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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윤형 군의 인터뷰 거부로 인해 <조선일보>가 지면 배정을 취소하여, 본 강평은 <조선일보> 지면에 실리지 않았다. <오마이뉴스>의 게재 요청을 받아들여 준 김상환 교수와 '서울대 철학사상연구소'에 깊이 감사드린다.

대상수상자 심사평

김 상 환(서울대 철학과 교수. 심사위원)

논란 끝에 한윤형 군의 글이 대상 수상작으로 결정되었다. 이 수상작은 거친 글이다. 다른 대상 후보작들과 비교할 때, 현란한 비유법도 없고 수사학적 재능이 과시된 곳도 없다. 몇몇 글들처럼 아름답고 깔끔한 문장을 자랑하는 것도 아니며 다양한 독서 체험을 반영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제시문의 요약도 썩 훌륭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은 강인한 사고력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심사 위원들은 제시문의 주장에 맞서 자신의 논지를 힘차게 펼쳐가는 후보자의 용기를, 그리고 그 용기를 뒷받침하는 논리적 분석 능력을 높이 샀다.

물론 제시문의 주장에 반대 논증을 펼치는 과정에서 결함이 엿보이는 대목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심사 위원들은 특히 두 번째 문단의 전반부에서 그런 미약함을 지적하였다. 그러나 그 이후의 논의가 이 부분의 미약함을 보완하고 있고, 전반적으로 다른 후보작에서 볼 수 없는 개성의 추구에 비추어볼 때, 그런 부분적 결함은 크게 문제삼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모름지기 글이란 성공과 실패의 경계선을 아슬아슬하게 지날 때 감동적이다. 모험을 무릅쓰지 않는 글에서 신선한 인상을 받기 어렵다. 개성을 발휘하는 자유는 평균적인 사고와 정형화된 형식을 깨뜨리는 용기없이 기대할 수 없다. 수상자는 제시문에 밀착하여 평소의 확고한 신념을 자신있게 피력하고 있고, 적절한 근거를 통하여 그 신념을 논증의 형식 안에 담아내고 있다. 무엇보다 그 젊은이다운 패기에 찬사를 보낸다.

논술 시험이 자리를 잡아 갈수록 수험생들의 답안자가 점점 더 유형화되고 판에 박힌 형식으로 흐르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독창을 개진하기는커녕 감점의 위험을 최소화하는 방어적 태도가 일반화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글쓰기 교육이 점수 획득 요령을 가르치는 데 급급한 것이 아닌가 하는 개탄스러운 생각이 들 지경이다. 이번의 대상 수상작 결정이 글쓰기 교육의 본래 취지를 되살리는 조그만 계기가 되기를 희망해본다.

덧붙이는 글 | 강평을 쓴 김상환 교수는 프랑스 철학을 전공했으며, <해체론 시대의 철학>(문학과 지성사. 1996), <예술가를 위한 형이상학>(민음사. 1999), <해체론과 철학적 건축물의 역사>(창작과 비평사. 1996) 등 다수의 논문 및 저서를 발표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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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분야에서 이런저런 일을 하였고, 지금은 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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