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9일 일요일, 대전 선병원 영안실.
한국인에게 무참하게 살해당한 베트남 여성노동자 니야(nga, 23세) 씨의 빈소에 전국 각지에서 베트남 노동자들이 하나 둘씩 찾아오기 시작했다.
금산, 진천, 수원, 대구, 의성, 멀리 부산 등지에서 찾아온 베트남인들은 고인의 영정 앞에서 향을 머리 높이 들고 잠시 묵념을 한 후 침통한 얼굴로 앉아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들은 니야가 병원에 입원해 있을 당시의 사진을 돌려보았는데, 그 끔찍한 모습에 고개를 가로저으며 안타까운 얼굴이 되었다.
빈소에서 그들을 맞은 사람은 상주가 아니라 수년동안 베트남노동자들을 만나오던 '대전 외국인노동자와 함께하는 모임'의 자원봉사자 박현주(26. 여) 씨였다.
"12시가 넘자 좁고 쓸쓸했던 빈소는 베트남인들로 가득 메워졌어요. 그들의 표정을 좀처럼 밝아질 줄 몰랐고 분노의 기운마저 감돌았습니다. 다른 도시에서 소식을 듣고 온 베트남인들은 대전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이 사건의 전모를 들으며 분노에 찬 목소리로 따졌으며, 뭔가 논쟁을 하는듯 했어요."
이윽고 한 노동자가 베트남대사관과 한국정부에 보내는 호소문을 꺼내놓았고, 돌려가며 읽다가 이름과 주소를 적고 서명을 하기 시작하였다. 호소문은 니야가 가난 때문에 한국에 왔으며, 비모(30)씨에게 무자비하게 구타당해 억울한 죽음을 당하였다는 내용으로, 이 사실을 널리 알려 범인 비(30)씨를 법에 따라 엄격하게 처벌해 줄 것을 요구하는 글이다.
빈소를 나온 베트남인들은 '대전외국인노동자와 함께하는 모임'등 시민단체가 준비한 니야의 추모제에서 참석하였다. 그들은 추모제가 거행되는 동안 내내 눈시울을 붉히며 애통해하여 한국인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하였고 부끄럽게 하였다.
베트남 동료의 죽음을 애도하고 슬퍼할 시간도 넉넉치 않다. 그들중 몇 명은 다시 공장에 돌아가 13시간동안 야간작업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추모제가 끝난 후 무거운 발걸음으로 다시 각자 일터가 있는 도시로 떠났다.
자원봉사자 박현주 씨는 "이 사건으로 한국인은 베트남전쟁 이후 또 다시 베트남인들의 마음에 결코 아물지 않을 상처를 주었다"며 슬픈 모습으로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덧붙이는 글 | 추모식에는 50여명의 외국인노동자들이 자리를 함께 하였다. 니야씨의 주검은 화장될 것이며, 시민단체들이 장례식을 준비하고 있다. 시대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분들은 기사를 앞으로 있을 장례식에 꼭 참석하여 고인의 명복을 빌어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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