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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NGO 대회에 참석한 활동가와 기자들이 어제 밤(25일) 종로5가 '닭 한마리 집'에서 뒷풀이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김동심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이하 주미본) 평화교육위원, 이유진 녹색연합 간사, 미아우찌 아키오 주미본 협력간사, 정인환 <한겨레> 기자, 고재열 시사저널 기자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오키나와에서 받은 느낌을 주고 받으며 이야기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부럽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했어요. 오키나와에서는 범죄가 발생하면 곧바로 사과도 받고 미군들에게 외출금지도 내리는데, 우리는 제대로 사과 받은 적이 한번도 없잖아요." 이유진 씨의 말이다. 그녀는 독극물 방류 사건에 대한 주한미군 측의 사과는 한 마디로 "함량미달"이라고 말했고, 김동심 씨 역시 "미군의 오만한 태도를 다시 한번 보여준 것"이라고 거들었다.
그렇다면 미군이 한국과 일본을 대하는 태도가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오키나와에서 유학 중인 정유진 주미본 사무국장과 김동심 씨는 세 가지 점에서 그 이유를 찾고 있다. 국력의 차이, 운동방식의 차이, 정부 태도의 차이 등이 그것이다.
"오키나와에서는 미군범죄가 발생하면 수 만 명씩 모이잖아요. 훨씬 끔찍한 범죄를 겪어온 우리는 한번도 그런 적이 없어요. 한 사람의 인권과 생명보다 미군철수와 조국통일이 더 중요하다는 우리의 운동 풍토 속에서 어쩌면 당연한 귀결일지도 모릅니다." 김동심 씨의 말이다.
"정부의 태도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경찰들은 기지촌 여성이 죽으면 '뭐 그까지 것 가지고 난리냐'식의 반응을 보이는데, 오키나와 현청은 미군담당부서를 따로 두어 주민들의 권익옹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95년 소녀 강간 사건 때 오키나와 지사가 미국을 항의 방문하여 미국정부로부터 사과를 받은 일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고 봅니다."
김동심 씨와 이유진 씨, 그리고 오키나와 유학중인 정유진 주미본 사무국장은 이번 오키나와 NGO 대회기간 동안 눈부신 활약을 했다. 이들이 펼친 신외교(New diplomacy)는 현지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었고, 한국의 주한미군문제를 알리는데 큰 공헌을 했다.
특히 이유진 씨는 매향리문제를 알리는 팜플렛 800장과 독극물 방류 사건 보도 자료를 들고 다니면서 현지 활동가와 외신 기자들을 상대로 활발한 민간외교를 펼쳤다. 두 개의 배낭을 거뜬히 짊어질 만큼 튼튼한 체력, 한국의 미군문제를 알리는데 결코 주저하지 않는 용기, 그리고 유창한 영어 실력은 그녀가 가진 '평화의 무기'이다.
이번 오키나와 방문에 많은 도움을 준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는 한국보다 오키나와에서 더 유명하다. 정유진 씨와 김동심 씨는 현지 활동가들 사이에서 최고의 인기인들이기도 하다. 현지 안내를 맡은 토미야마씨는 "곧 팬클럽이 생길 지도 모른다"라며 이들의 인기 비결은 "아름다운 마음"에 있다고 강조했다. 단체와 단체의 연대 이전에 사람과 사람과의 만남에서 이들이 오키나와 활동가들에게 심어준 신뢰의 깊이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정유진 씨와 김동심 씨는 요즘 아름다운 꿈을 꾸고 있다. "우리는 사회 곳곳에 만연된 군사주의 문화 청산운동을 하고 싶어요. 사람 죽이는 연습을 하고 있는 군대와 기지, 여성과 아동 등 약자들에게 가해지고 있는 일상적인 폭력, 군사력은 군사력으로 막아야 한다는 군사주의적 사고 등 우리 사회에 만연된 군사주의 문화에 도전하고 인간 개개인이 부당한 폭력으로부터 벗어나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데 노력할 것입니다."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우리 때 안되면 우리의 아들딸이 이어가고 그 때도 안되면 손자손녀가 이어가고… 중요한 건 꿈을 잃지 않는 것이지요."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는 중국의 고사처럼 이들이 우직하고 아름다운 마음이 우리를 일깨우고 하늘을 감동시키기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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