차가 광화문을 지나가자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김대중'을 연호하는 목소리, 목을 빼고 대통령의 모습을 보려고 앞으로 앞으로 나서려는 시민들. 광화문은 통일열기로 후끈했다.

교보문고에 왔다가 대통령이 평양에서 돌아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왔다는 명성여중 3학년 전지혜(16), 이진희(16), 이은형(16)씨는 한껏 들떠 있었다.
"김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수업 안하고 지켜봤어요. 그 장면을 보면서 어떤 친구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어요. 가슴이 벅차다나요"

3명의 여학생은 이구동성으로 김정일의 유머감각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무뚝뚝한 줄 알았는데 유머감각도 뛰어나고, 너무 친근했어요. 머지 않아 통일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10대들이 지켜본 '남북정상회담'과는 달리 고향이 황해도 서흥이라는 김아무개(65)씨는 "상당히 기쁘다"며 "한술에 배부르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북이 고향인 실향민들과 함께 나왔다는 김기덕(65) 황해도지사는 "대통령이 합의하고 돌아온 이산가족상봉에 실향민들은 벌써부터 한껏 들떠 있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평양을 방문하기 전까지 과연 합의를 통해 공동선언까지 끌어낼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다릅니다. 통일의 첫 걸음을 내딛었으니까요"

김기덕 황해도지사는 최근 2-3 일새 이북5도청 '이산가족 통합센터'에 실향민들이 몰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이산가족상봉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전했다.

광화문에 나온 인파 중에는 회사일을 마치고 나온 직장인들의 모습도 눈에 띠었다. 직장동료들과 함께 단체로 거금(?)을 들여 태극기를 구입했다는 윤여옥(31)씨는 "통일이 빨라지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며 "고위층의 제한된 만남이 아니라 민간의 다각적인 교류가 빠른 시일 안에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수많은 인파들 사이에 새천년민주당 김현미(38) 부대변인의 모습도 눈에 띠었다.
그는 개인적으로 "10년 가까이 모셔온 분이 역사적인 일을 수행했다는 것에 가슴이 벅차오른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지켜보면서 정치인에게 비젼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꼈어요. 김대통령의 일관된 꿈이 '통일'이었는데 어쨌든 그 작업을 이루기 위한 첫발을 내딛었잖아요.. 고난, 죽음의 위험을 넘어 통일에 다가간 김대통령의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다음은 광화문 세종로에 나와 있던 시민들과의 인터뷰이다.

박광원(70세)/통일민주협의회 회장

- 이번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여기 4시 30분부터 나와서 기다렸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우리 민족의 저력을 보여주었다. 우리는 일제에 대한 과거를 청산하지 못하였었다. 하지만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외세에 의존하지 않는 자주적능력으로 6·25전쟁의 아픔과 갈등을 이겨낼 것이다. 김정일위원장에 대해서 항상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번 회담을 통해서 아! 같은 민족이구나 하는 친밀감을 느꼈다."

정연주(27세)/회사원

-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느낌이 어떠했는가?

"지도자로서 갖출 것은 다 갖춘 것 같아보였다. 약간의 오버액션이 있었던 것도 같지만, 이번 회담을 위해 준비를 많이 한 것 같았다. 전체적으로 이번 회담은 가슴이 뭉클했다. 김정일 위원장 및 높은 사람만 방송에 나오고, 방문하는 곳도 평범한 곳이 아니어서 일반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는 알 수 없었던 것이 참 아쉽지만,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

시그니 리나트(Signe linart)/미국관광객

- 이번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한마디로 '원더풀'했다. 이번 회담이 한국인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깨달았으며, 빨리 통일이 되었으면 하고 바란다. 당장 통일은 어렵겠지만, 앞으로 50년 안으로는 가능하지 않을까?"

유종해(69세)/함경도 원산 명예시장

- 이번 남북정상회담이후로 어떤 변화가 있었나?

"이번 정상회담은 나에게 너무도 특별하다. 나는 북한의 원산에서 태어났고 14살에 월남했기 때문에 이런 날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너무 기분이 좋다. 이번 회담은 정말 대만족이었다. 김정일 위원장이 빨리 방한하기만을 고대하고 있다."

벤 잭슨(Ben Jackson 19세)/영국교환학생

- 광화문 세종로에 나온 이유가 있나?

"남북정상회담이 끝나고 김대중 대통령이 이곳을 지나간다기에 기다리고 있다. 김대통령의 행렬을 보게된다니 참 기분좋다."

- 남북한 관계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나?

"한국에 관심이 많아서 한국어를 배우려고 한국에 왔다. 북한에 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때문에 앞으로 어떤 일이 남북관계에 나타날지는 말하기 힘들지만, 북한은 경제적으로 남한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필요로 할 것 같다. 또 김정일 위원장은 그의 외교정책을 새롭게 확립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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