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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주제로 해 1992년 3월 25일 문을 연 일본 나가사키의 체류형 워터프론트(해안을 매립해 조성한 테마파크) 리조트 ‘하우스텐보스’.
'하우스텐보스'는 네덜란드말로 '숲속의 집'이란 뜻이다.
한동안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최고 ‘테마파크’로서 명성을 구가했던 하우스텐보스가 이제 전환을 모색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자국은 물론 전세계 관광객의 주요 방문지로 각광받던 하우스텐보스는 1997년부터 현저하게 줄어든 입장객으로 인해 심각한 경영난을 겪으며 존폐 위기를 맞고 있다.
나가사키 공항에서 고속버스로 1시간 40분 거리에 있는 신도시형 레저시설인 하우스텐보스의 총 면적은 50만평. 놀이시설 파크로 유명한 ‘도쿄 디즈니랜드’의 두 배다.
1982년 12월 자본금 21억4000만엔으로 은행, 자동차, 전기, 건설 회사 등의 주주 230명이 참여한 하우스텐보스 주식회사는 400년 전 나가사키항에 첫 서양 문물을 들여온 네덜란드에 대한 향수를 그리며 네덜란드형 마을을 완벽하게 재현해냈다.
현재 이 곳에는 호텔 5개(총 874객실), 레스토랑 58개, 쇼핑시설 68개 그리고 네덜란드 민족박물관과 네덜란드 상관(商館) 등 12개의 다양한 박물관이 있다. 이 밖에 애니메이션과 범섬타기 등을 체험할 수 있는 10여 개의 오락시설도 갖췄다.
입장료는 5800엔(한화 약 5만8000원)으로 어떤 곳이라도 갈 수 있다(택시와 버스요금 제외). 하지만 단조로운 시설과 즐길거리 없는 하우스텐보스는 그 명성을 오래 유지하지 못했다.
1992년 오픈 후 한 때 제주도 전체 관광객 400만명대보다 많은 500만명이 이곳을 다녀갔지만 1997년 413만명으로 뚝 떨어진 입장객은 이듬해 400만명, 지난해 328만명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차지하는 비율은 10%도 채 되지 않고, 전체 외국인 관광객 중 67%가 대만인이며 한국인도 5%를 차지하고 있다.
올해 300만명 유치마저 불투명한 하우스텐보스는 현재 적자운영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태. 급기야 총 2550억엔을 들인 하우스텐보스㈜는 올해 초 주주로 참여한 10여 개 은행으로부터 200억엔의 부채 탕감을 조건으로 사장이 바뀌는 수모까지 겪었다.
하우스텐보스의 한 경영자는 “400만명이 하우스텐보스의 손익분기점으로 보고 있다”라며 “현재 놀이시설 확충 등의 다양한 대책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나가사키현과 하우스텐보스측은 우선 실패 원인으로 비싼 입장료, 일본인조차 잘 모르는 네덜란드식 색깔, 특성이 없는 건물의 획일성 등을 꼽고 있다.
하지만 직접 하우스텐보스를 둘러본 관광객은 저마다 “휴양시설로는 적합할지 모르지만 즐길 수 있는 놀이시설이 너무 부족해 가족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를 보인다”고 입을 모은다. 한마디로 다시 찾도록 할 메리트가 없었다는 것이다.
‘2000년 관광의 해’를 표명한 나가사키현도 올해 ‘관광행동기획’이라는 마스터 플랜을 계획, 하우스텐보스의 방향 설정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고 있다.
나가사키현 관광국 관계자는 “하우스텐보스 자체가 너무 정적인 분위기에 치중, 동적인 맛이 하나도 없다”라며 “너무 완벽하게 모방한 나머지 빨리 싫증을 느끼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또 “주 고객층이 20대 젊은 여사원이란 사실이 보여주듯 유명 브랜드처럼 한 번 찾은 뒤 이후 발길을 돌린다”라며 “이러한 이미지를 깨는 것이 운영난 타개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화산 피해 가옥과 원폭 흔적지를 관광상품화하는 일본이지만 현재 하우스텐보스의 운영방식과 테마 성격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나가사키현 관광국의 한 관계자는 “2~3년 안으로 하우스텐보스에 대한 재투자 및 운영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며 “나가사키 당국 등에서 어떠한 결론을 도출해낼지는 아직 모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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