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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공간을 채우고 싶다. 30년을 동고동락하며 같이 살아온 나의 가족들, 내가 아프거나 즐거우나 괴로우나 항상 내 곁에서 지켜주었던 나의 사랑스런 가족이 이제는 하나 둘씩 새로운 식구를 맞이하면서 더욱 그 세력(?)이 커지고 있다.

2년 전 하나뿐인 형이 새로운 식구를 맞이하여 내게도 형수님이 생겼다. 언제나 친절히 도련님하면서 안부전화를 해 주시는 우리의 형수님 이제 우리 가족은 또 한 사람의 새 식구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바로 나의 신부(생각만 해도 그냥 웃음이 나온다. 내가 벌써...)

집안의 막내로 자란 까닭에 어머니와 아버지는 내게 항상 "조심해라, 뭐 하면 안 된다, 일찍 들어와라" 등등 끊이질 않는 잔소리를 하신다. 모두가 나 잘 되라고 하시는 사랑의 말인데도 난 가끔씩 화를 낸다.

어제는 우리 가족의 대부인 아버지의 59번째 맞는 생일날이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어머님께서는 맛있는 음식을 장만했고, 우리의 멋 없는 형제는 생일선물을 들고 부모님을 찾아갔다.

그 흔한 "아버지 생일 축하합니다. 아버지 오래 사세요"라는 말조차 없이 조용한 형과 나 이렇게 무뚝뚝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아들의 모습을 보고 어머님은 항상 "이그 아들자식은 멋도 없고 재미도 없어 키우는 맛이 없다니까 빨랑 장가가서 며느리 들이고 아이들 빨랑 나라"하고 푸념조의 말을 하신다.

그도 그렇듯이 딸처럼 애교 섞인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이는 아들들, 식구가 많은 것도 아니고, 딱 아들만 둘인데 서로 말도 없으니 어머니도 참 재미가 없다는 것이 이해가 간다.

쇼핑을 함께 갔을 때에도 어머니께서 "아들이 이 옷이 어떠니 엄마한테 괜찮은 것 같니"하고 물으시면, 그럼 아들인 나는 "음 괜찮아"하고 건성으로 말한단. "색깔은, 모델은 허리 선이 너무 많이 들어가지 않았니"하고 물으시면, 그럼 또 나는 "음 괜찮아, 괜찮다니까" 라고 짜증섞인 말을 한다.

오늘은 모처럼 단란하게 모여 사진을 찍는다. 그 흔한 가족사진 하나 제대로 찍기 힘든 오늘을 살면서, 아버지 생일을 맞이하여 그 찍기 어렵다는 온 가족의 사진을 찍는다.

나의 사랑하는 가족, 아버지, 어머니, 나의 형, 나의 형수님. 그리고 다음에는 그녀와 내가 지금의 빈 공간을 채우게 될 것이다. 그럼 현재보다 더욱 꽉 차 보이고 행복해 보이겠지. 또 형이나 나나 우리의 2세를 낳게 된다면, 우리의 가족은 점점 그 영역을 넓히게 될 것이다.

아버지 59번째 생일을 맞이하여 사진의 주인공으로 현재는 나와 그녀가 없지만 언젠가는 그 자리를 채우게 되는 날을 기대해 본다. 우리 가족 사랑을 느끼게 해 주는 이 작은 사진 안에, 또 다른 우리 가족을 만날 날을 기다리며 난 그렇게 내 여인이 되어줄 그녀를 위해 수없이 사진기 셔터를 눌러대고 언제가 특종이 될 만한 작품 사진을 찍는 그날을 기다리며 작품활동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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