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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천년고찰 법화사지는 제주시 외도동의 수정사지와 더불어 제주도의 대표적인 사찰유적이다.

법화사는 불교가 성했던 12-15세기 제주를 대표하는 절로 18C에 멸실된 후 1987년부터 복원에 들어가고 있다. 조선초기 제주목의 수정사 노비가 130명이라는 데 비해 법화사 노비의 수가 283명이었던 걸로 미루어도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고려말에 지어졌다고는 하나 실상, 통일신라 해상무역왕 장보고가 법화경을 중심으로 한중일 무역항로 개척중 법화사를 해상무역의 안녕과 국태민안을 기원하기 위해 지었던 것을 원나라 건축공에 의해 중창됐다고 한다.

법화사 역시 1702년 목사 이형상이 '당오백절오백'을 없앨 당시 폐사됐다가 대웅전을 비롯하여 당시 모습으로 복원중에 있다. 더구나 극락정토의 구품세계관을 상징하는 구품연지(九品蓮池)는 3천8백여평에 이르러 경복궁내 경회루 연지나 경주 안압지보다 면적이 크다. 대웅전의 남쪽에 위치한 이 연못은 처음 늪지로 발견되었으나 발굴조사를 통해 연못임을 확인하고 구품연지로 복원을 하게 된 것이다.

신라안압지처럼 봉래-방장-영주 삼신산을 상징하는 삼신도와 섬 사이에 돌다리가 조성되어 잇는 연못. 살포시 고개르 내민 연꽃의 홍조가 물든 연못이 파르르 떨며 새생명을 자축한다.

'탐라지'에 '그 절터와 나한전 자리의 주춧돌과 섬돌들이 모두 크고 정밀하게 다듬어진 석재를 사용하여 흥성시에는 굉장했었음을 짐작케 한다'고 나와 있는데, 앞으로 구산봉 자락에 자리잡은 법화사가 모두 복원되었을 때의 웅장하고 대가람으로서의 위치를 상상할 수 있겠다.

출토되는 기와중에는 구름과 용이 정교하고도 활달하게 새겨진 雲龍文 '숫막새 기와'가 있다. 고려 도읍지였던 개경 滿月臺에서 출토된 궁중기화 형식과 똑같다고 한다. 이 숫막새와 맞물리는 암막새에 봉황무늬가 수놓아져 있다. 이런 궁중기화 형식을 미루어 보면 혹시 법화사가 단순한 절에 머문게 아니라 '정치적 기능'까지 갖춘 일종의 정청과 같은 곳일 수도 있다고 추정해볼 수 있다.

중창된 법화사에는 아미타 삼존불상이 안치되어 있었는데... 태종실록에 보면 「명나라 사신 황엄이 와서 제주 법화사의 아미타불 삼존은 원나라 양공이 만든 거라 자기들이 가져감이 마땅하다 했다. 이에 태종이 희롱하는 투로 그러함이 마땅하나 다만 부처님 귀에 물이 들어갈까 두렵소라며 제주바다를 건너기가 어렵다했으나, 곁에서 황엄이 제주의 지세를 살피고자 하는 구실이라 귀띔하자 김도생 등을 시켜 불상을 가져오게 하여 인도해버렸다」고 기록되어 있다.

법화사는 서귀포 하원동 일주도로에서 1.5km정도 한라산을 향해 나아가거나 중문 오렌지파크에서 100도로로 가는 도중 회수동 네거리에서 좌측 동쪽길로 2km정도 들어가면 입구를 가리키는 팻말이 있다. 제주 중산간 길이 다 그렇지만 길은 쭈욱 잘 뻗어 있으나 꼬불꼬불한 게 여행하는 맛을 돋구어(?) 낸다.

제주도기념물 제 13호 제주법화사. 그곳 주지 시몽스님의 도량도 널리 알려져 있는 상태이다. "인간의 순환에서 볼 수 있는 끝이란 없다. 끊임없이 돌고도는 세상에 존재의 시초는 인지할 수 없다. 윤회의 주요 원인이 되는 무명에 대해서도 무명은 없다. 시작도 끝도 없는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게 지금 중요하다."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면 괴로움을 벗어날 수 있다고 한다. 지금 글을 쓰는 나의 입장에서도 명확히 그 뜻을 전달해주기가 힘들다. 그래서 '여행'은 우리가 갖고 있는 궁금증을 해갈해준다. 아니 최소한 그 해답의 씨앗이라도 뿌려준다.

이 조그만 제주의 깊은 넓은 곳에서 그 해답을 여러분이 찾길 고대한다. 그 가운데 '제주'의 참모습도 함께.

이곳 하원동에서 '탐라왕자묘'로 추정되는 묘 3기를 발굴, 지금 도지정문화재로 지정하여 앞으로 새롭게 단장된 또하나의 제주유적을 볼 수 있게 된다.

고려후기 묘제 양식으로 묘의 축조, 형태, 매장방법 등을 살펴 15세기 이전 제주 고위층의 고분 형태를 알 수 있는 역사 교육장이 될 것 같다. 법화사에서 내려와 해안으로 향하면 대포동 지삿개 주상절리에서부터 해안의 비경을 감상할 수도 있어 여러모로 이목이 모아지는 하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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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학신문기자, 전 제주언론기자, 전 공무원, 현 공공기관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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