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小窓多明(소창다명)
使我久坐(사아구좌)
겨울날 장작을 한아름 패 놓고 다실 창가에 앉아 책을 봅니다.
찾아오는 사람이 없어도 창 틈으로 들어오는 늦가을 오후의 햇살이 너무 좋아 나는 오래도록 자리를 뜨지 못합니다.
꺽정이가 짖기 시작합니다.
봉순이가 짖기 시작합니다.
부용이가 짖기 시작합니다.
세 녀석이 동시에 짖어댑니다.
오토바이 소리가 들리고 어김없이 우체부가 옵니다.
우체부는 신문과 우편물을 툇마루에 툭 던지고 사립을 빠져나갑니다.
오토바이 소리가 멀어질 때까지 봉순이네 식구들 짖는 소리는 그치지 않습니다.
매일 보는 우체부지만 녀석들은 매일 사납게 짖어댑니다.
헬맷을 쓰고 아무 소리 없이 뭔가를 툭 던지고 사라져 버리는 우체부의 태도가 기분 나쁜 것일까요.
오토바이 소리만 들리면 매일같이 사력을 다해 짖어대는 봉순이네들도 봉순이네지만 우체부도 참 어지간히 무덤덤한 사람입니다.
녀석들이 짖거나 말거나 뭐라고 핀잔 한번 안 주고 그저 우편물만 던져놓고 휙 사라져 버리니까요.
녀석들 소리가 잠잠해지자 나는 문을 열고 나와 우편물을 살펴봅니다.
신문과 정기간행물들 틈에 편지 한 통이 섞여 있습니다.
다실 안으로 들어와 유리창의 밝은 햇살 아래 봉투를 뜯습니다.
한지에 정성스럽게 쓰여진 붓글씨 두 구절.
小窓多明 使我久坐
(작은 창에 햇볕이 너무 많아 나로 하여금 오래 앉아 있게 한다.)
또 한 장의 한지에 붓으로 쓴 정갈한 편지가 이어집니다.
"동천다려(東天茶廬) 주인에게
문득 붓들고 있다가 보길도 쪽빛 물결 위로 부서지고 있을
가을 햇살이 생각나서 써 보았네,
풀꽃상으로 받은 피아노도 안녕하시겠지?
울렁울렁 파도가 자꾸 내게 쳐들어 와서.....
정묘년 시월 ㅈ ㅁ"
선배의 햇살 같이 따사로운 마음이 자꾸 울렁울렁 쳐들어 와서 나는 늦도록 다실 창가를 떠날 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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