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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금), 국방부는 '매향리 사태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매향리에서 기총사격을 중지한다는 것이 핵심적 내용. 그리고 이제 매향리 주민들의 큰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제 매향리의 평화는 돌아왔는가? 이제 주민들은 다시금 매화향 자욱한 마을에서 살 수 있게 되는 것일까.

"애가 자다가 깨서 업고 나왔어. 어찌나 시끄러운지 애가 비행기 소리만 나면 잠을 못 자."
아이를 업고 가게 앞을 거닐던 이영덕(57) 씨. 이제 육지 사격이 중지됐으니 좀 나아졌지 않느냐고 묻자 "아주 큰 소리만 나지 않을 뿐이지 똑같애"라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육지에 대한 기총사격 중지로 인해 견디기 힘들 정도의 소음은 사라졌지만 농섬을 향한 폭격에서 나는 소음과 저공비행 소리는 여전하다는 것이다.
"우르릉 쾅 하는 소리만 안나는 거지. 저 소리도 오죽 시끄러워?" 한 할아버지의 말이다.

실제로 비행기는 연신 마을 위를 날아다녔고, 비행소리뿐 아니라 농섬에서의 폭격소리가 계속됐다. 오히려 농섬에 가해지는 폭격은 잦아지고, 마을 위에선 보란 듯이 저공비행까지 하고 있다는 것이 대책위원회 관계자의 설명이다. 야간사격시에는 최근에 볼 수 없었던 헬기 2대가 농섬 좌우에서 예광탄을 쏘아대며 연습하고 있다고 한다.

"육지엔 안 한다구? 근데 왜 저 철조망은 안 걷어?" 한 할아버지는 오히려 기자에게 반문한다. 사격장 지대를 '안전지대'로 활용하겠다는 국방부의 설명이 주민들에게 이해될 리 없다.

게다가 그 사격장은 대부분 매향리 주민들의 논, 밭으로 만들어진 곳이다. 그 당시에 시가보다 훨씬 적은 값을 받고 반 강제로 팔았다고 한다. 한 아주머니께 돌려받고 싶지 않느냐고 묻자 "주면 좋지만 주겠어?" 라고 답한다. "그땐 그냥 뺏긴 거지 뭐. 지금 같으면 안 줬어." 그 땅만 있어도 고생 안 할거라는, 퉁명스런 대답이다.

사격을 그만둘 것이라면 사격장을 폐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민들의 말에, 국방부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다. 배치되어 있던 전경들도 철수하지 않는 상황이다.

매향리 미군국제폭격장폐쇄 범국민대책위원회(이하 매향리 범대위) 이호진 간사는 "언론들은 마치 매향리 문제가 해결된 듯이 보도하고 있다. 매향리를 가만히 두면 반미 투쟁의 지름길로 가는 일이기 때문에 막아보자는 언론플레이일 뿐이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미군은 푸에르토리코의 비에케스 섬에서 사격장 폐쇄 요구가 거세자 사격 중지 결정을 내렸다가 1년 뒤 사격을 재개한 전례가 있다. 13년전 매향리 투쟁이 한창이었을 때도 그랬다. 대책이라고 발표해 놓고서는 그것마저도 지키지 않는다. 더 이상 어떻게 믿느냐?"

매향리 주민들은 지금 기총 사격이 멈췄다고 해서 앞으로도 멈출 것이라고는 결코 믿고 있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들의 싸움이 끝난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저것 봐. 표적판만 치웠지 그 옆에 표적판 거는 나무는 그대로 있잖아. 언제 다시 시작할지 어떻게 알아?"
한 주민의 말과 함께, 사격을 알리는 황색깃발은 여전히 펄럭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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