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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민족음악인협회 소속으로 줄곧 고단한 사람들의 일상과 희망을 진지한 언어로 노래해 온 작곡가 겸 가수 이지상이 그의 두번째 앨범 사람이 사는 마을2 - '내 상한 마음의 무지개'를 내놓았다.

대학 노래패 시절을 포함해서 조국과청춘, 노래마을, 민음협 등에서 음악활동을 해온 지 11년만에 그리고 그의 1집 '사람이 사는 마을'을 발표한 지 2년 만의 일이다.

그는 이미 한물간 음악이라는 포크의 저항과 시대정신을 아직까지 붙들고 있는 몇 안되는 음악인 중 하나이다. 지난 1집에서 '사이판에 가면', '철길' 등의 노래로 일본군 위안부의 삶과 생활로부터 상처받은 이들을 고운 멜로디의 노래로 위로했던 그가 이번 2집을 통해서 전달하려고 하는 주된 메세지는 '사람'이다. 특히 사회적으로 소외받거나 역사속에서 외면당했던 사람들의 얘기는 지금까지 들어왔던 대중가요의 어법과는 사뭇 다르다.

조선독립군 출신으로 국가유공자의 대우를 받지 못하고 안타깝게 살아가는 노인을 노래하는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나 주한 미군에게 억울하게 희생된 윤금이를 소재로 한 '보산리 그 겨울', 베트남 전쟁 과정에서 자행된 양민학살의 피해자 레티응옥을 추모하는 '베트남에서 온 편지' 등은 각기 그 내용의 역사성과 아울러 노래말의 서정이 돋보인다.

뿐만 아니라 "하나로 여울지는 통일"의 시대에 대한 꿈을 담은 '그해 철책은 무너지고'와 "벗들의 애잔한 고통속으로 가야한다"고 읊조리는 '더늦기전에'등에서도 변함없이 시대의 아픔을 껴안고 노래하는 대학노래패출신다운 그의 모습을 금세 느낄 수 있다.

또한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말을 유행시킨 장본인인 시인 정지원이 그의 작업을 위해 썼다는 시에 곡을 붙인 "사랑이 와서 그대 잠 깨울때"는 대중가요에서 담을수 있는 사랑의 깊이에 대한 기대치를 한층 높인 곡이라 할 수 있다.

"사랑한다는 것은 우주를 끌어안는 기나긴 여행"이라는 통찰이 이지상의 진솔한 목소리와 어울려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1집에 비해 음반이 전체적으로 밝아진 느낌이 강해진 데는 함께 실린 '동행', '발자국', '그대와의 만남', '우리사랑'등 연가(戀歌)들의 가사와 경쾌한 비트의 몫이 크다.

이지상 음악의 특징은 서정적인 가사와 섬세한 멜로디에 있다. 속도와 욕망이 지배하는 새천년에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역사와 시대의 어두운 곳을 비추되 시적인 가사로 노래하며 섬세한 떨림이 가득한 목소리로 포기할 수 없는 희망을 찾는 그의 작업은 맛깔스럽지는 않지만 은은한 감동이 있다는 점에서 한잔의 차에 비견할 만하다.

화려한 사운드를 배제한 포크라는 점에서, 일회용 인스턴트 차와는 달리 여러번 우려먹을수록 깊은 맛이 살아난다는 점에서 그의 노래는 차와 닮은 점이 많다. 그의 1집을 듣고 그의 팬이 된 이들 역시 그의 음악은 계속해서 들을수록 새로운 맛이 느껴진다는데 입을 모은다. 어눌한 듯하지만 소박하고 나지막한 그의 목소리에 담긴 쓸쓸함의 매력은 누구도 흉내낼 수 없다는 것.

이렇게 사람에 대한 사랑이 다양한 모습으로 표현된 이번 앨범에는 민병일. 백창우. 신동호. 박완호. 정지원 등 시인들의 작품에 곡을 붙인 5곡과 그가 직접 쓴 7곡을 합하여 총 12곡이 수록되어 있다.

특히 그는 이번 음반작업을 하며 기획과 작곡은 물론 연주와 편곡 그리고 제작.홍보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혼자 해내고 있는데 그가 활동하고 있는 시노래 모임 나팔꽃 회원들 - 정호승, 도종환, 김용택, 안도현, 유종화 - 의 작품은 다음 작업을 위해 남겨놓았다는 그의 말을 빌려보면 그가 집착하는 '사람'이라는 주제와 왕성한 창작력이 급변하는 대중정서와 가요시장에 어떤 영향력을 가지게 될지 지켜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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