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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수배중인 동생의 생일이었습니다.
아침에 어머니께서 집에도 못 오는 동생 생일이라면서 팥밥을 짓고 미역국을 끓이셨습니다. 밤새 장사를 한 피곤한 몸으로 학교에 있는 동생을 위해 손수 밥과 국과 나물을 곁들인 구색을 갖춘 생일상을 식구들에게 내 놓으신 겁니다.
보통 아침에 주무시는 부모님의 잠을 깨우기 싫어서 아침 먹는걸 포기하는 저는 특별한 기분으로 아침밥을 먹었지요.
제가 밥 먹는걸 물끄러미 바라보던 어머니는 "지가 태어나는데 내가 고생했지 그놈이 고생했냐?"며 "미역국은 나 먹으려고 끓였다!!"고 씁쓸한 표정을 지으시는 겁니다.
그리고는 집에도 못 오는 그 못난 놈 먹이려고 밥을 한 게 아니라 우리 식구들 먹이려고 생일상을 차린 거라고 하셨습니다.
그러자 괜히 또 내가 서글퍼지기 시작하는 겁니다. 갑자기 그 생일상이 제사상처럼 보이고 하루밖에 없는 그날의 의미가 한꺼번에 뒤바뀌는 기막힌 역설이 가능한 우리나라에 대한 상념.
제 동생은 한총련 대의원이라는 단 하나의 이유 때문에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수배가 떨어진지 8개월입니다. 자신이 믿는 이념에 따라서 그 단체에 가입했다는 이유 때문에.
새로운 세기를 맞이해도 사상의 자유는 요원하기만 하고 우리나라를 파탄에 이르게 한 기득권세력의 서슬은 아직까지 퍼렇기만 합니다.
북한에 가서 괴뢰집단의 '수괴'를 만나고 온 가장 대표적인 국가보안법 위반자인 김대중 대통령은 노르웨이까지 가서 노벨평화상을 받아오는 대한민국에서 군대도 가지 않은 제 어린 동생은 차디찬 학생회관에서 먼지투성이 담요와 다 떨어진 전기장판에 몸을 의지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 있는 수많은 정치범들은 또 다시 추운 겨울을 감옥에서 나야하겠지요.
이런 저런 생각 때문에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면서 집을 나서는데 잠을 못 주무셔서 부은 눈으로 돈 2만원을 쥐어주시는 겁니다. 따뜻한 생일밥은 먹일 수 없어도 동생이 신을 따뜻한 양말이며 옷가지를 사 주라고 하시면서.....
전 오늘 동생과 함께 수배자 최고의 음식인 자장면 곱배기나 시켜먹으렵니다. 자장면 곱배기에 촛불이 꽂아질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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