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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간에 충돌이 발생하여, 미국이 한국에게 군사적 지원을 요청할 경우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남북정상회담 이후 동북아 국제 관계의 새로운 질서가 태동하고 있는 가운데,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인 미국과 떠오르는 강대국 중국간에도 일정한 긴장이 감돌고 있다. 한반도의 불안한 정세와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이유로 강화해온 미국의 전진배치 군사력과 한미, 미일군사동맹, 그리고 NMD/TMD 추진 등에 대해 중국이 본격적으로 문제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한반도의 미래상을 그릴 때 미중관계는 가장 핵심적인 변수라고 할 수 있다. 평화와 통일을 위해서는 이들 나라를 설득하는 일은 가장 중요한 과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중국 견제와 봉쇄를 21세기 핵심적인 군사안보전략으로 삼고 있는 미국과 동맹체계를 이루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중국과의 갈등도 예견되고 있다.
주한미군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문제의 공론화를 위해 진행해온 릴레이식 심층인터뷰에서 이번에는 중국문제 전문가인 서울대 외교학과 정재호 교수를 만났다. 정교수는 시종일관 조심스러우면서도 강한 어조로 안보문제를 둘러싼 정부의 태도와 우리의 담론 수준을 비판하였다.
다음은 인터뷰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인터뷰 전문은 평화네트워크 홈페이지(www.peacekorea.org)에서 볼 수 있다.
진보-보수, 친미-반미 등의 구분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13년간의 외국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지 5년 정도 됐는데, 한국의 학계나 사회에서 느끼는 점은 지나치게 이분법적 사고에 익숙하다는 점이다. 이 사람이 진보다, 보수다, 친미다, 반미다 등 낙인을 찍거나 이름표를 달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 가령 정상회담 이후 한국의 분위기가 친중 쪽으로 간다는 것을 반미로 해석하는 것이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시각이 무엇인가'이다. 이를 정립하는 위해서도 적극적인 공론화는 필요하다.
| ⓒ 오마이뉴스 정욱식 | 거의 모든 분야에서 미국에 종속적인 현실에서 '반미'의 불가피성을 주장하는 점에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종속'이라는 말 자체에 이미 상당히 가치판단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미국에 속해 있는 구조 속에서 실제로 우리가 많은 것을 얻었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렇다고 야당의 대변인이 말한 것처럼 이를 두고 '은혜'라고 표현할 수는 없다. 미국도 자신의 국익이 있기 때문에 우리를 도와준 것이라는 점 역시 명심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미국이라는 구조에 속한 지가 50년이 넘었는데, 그 구조 안에서 우리가 움직일 수 있는 자율성의 폭, 호흡의 공간이 얼마만큼 확보되었는가를 비판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일본이나 중국을 비판하듯이 미국을 비판하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다만 이를 '반미'로 등식화하는 것은 곤란하다. 이러한 점에서 지식인의 자기반성이 필요하다.
최근 미국과 일본에서 '북한위협론'은 약해지는 반면에 '중국위협론'이 강하게 제기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교수님께서는 중국의 '등장'을 단순히 '위협'으로 해석하는 시각에 비판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에 대한 얘기를 들려 달라.
미국에서도 중국의 부상을 단순히 '위협'으로 해석하는 시각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을 연구한 사람들은 중국의 부상을 위협으로 해석하는 미국 내 주류적 시각에 비판적이다. 문제는 소련의 붕괴 이후 국방예산이 급격하게 감소되면서 일정 부분의 위기 의식을 만들어내지 않으면 안 되는 미국 국내적 상황이 강하게 반영된 것이다.
현재 '중국이 위협이다 아니다'를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중국이 그러한 '능력'이 있는가, 미국을 위협할 '의지'를 가지고 있는가, 그리고 과연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패권주의 추구로 볼 수 있느냐라는 '인식'의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 ⓒ 오마이뉴스 정욱식 | 다소 성급한 질문이 될 지 모르겠지만, 중국이 지역패권을 추구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패권의 정의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 중국 역시 대륙국가이고 아편전쟁 이후 160년 가까이 제3세계, 혹은 식민지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힘을 가지려는 욕구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소련의 방해로 엄청난 희생을 겪으면서도 1964년 핵개발을 한 것이라든지, 모택동 사상을 상당 부분 부인하면서까지 개혁개방을 추진한 것 등은 다시는 열강으로부터 침략당하지 않겠다는 자기방어적 힘의 추구를 분명히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추구된 힘이 반드시 주변 국가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은 두고 봐야 할 것이다. 가령 중국이 인도나 월남과 국지전을 벌인 바 있는데, 자신의 소기의 목적이 달성되면 전면전을 자제하는 '절제의 미덕'을 보여왔다.
한국의 중국에 대한 시각은 어떻다고 보는가?
그것은 간단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88올림픽 이후 중국이 급속도로 다가오면서 한국인들의 중국에 대한 호감도는 빠르게 상승하였다. 동시기에 미국에 대한 반감이 늘어난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0년전에 중국은 교전국이었고, 중국과 영토 및 영해를 접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에 대해 불안감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중요한 점은 중국에 대한 불안감이 정책에 반영되는데 있어서 엘리트들의 인식이 중요한데, 한국의 엘리트들은 일반인보다 중국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라는 것이다. 일본이나 미국에서는 일반 대중들이 엘리트들보다 중국을 불안해하는데 한국은 그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중관계가 한반도 문제에 어떤 영향과 의미를 갖는지를 논의하기에 앞서 미중관계를 전망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외교·안보적인 관점에서 미중관계를 어떻게 전망하고 있는가?
미중관계는 냉전시대 미소관계처럼 국제정치일반을 결정하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 미중관계에는 5가지 핵심적인 현안이 있다. 전략문제, 경제·통상, 대만문제, 인권문제, 군축문제가 그것이다.
80년대의 경우 전략문제와 인권문제가 중요하게 부각되었는데, 90년대 들어서는 양안관계라고 할 수 있다. 중국에서 나오는 내부 보고서를 보면 빠르면 2007-8년, 혹은 신해혁명을 통해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00주년이 되는 2011년에 대만통일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만큼 중국은 대만통일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목표를 가지고 있고, 이미 여러 차례 밝혔듯이 대만이 장기적인 통일협상에 임하지 않을 경우 무력사용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양안관계에서 무력충돌이 발생할 경우 미국은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대만문제를 놓고 전략적인 갈등관계가 중미간에 있다는 것을 뜻한다. 천수이볜이 대만 총통에 당선된 이후 대만 국민들 사이에서는 대만이 독립으로 가야 된다는 방향 인식이 늘어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이것을 뒤집어 보면 중국이 그만큼 무력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 ⓒ 오마이뉴스 정욱식 | 그렇다면 이러한 미중관계의 갈등이 우리에게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중미간의 사이가 좋다면 우리는 큰 고민을 안 해도 될 지 모르지만, 여러 가지 불안요인이 증폭되어 갈등관계로 갈 경우 한국은 심각한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예전처럼 중국에 얻을 것이 없다면 미국의 구조 속에서 가면 되지만, 지금과 같이 중국과 호의적인 관계로 발전하면서 엄청난 경제적 이익과 가능성을 확보하고 있는 마당에 이를 다 포기하고 미국편을 든다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고민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양안관계를 놓고 미국과 중국간의 분쟁이 발생하거나 그럴 가능성이 생길 때, 우리는 한미상호방위조약 3항에 의해 우리는 미국을 지원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면 중국과 적이 된다는 것인데... 물론 이런 상황까지는 가지 않겠지만 그러한 구조적인 한계를 계속 가져야 하는지는 의문인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껄끄러운 상황에 대해 한국은 준비는커녕 한번도 얘기된 바가 없다는 점에 있다. 모든 것이 다 잘 될 수만은 없다. 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다면, 그리고 그러한 구조적 개연성이 있다면 그것을 생각하고 대비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중국의 부상, 미국의 견제, 그리고 한국의 딜레마'라고 요약할 수 있는 현재, 그리고 앞으로 예상 가능한 구조 속에서 우리가 고민하고 노력해야할 점은 무엇인가?
나도 고민하고 연구하고 있는 주제이다. 포괄적으로 접근하여 몇 가지 할 수 있는 얘기는 먼저 통일외교문제가 너무 국내적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친미-반미 논쟁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두 번째 다양한 목소리가 넓은 곳에서 논의될 수 있는 공론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세 번째는 정말 프로정신을 갖고 있는 전문가가 늘어나야 한다. 학자는 많은데 전문가는 많지 않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네 번째는 국제정치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과 관심을 높여야 할 것이다. 소수 엘리트가 독점하는 문제가 아니라 대중들도 관심을 가지고 논의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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