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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중음악계에서 갈수록 여성가수의 활동이 활발해지는 요즈음, 가을분위기에 어울리는 여성적이고 섬세한 목소리의 여성가수의 새음반이 나와 화제다.
화제의 주인공은 포크그룹 '노래마을' 출신으로, 한국민족음악인협회(이하 민음협)회원으로 다양한 음악활동을 계속해온 윤정희(28) 씨. 윤정희 씨는 93년 '노래마을'에서 음악생활을 시작하여 수많은 콘서트와 집회현장 등 언더그라운드 음악무대에서 꾸준히 활동해온 젊은 여가수다.
그동안 김원중, 이지상, 이정렬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포크뮤지션들의 음반에서 백코러스로 아름다운 화음의 옷을 입히거나 5.18 기념공연 등 의미있는 무대에서 주로 활동해 오며 소위 포크음악계에서는 차세대 주자로 주목받아온 숨은 재주꾼.
그가 7년동안의 긴 준비를 통해 개인음반 '표현'을 내놓았다. 백창우, 류형선, 조성우, 박우진, 정은주, 손병휘 등 지금까지 진지하고 의미 있는 음악활동을 함께 해오고 있는 선배음악인들이 제 일처럼 함께 만들어낸 이번 음반의 가장 큰 주제는 '사랑과 표현'이다.
소위 민중가요음악활동을 해왔던 이가 '사랑'을 주제로 한 음반을 발표한 것이 조금 의외일 수는 있으나 윤정희 씨는 굳이 민중가요와 대중가요를 나누고 싶은 생각이 없다는 설명이다. "자신은 그저 이 힘든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슬픔을 달래주고 그들에게 휴식을 줄 수 있는 노래를 하고 싶다"는 것. "바로 그런 노래가 좋은 노래가 아니냐"는 반문.
실제로 그의 목소리는 꾸미지 않아도 한없이 편안한 느낌으로 듣는 이에게 휴식을 선사한다. 흡사 장필순의 음색과 비슷한 듯하지만 그보다는 훨씬 촉촉한 느낌을 주는 그의 목소리는 참으로 오랜만에 만나는 여성스러운 목소리이다. 그 여성스러움을 탄탄하게 살리는 가창력은 신인으로 믿기지 않을 정도인데 이미 포크음악계에서는 그의 편안한 목소리에 반해 함께 작업한 이들이 아주 많을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은 목소리라는 주위의 자랑이다.
그 목소리가 첫 개인음반 '표현'에서는 약간 재즈의 냄새가 나는 포크스타일로 다가온다. 이는 과거 김현식과 신촌블루스 등을 좋아했던 그의 음악취향과 무관하지 않다.
보사노바 리듬의 세련됨이 돋보이는 '비는 내리고'와 기타 하나와 첼로 하나만의 담백한 반주가 오히려 풍성한 느낌을 주는 '알고 있나요', 피아노 반주가 신선한 '다시 길위에서'등 그의 앨범에 실린 곡들은 대부분 편안한 곡들이어서 우리는 포크와 재즈가 순하게 잘 섞인 한상의 정갈한 채식을 맛보는 듯하다.
그리고 가사말 역시 그 편안함의 연속이다. 그의 노래 '알고 있나요', '사랑한다면'등의 노래에서 울고 있는 연인을 위로하고, 지친 연인에게 다가가 먼저 상대를 불러주는 착한 마음은 그의 부드러운 목소리와 어울려 이 늦가을 정성스레 피운 모닥불을 쬐는 듯한 따뜻함을 준다.
그 따뜻함은 '표현'음반에 담긴 '사랑'의 지극함에서 더욱 빛이 나는데, 그는 연인들끼리의 달콤한 사랑뿐만이 아니라 세상을 향한 사랑까지도 조심스레 펼쳐놓으며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힘을 주고자 한다.
'지금보다 더 무서운 날이 올지 몰라'(그대힘든날에는)도 '언젠가는 다다를 그 곳을 지금 가'(어디만큼)며 '가슴에 깊은 숲 하나 품고 걸어가는'(다시 길위에서) 그 꿋꿋한 마음은 상업적인 팀에서 음악활동을 하고 싶지 않아 민중가요쪽에 가까운 노래를 불렀던 '노래마을'에서 굳이 음악생활을 시작했던 그의 마음이 지금도 변함없음을 짐작하게 한다.
4년동안의 노래마을 활동경험을 통해 가수는 무대 위에서 보여지는 것이 끝이 아니라 자신이 부른 노랫말처럼 그렇게 살도록 노력하게 되는 것이 중요하는 것을 배웠다고 말하는 윤정희 씨. 그렇게 양심을 지키며 사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더 더욱 그 깨끗함을 지키고 싶다는 윤정희 씨는 그래서 히트에 대한 부담감은 전혀없다고 힘주어 말한다.
지금껏 히트하지 않아도 음악활동을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수 있다는 것. 다만 알려지면 더 많은 사람이 내 노래에 많이 귀기울일 수 있겠지만 방송을 못타서 안달복달하거나 그러기보다는 그저 바르게 가수 생활을 하고 싶다며 웃는 그.
그는 그래서 이번 음반을 준비하면서 많은 것이 힘들었지만 '연한 잎사귀 흔드는 어린숲의 노래'처럼 사람들 곁에 오래 머물고 싶을뿐이란다. 예전보다 가을이 짧아져 벌써 겨울을 느끼게 하지만 그의 착한 마음이 우리 곁에 함께 한다면 다가올 겨울도 그다지 추울 것 같지만은 않다.
문화강국에서 발매 중인 그의 음반은 문화강국 홈페이지 www.sorigol.co.kr이나 윤정희 홈페이지 www.raincoat.co.kr에서만 구입이 가능하다. 이곳에서 직접 그의 노래를 들어볼 수도 있다.
덧붙이는 글 | 문의 364-8031(한국민족음악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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