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사람이 서울로 몰리는 것은, 좋은 것은 다 서울에 있기 때문이다. 좋은 게 다 좋은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가 서울이고 1등인 서울과 2등인 다른 도시 간의 격차가 너무 커 사람들은 서울로 서울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나라의 총력이 서울로 몰리다 보니 서울은 쾌적한 것과는 거리가 점점 멀어지고 교통 지옥으로 변해가고 있다. 그래도 최신 기술과 설계와 디자인으로 잘 가꾸고 조경을 한 시설과 지역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리고 제반 인프라가 잘 갖추어지고 불합리한 시설이나 구조는 빠르게 개선되어 가고 있다. 아직도 문제이긴 하지만 도로 표지와 구조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

그런데 서울임을 자랑할 수 있는 중심부에 정말 한심한 일이 개선되지 않고 오랫동안 방치되고 있는 것이 있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우리나라가 초고속 인터넷 세상이 되고 벤처 산업이 만개하면서 강남은 벤처 산업 도시로 발돋움 했고 그 중심에 코엑스가 있다. 그리고 그 코엑스에서 롯데월드를 지나 올림픽 공원에 이르기까지 도시가 잘 가꾸어져 많은 사람들이 몰려 여가를 즐기고 도심지의 번잡함과 놀이를 즐기는 공간이 되었다.

특히 코엑스몰은 근간에 개장이 되어 주말이면 많은 사람들이 몰려드는 놀이 공간이다.

첨단 산업의 메카 중심부에 자리잡고 있다는 코엑스몰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지하철 삼성 역에 내리면 큰 기대감을 속시원히 터뜨리며 "햐! 과연"하고 감탄을 터뜨릴 것으로 기대했던 마음이 와르르 무너져 버리고 만다. 아니 그럴 마음의 여유를 잃게 된다.

엄청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쾌적하지 못한 지하 공간에서 우선 방향을 잡을 수가 없다. 지하철 역에서 빠져 나와 아무리 좌우를 둘러보아도 어느 쪽이 코엑스몰 쪽인지를 알아낼 재간이 없는 것이다.

미적거리며 사람들이 많이 움직이는 쪽으로 따라가다 보면 조그만 매점이 하나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매점 주인에게 어느 쪽이 삼성 역이냐고 물어보려는데 종이 쪽지가 눈에 들어왔다. "코엑스몰 가는 방향. 6번 출구"라고 쓴 종이를 매점 정면에 붙여놓았다.

"사람들이 많이 물어보나 보죠?" 아이스크림을 사주며 물으니 사람들이 쉴 새 없이 물어보는 통에 그것도 만만찮은 스트레스를 주어 그런 종이 쪽지를 붙여 놓게 되었다고 한다. 그 종이를 발견하지 못한 사람이 방향을 물으면 가게 주인은 크게 짜증 내지 않고 그 종이 쪽지를 보라고 손짓을 해주고 있었다.

최첨단 도시 공간에 후진 행정 실태가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이 문제에 대한 행정의 주체가 서울시가 되는 것인지 지하철 공사가 되는 것인지 코엑스 쪽이 되는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그 매점을 지날 때까지도 6번 출구로 나가면 코엑스몰이 나오는지를 알 수 있는 표시는 아무리 찾고 찾아보아도 매점의 종이 쪽지 외에는 발견할 수 없다.

이것에 대해 책임질 사람이 아무도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건 촌에 가서 길가는 사람에게 물어 물어 누구 집 찾아가는 수준밖에는 되지 않는다. 지하철에서 내려 코엑스몰을 찾아가는 길이 그래서야 되겠는가? 그래도 되는가? 그건 아니다. 이건 분명 잘못된 것이고 즉시 개선이 되어야 할 일이다.

삼성역에 무슨 공사를 하고 있기는 해도 그게 핑계가 될 수는 없다. 공사를 마치고 나면 지금 이런 문제가 같이 개선이 되는 것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당장 임시조치라도 해놓는 것이 시민을 위하는 일이다. 일단 코엑스 몰로 들어가면 완전히 딴 세상이지만 삼성역의 이런 말도 안 되는 버벅거림 때문에 삼성역을 통해 코엑스몰을 찾는 사람은 찝찝한 기분을 가지고 지하도시 여행을 시작하게 된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한국에서 현대자동차 연구소 엔지니어로, 캐나다에서 GM 그랜드 마스터 테크니션으로 지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