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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세기 최고의 라틴 팝 스타 리키 마틴이 드디어 서울에 왔다. 지난 7일 잠실 주경기장에서 열린 그의 공연은 라틴 팝의 황제라는 말이 인색하지 않을 정도의 훌륭한 무대 매너와 뛰어난 가창력, 현란한 춤을 선보이며, 두 시간동안 잠실벌을 후끈 달궜다.

세계 최고의 섹시가이라는 칭호에 걸맞는 화려한 춤과 노래로 가득했던 그의 공연은 직접 현지에서 공수해 온 입체 무대와 대형 밴드, 댄서들의 현란한 춤, 게스트로 깜짝 출연해 'Private Emotion'을 부른 코코 리의 출연 등 다양한 볼거리를 선보였으며, 무엇보다 'Cup of Life', 'Maria', 'She Bangs', 'Shake Your Bong Bong' 등의 히트 넘버들을 통해 라틴 댄스의 진수를 선보인 훌륭한 공연이었다.

하지만, 그의 한국 공연은 어수선한 진행과 사고로 얼룩졌다. 무엇보다 공연 기획사인 ㈜아이테스(www.itess.com)와 예매를 담당한 인터파크(www.interpark.com)의 실수로 인해 공연장은 삽시간에 전쟁터로 변모했다.

문제의 발단은 인터파크의 착오로 공연장의 좌석과 인터파크상의 좌석배치도가 달랐던 것. 인터파크를 통해 좌석을 선택하여 예매한 관객들은 공연장의 좌석이 예상과 다르자 크게 실망하며, 환불을 요구하는 등 일대 혼란이 빚어졌다.

좌측과 우측이 아예 뒤바뀐 것이었기에, 관객들의 실망이 클 수밖에 없었던 것. 특히 예매가 시작되자마자 좋은 자리를 선택해 예매한 것인데, 실제 공연장의 좌석에서는 거의 리키 마틴의 얼굴조차 볼 수가 없다며 하소연을 하는 관객들이 많았지만, 주최측은 '나 몰라라'하는 태도로 일관해 관객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항의하는 관객들에게 주최측은 서로 담당자가 아니라며 변명만 늘어놓을 뿐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으며, 변변한 사과방송이나 안내도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 공연장은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문제가 불거지면서 공연은 당초 예정시각이었던 7시보다 30분 이상 미뤄진 가운데, 관객들에 대한 아무런 대안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갑자기 불이 꺼지고 공연이 시작되어 일대 혼란이 빚어졌다.

무대 앞에서 항의 중이던 관객들은 자리를 찾지 못한 채 그대로 공연을 봐야 했으며, 이들이 무대 앞을 가로막자 프리미엄 좌석에 앉아 있던 관객들이 하나 둘씩 일어나기 시작했다.

급기야 무대가 안 보인다는 이유로 관객 모두가 일어나는 사태가 벌어졌으며, 사태가 심각해지자 뒤에 앉아 있던 관객들이 우루루 중앙 통로로 몰려나와 공연장은 좌석에 대한 야유와 시비로 얼룩졌다.

프리미엄 석에 앉아 있던 관객들은 주최측에게 무대 앞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철수를 요청했지만, 주최측과 경찰들은 아무런 대안도 마련하지 못했으며 프리미엄 티켓을 구입한 관객들은 "15만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표를 구입해 편안하게 공연을 관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싼 좌석 티켓을 구입하고 무대로 몰려나와 무대 앞을 점검한 비양심적인 관객들 탓에 리키 마틴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고 불편한 심경을 토로했다.

무엇보다 스탠딩 공연을 의도한 것이 아닌 탓에 무대가 낮게 설치되어 관객들이 모두 일어서자 제대로 리키 마틴의 공연을 감상할 수 없었던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또한, 주최측의 예고와는 달리 대형 스크린이 설치되지 않았고, 3시간에 이를 것이라는 공연도 2시간도 채 이루어지지 않아 관객들의 원성을 샀다.

아마도 세계 각국에서 Sold Out 투어를 기록한 리키 마틴으로서는 한국 공연이 다소 아쉬울 수 있기에, 3시간 가량의 공연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라 예상된다.

이는 지난 오사카 공연을 비롯해 그의 공연이 늘 3시간 가량의 열정적인 무대로 펼쳐진다는 것을 떠올려 보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의 공연이 매진을 기록하지 못한 원인으로 무엇보다 주최측의 준비 부족과 욕심이 큰 몫을 차지했다는 평가가 대부분. 잠실 주경기장에서 공연이 이루어지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고, 일본 공연보다 두 배나 비싼 관람료도 관객이 저조한 것에 큰 몫을 담당했다.

이처럼 리키 마틴의 공연은 공연 자체의 훌륭함을 먹칠한 주최측의 준비 부족과 대책 부재로 인해 한국공연문화의 후진성을 다시 한번 널리 알렸다는 우려 속에 국내 공연 문화에 대한 허와 실을 그대로 드러낸 씁쓸한 공연이었다.

한편, 리키 마틴 공연에서 피해를 입은 관객들은 주최측 홈페이지(http://www.allaccess.co.kr)에 올린 글을 통해 법적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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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영화와 영화제에 관해 주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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