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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미니시리즈 <바보같은 사랑>(연출 표민수, 방송 월·화 밤 9시50분)은 흔히 말하는 '시청률'을 들이대면 별볼일 없는 드라마이다.

모두 20부작인 이 드라마는 18회까지 방송된 20일 현재 평균 시청률이 5%에 불과해 요즘 인기있는 KBS <태조왕건>이나 SBS <덕이>, 특히 같은 날 같은 시간대에 방송되는 MBC <허준>과 비교하면 초라하기까지하다.

그러나 <바보같은 사랑>에 대한 시청자와 언론의 반응 만큼은 '낮은 시청률'과는 전혀 거리가 멀다.

"오늘은 그들이 어떻게 살아갈까? 결말이 어떻게 될까? 궁금해 하면서도 이미 끝을 그릴 수 있는 것은 어쩌면 우리 모두가 닮은꼴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진실된 삶과 사랑의 이야기가 아름답고 가슴아프게 다가옵니다. 시청률에 사로잡혀 있는 현실에서 참된 이야기를 만들어가시는 분들께 박수를 보냅니다."

"<바보같은 사랑>은 달콤한 트렌디 드라마의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주인공들은 하나 같이 못나고 못배웠고 못벌고 못산다. 드라마는 그들의 감정과 일상을 돋보기를 들이대고 있는 듯 섬세하고 처절하리만큼 사실적으로 그려낸다."(문화일보)

우리 방송현실에서 '시청률'은 절대적이다. 겉으로는 '시청률에 집착하지 않겠다'고 말하지만 결국 프로그램을 평가하고 있는 잣대는 아직까지는 시청률이 지배한다.

더구나 얼마전부터는 시청률과 연계해 TV 광고료를 책정하는 제도가 도입돼 시청률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제작진에게는 무소불위의 권위로까지 비쳐진다.

다행히 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이 '질'까지 높다면 문제가 될 게 없지만 어디 그런가.

시청률은 아이러니하다. 방송초기에 시청자들의 채널을 고정시키며 인기가 높았던 프로그램들은 '그 놈의 시청률' 때문에 방송연장이라는 무리수를 둬 결국 시청자들의 비판을 받는 프로그램으로 전락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은 방송사의 무리수를 욕을 하면서도 그 프로그램에서 손을 놓지 못하고 있는 것 또한 시청률의 악순환이 낳는 우리의 현실이다.

가끔씩 정말로 괜찮은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프로그램이 시청률이 생각처럼 따라주지 않을 때면 좀처럼 보기 힘든 시간대로 옮겨 방송되거나 아니면 그냥 폐지되기 일쑤이다.

좋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PD나 제작진의 몫이지만 좋은 프로그램을 만나는 것은 채널권을 쥔 시청자의 몫이다.

<바보같은 사랑>은 다음주면 막을 내린다. 이제 2회가 남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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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교육 공공성 강화, 대학 개혁을 위한 방안 등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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