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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왔다. 가끔 가을내음이 나기도 하지만 엄연히 입동이 지났으니까 절기상으론 겨울인 셈이다. 찬바람이 불면 거리의 먹거리 노점상들이 더욱 더 눈에 띈다.

먹거리 노점상들의 말로는 대로변보다는 이면도로 건물 앞이 더 유리하고 건물주와 주변 상인의 승낙을 받으면 쉽게 장사를 할 수 있다고 한다. 야간 유동인구가 많아야 하므로 유흥가, 지하철 역, 대학가 등이 장사하기 좋다.

먹거리 노점상은 겨울철 3∼4개월이 대목이다. 그래서 그런지 여름철에는 먹거리 노점상이 있어도 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아마도 추위는 수시로 배를 채워야 이겨낼 수 있기 때문에 그런가 보다.

겨울철 먹거리 노점상의 대표는 겨울에만 눈에 띄는 군고구마이다. 군고구마로 쓰이는 고구마는 밤고구마이며 드럼통을 잘라만든 통에 넣고 굽는다. 최근에는 학생들이 아르바이트로 군고구마 장사를 하곤 하는데 경험이 없다 보니 설익은 것도 봉투에 들어온다. 군고구마는 나이 많은 노인들이 지긋이 구워 담아주는 게 그 맛이 제격이다.

군밤 역시 겨울철 노점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먹거리다. 집에서 밤을 구워 먹을려고 해도 자칫하면 튀어오를 수 있는 위험성 때문에 자제하거나 제대로 구워지지 않아 속상해 한 경우가 있을지 모르겠다. 군밤은 제대로 구워져 입이 딱 벌어져야 까먹는 재미가 있다.

뜨끈한 국물이 생각나는 어묵은 단독으로 노점상 먹거리에 등장하기 보다는 떡복기, 붕어빵 호떡 등과 더불어 눈에 띈다. 가격은 싼 곳은 하나에 200-300원에서 판매되지만 대도시의 경우 야간에 천원 이상에 판매되기도 한다. 어묵 하나 먹고 국물을 열 국자나 떠 먹는 만행(?)을 저지르면 에티켓이 갖춰지지 않은 소비자라고 노점상들은 말하기도 한다.

붕어빵은 옛날보다 많이 업그레이드가 돼서 예전의 붕어빵은 몸통부위에만 단팥이 있었지만 지금은 전신에 단팥이 고루 들어 있는 것이 선호된다. 둘의 맛 차이는 확연히 다르니 주의해서 구입하자. 변종으로 미니붕어빵과 대구에서 비롯된 잉어빵이 있는데 기존의 붕어빵과 큰 차별성이 없어 현재는 주춤거리고 있다.

오다리는 한때 부산지역에서 크게 붐을 일으켜 전국으로 확대된 노점 먹거리다. 오징어 다리만을 골라 즉석에서 버터로 구워내는 오다리는 요즘은 그 기세가 많이 꺾였지만 아직도 한켠에서 고소한 냄새로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 단점이라면 끈적끈적한 버터가 손에 묻어난다는 점과 일부 비양심적 노점상들이 버터대신 다른 재료로 오다리를 구워내 질을 떨어뜨리곤 한다는 점이다. 변종으로 오다리 전기구이가 있지만 기존의 오다리만 하지 못한 것 같다.

이밖에 해마다 바뀌는 '의외의 히트상품'이 있다. 사오정 피자, 용가리빵, 계란빵, 바나나스틱 등은 한때 크게 인기를 누렸던 상품이지만 지금은 가끔씩 보일 뿐이다. 손재주 좋은 노점상 먹거리 판매상들은 새로운 제품을 개발해 노점 체인점을 내기도 한다. 올해 겨울에는 과연 어떤 노점 먹거리가 주목을 끌지 사뭇 기대된다.

경제난이 가속되면서 노점상이 늘어나고 어떤 곳에서는 이를 단속하는 문제로 실랑이가 벌어지곤 한다. 그래도 먹거리 노점상이 없는 번화가는 너무 살풍경하다. 거리에서 마음의 여유도 찾고 어려운 노점상들을 도와주는 셈치며 한번씩 별미를 먹어보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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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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