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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기혼여성들은 왜 아줌마여야 하는가? 이 문제의 답에 대해 사회학자들은 가사노동을 그 첫 번째 이유로 꼽는다. 가사노동들이 아줌마 양산의 주원인이라고 꼽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가사노동이 가지고 있는 몇 가지 특징에 기인한다.

가사노동이 단순하고 반복적인 작업이다. 사회적인 접촉없이 혼자하는 노동이다. 해도해도 끝이 없다. 해도 한 티가 안난다. 성취감이 없다. 적절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다. 등등 가사노동이 그 특성상 인간을 피폐하게 만드는데, 일조하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듯하다.

멀쩡하게 예쁜 여자도, 결혼을 하고, 출산가 육아를 거치며, 사회와의 접촉을 끊고, 가사노동에만 전념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몰염치하고 주책스러우며, 지하철에서 몸을 날리는 몸빼 아줌마로 전락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드라마 <아줌마>가 시작한다고 했을 때, 나는 이렇게 우리의 예쁜 누이들이 아줌마들로 만들어지는 과정과, 연대를 통한 아줌마들의 승리가 펼쳐질 것을 생각하며, 많은 기대를 품었었다. 그래서 단 첫회만에 그 기대를 무참히 저버린 드라마 <아줌마>가 더 미운지도 모르겠다.

<아줌마>에는 아줌마가 없다. 푼수데기 오삼숙 (원미경 분)만이 존재할 뿐이다. 우리 사회가 가사노동으로 내몰아 대량으로 양산한 아줌마들은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아쉽게도, <아줌마>에서 아줌마처럼 보이는 이는 오직 한명 오삼숙 뿐이다. 보석디자이너, 신문사 기자, 왕비병시어머니, 대학교수, 그 가운데, 도대체 아줌마는 왜 오삼숙 혼자의 몫이어야 하는가.

<아줌마>에서는 오삼숙의 푼수끼가 가사노동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고 결혼전부터 푼수 같았다는 전제를 달아, 문제점을 예리하게 파고들지 못한 채 변죽만 두드리고 있다.

푼수끼로 인해, 오빠 친구와 정을 통하고, 막무가내로 결혼까지 해버린 운 좋은 여자. 그 푼수끼로 인해 시댁식구들과 남편으로부터 은근히 멸시받고, 솥뚜껑 운전수로 전락해버린, 여자! 가사노동의 노예로 전락해버린 자신을 한탄하며, 어린애처럼 응석이나 부리는 여전히 푼수같은 여자! 이제 정말 우리 사회의 아줌마의 모습일까?

<아줌마>에서 아줌마를 자청하는 오삼숙의 가장 큰 적은 그녀의 남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녀에게 일거리를 몰아주는 얄미운 여자들의 몫이 크다. 아줌마의 본질을 다루기 위해서는, 이런 구도 보다는, 가사노동의 시달리는 아줌마들이 서로의 공통점을 발견하고, 서로 연대해 가는 과정에서, 아줌마를 양산하는 사회에 꿋꿋이 대항하는 모습으로 이끄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까?

집안 일거리를 떠맡긴 채, 사회적 자아실현을 위해 매진하는 자칭 커리어우먼들과의 대결 속에, 남편에게 무시 당하는 모습이 진정 우리 사회의 아줌마의 모습은 아니다. 단지 웃음거리를 위해 아줌마의 모습을 왜곡하는 것은, 진짜 아줌마들을 한 순간 즐겁게 할지는 모르겠지만, 진짜 아줌마들을 기만했다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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