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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 신도시가 처음 건설되던 당시, 신도시에는 술집이 거의 없었다.
지금은 흔히 볼 수 있는 호프집이나 카페들도 거의 없었다. 당시 나돌던 소문에 의하면, 신도시의 쾌적한 주거 환경을 위하여 유흥주점들을 허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덕에 도로 주변에는 포장마차들이 즐비했고 술을 마시러 구일산까지 나가곤 했다.

지난번 기사에서 대화역 부근의 러브호텔들을 살펴보았다. 많은 수의 러브호텔에 비해서 단란주점이나 룸살롱 등의 수가 적았다. 4개의 유흥주점으로는 그 많은 수의 러브호텔이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하지만 지난번 기사에서 약속한 대로 주엽역 부근을 취재하면서 대화역 근처의 그 많은 수의 러브호텔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일산의 두번째 전철역인 주엽역은 주변에 그랜드 백화점을 비롯한 여러개의 쇼핑센터와 은행지점, 증권사 지점 등 금융시장이 밀집한 고양시의 상업 요충지이다. 이곳의 밤 12시. 낮의 붐비던 사람들은 사라졌지만, 전철출구의 양쪽 길가는 형형색색의 네온사인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또 도로변에는 대형 입간판들이 세워져 있었다.

일산을 그래도 계획도시로, 녹지가 풍부한 전원도시로 생각했던 사람들은 놀라지 않길 바란다. 거의 한 건물당 하나의 비율로 유흥주점과 모텔, 안마시술소 같은 향락업소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주엽역 부근의 유흥업소가 얼마나 되는지 한번 보기 바란다. 참고로 이 유흥업소들은 작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아파트 단지와 마주보고 있다. (/ 표시는 같은 건물임을 표시)

(길 오른쪽의 유흥업소들)
모나코 미시클럽
MBC 미시촌
나사 관광 나이트 클럽/룸 로비스트/그린파크 모텔
서현 비지니스 클럽/ 서현 안마
대명 룸 비지니스
미시촌/ 안마방/ 국빈관/ 그랜드 모텔
삼천궁녀 룸 미시크럽
고려 안마 시술원/ 궁전 중년 나이트

(길 왼쪽의 유흥업소들)
일번지 미시크럽
비지니스클럽 샤넬 (문닫음) / 주엽 안마
베스트 룸 비지니스 / TV 화상데이트 프로포즈
코메디 단란주점
룸 사하라
SBS 룸 비지니스
노블 비지니스 클럽

이상 17개의 유흥주점(룸살롱, 단란주점)과 2곳의 모텔, 그리고 4곳의 안마시술소, 기타 1곳이었다.

길 왼쪽의 유흥업소의 숫자가 적은 이유는 아직 공사 중인 건물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17개의 유흥주점에서 쏟아져 나오는 '2차'(거의 매춘이다)의 숫자는 하루에도 어마어마할 것이다. 유흥업소들의 크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새벽 2시가 넘어서자 유흥주점 입구마다 택시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입구에서 남녀를 태운 택시 몇 대를 뒤따라 가 보았다. 목적지는 예상대로 대화역 근처의 러브호텔들이었다.

유흥주점들이 밀집한 지역은 길이 500m, 폭 약 300m의 공간이다. 이 공간에서 쏟아져 나오는 불법매춘의 거래가 대화역 부근의 러브호텔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분명 일산의 러브호텔은 매춘의 장소로 공공연히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러브호텔 난립의 근본문제는 수많은 유흥주점들에서 행해지는 불법매춘이라는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유흥주점들이 어린 청소년들을 교육하는 사설학원들과 같은 건물을 사용하고 엘리베이터를 통하여 여과없이 청소년들의 눈에 보여지고 있는 점이다. 한 건물에 룸살롱, 영어학원, 독서실이 있고 청소년들과 룸살롱의 손님과 종업원들이 같은 엘리베이터를 사용하고 있다.

대화역 부근의 러브호텔들이 학교 경계와 200m의 거리를 확보하지 못한 것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사설교육기관에서는 청소년들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마저 실종되어 있었다.

분명 우리나라 법에 의하면, 단란주점에서 접대부를 고용하는 것은 불법이고, 룸살롱에서 2차로 나가는 매춘도 역시 불법이다. 하지만 길가에 세워진 나이트클럽 종업원의 광고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러시아 무희 40명 항시 대기'

이 정도가 일산의 퇴폐 유흥 산업의 전부라면, 그래도 일산은 참고 살만하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정발산역에서 마두역까지의 구간은 이보다 더 심각하다.(다음 기사는 이곳을 취재하겠습니다.)

주엽역 부근의 눈부신 유흥주점 간판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일산의 러브호텔! 아직도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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