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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과 26일 미군들이 탱크로 벼를 뭉개놔 말썽을 빚고 있는 경기도 파주시 파평면 장파리에서 이번엔 미군들이 농경지 출입을 막는 바람에 농민들이 벼를 비롯한 농작물 추수를 하지 못하고 있어 울분을 터트리고 있다.

파평면 장파리에서 임진강을 건너 1km여 떨어져 있는 곳에 CAMP warrior에서 관리하는 美스토리사격장이 있다.

그런데 며칠전부터 스토리사격장 내 피탄지인 진동면 초리지역에 미8군에서 바리케이드를 6곳에 설치해 놓고 농민들은 물론 농기계의 출입을 일체 막고 있어 이곳에서 출입영농을 하고 있는 조복연(70, 경기도 파주시 파평면 장파리) 씨 등 20여농가에서 30ha에 아직 남아 있는 벼와 콩, 인삼 등 농작물을 수확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일부 농민들은 출입저지에도 불구하고 지뢰폭발 위험지역인 하천을 통해 철조망을 부수고 농기계를 끌고 들어가 벼베기를 하는 등 위험까지 감수해 가며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김아무개(63, 파평면 장파리) 씨는 28일 미군들이 쳐 놓은 바리케이드 옆의 철조망을 부수고 논에 들어갔다. 미군들이 농로를 폐쇄, 수확을 해 놓고도 갖고 나오지 못한 벼 가마니가 논 뙤얕볕에서 그대로 썪어가는 것을 더 이상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아직도 김씨는 1만여평의 벼를 더 수확해야 한다. 하지만 미8군에서 설치해 놓은 바리케이드에 자물쇠가 굳게 잠겨 있어 논에 조차 들어갈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수확해 놓고 가져 나오지 못한 콩은 이미 노루 등 야생동물들의 먹이로 절반은 없어졌다.

김씨는 "농민들과 아무 협의도 없이 바리케이드를 설치했다, 통곡을 해도 시원치 않다"면서 "사격을 하지 않는 날에는 벼를 수확할 수 있도록 대책을 세워줘야 할 것 아니냐"며 끝내 울음을 터트렸다.

스토리사격장 앞에서 농민 김씨가 주먹을 불끈 쥔채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 현장사진연구소 이용남
김씨는 또 "정부에서 미국측에 수확기라는 것을 주장하고 벼를 수확할 수 있도록 협의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정부에서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울분을 감추지 못했다.

28일 오전 11시께 스토리 사격장을 들어가 봤다. 사격장 부지가 시작되는 입구에 1차로 바리케이드가 쳐져 있다. 그러나 이곳은 개방이 돼 있고 피탄지역이 시작되는 곳에 다시 2차 바리케이드가 설치돼 있다. 이곳부터 농민들의 출입이 통제되며 자물쇠가 굳게 채워져 있다.

하지만 아직도 논에는 미처 수확하지 못한 벼가 그대로 남아 있고 미군측에서 설치해 놓은 철조망이 겹겹히 엉켜 있었다. 그리고 바리케이드와 철조망이 설치돼 있는 곳에는 steven l. baird 명의의 '경고문'이 영문과 한글로 번역, 설치돼 있었다.

경고문에는 "군사지역 내 불법점유자들에 대한 경고"라는 문구로 시작해서 "귀하는 지금 대한민국 정부가 주한미군의 전용사용을 위해 공여한 부동산을 무단점유하고 있다. 귀하는 이 부동산을 점유하도록 인가돼 있지 않으므로 당신은 불법으로 침입하고 있는 셈이다"며 농민들을 무단침입자로 못박고 있다.

이어 이 경고문에는 "이 지역은 대한민국 안보를 위해 돕고 있는 주한미군에 의해 이용되고 있다"며 이 지역을 떠나도록 경고하고 있다. 아울러 어떤 재산상이나 신체상의 우발적 피해도 보상을 않겠다는 책임모면을 위한 글도 빼놓지 않았다. 결국 "우리 땅이니 나가라"는 것이다. 한 농민은 "어떻게 내 땅이 미군 땅이냐"며 "한국인인 것이 슬프타"고 한탄하며 한숨만 내뱉는다.

이날 미관계자 한 사람이 바리케이드와 철조망이 농민들에 의해 파괴되지 않았나 확인하고 있었다. 미8군 한국노무대대(Korean Service Corps) 소속 한아무개씨라고 밝힌 이 관계자는 농민들이 "바리케이드를 열어달라"고 거칠게 항의하자 "열어줄 수 없고 앞으로 열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한 농민이 벼베기를 위해 들어가려고 스토리사격장 앞 차단기를 들어올리고 있다. ⓒ 현장사진연구소 이용남
이 관계자는 또 "미8군에서 지시를 받아 설치해 개폐여부는 자신이 결정할 사항이 아니다"며 바리케이드 설치에 대해 "민간인들의 출입을 막기 위해 설치했다"고 밝혀 앞으로 일체 영농인들의 출입을 막고 영구 사격장으로 고착화시키려는 것으로 농민들은 보고 있다.

농민들은 "이들이 이런 식으로 철조망을 쳐가며 농민들을 쫓아내고 공여된 2백여만평을 모두 사격장으로 만들려는 계획인 것 같다"며 대책마련에 들어갔다.

아울러 이곳 민통선 지역에는 사격장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치욕적인 SOFA 협정, 농민들이 개정하자" "사유농지 미군주는 국민정부 각성하라"는 등의 플래카드가 걸려 있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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