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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와 같은 변방(?)에서 학벌이나 줄도 없이 그동안 헤쳐온 문학의 길 자체가 한편의 소설같다는 소설가 오성찬. 그가 아기자기한 제주의 자연과 전설을 곱게 갈아 최근 첫 창작장편동화집인 『꿈꾸는 섬의 아이들』을 내놓았다.

창밖을 보며 시를 읊고 싶도록 아름다고 너무 좋은 우리 강산이 지난날 몽고와 왜구들에 총칼로 짓밟혀 온 역사를 내면깊이 알기에 혼자 울 때가 있었다는 작가는 이탈리아 작가 아미치즈의 동화 '쿠오레(사랑의 학교)'가 참된 삶의 감동을 준 것처럼 『꿈꾸는…』도 우리 어린이들에게 살아나길 기대했다.

『꿈꾸는…』은 서울에서 교환학생으로 온 진우가 서울에서 맛볼 수 없던 세상을 섬(우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풀어내고 있다.

처음 제주에 발을 들여놓은 아이의 눈에 비친 제주의 모습. 선장님을 통해 바다에도 밭이 있는 걸 알게 되고 무모한 여행을 떠나려는 코풀레기 형에게 잡혀 바다로 갈뻔하던 이야기, 나무들의 나라로 갔던 꿈이야기와 갯쑥부쟁이, 산딸나무꽃 등을 발견하던 풀꽃대회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소설.

우도를 일궈온 해남이 할아버지의 바다사랑을 통해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생생한 자연과 어른들의 삶을 책이 아닌 현장에서 체험하는 아이들과 아이들의 눈을 통해 들려주고 있다.

선생님과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뱀굴의 전설' '오백장군 이야기' '설문대할망 이야기' '보목리 조록이당 이야기'가 감초처럼 묻어난다. 작가는 곳곳에 숨은 전래동화를 액자화시키면서 제주의 얼을 어린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나는 참 이 섬에 오길 잘했습니다. 이제 나는 섬이 지켜줄 것입니다. 섬을 비잉 에운 바다가 지켜 줄 것입니다. 나는 이제 모든 위험한 것들로부터 떠나서 안전한 섬으로 온 것입니다"라며 섬에 발을 내딛던 아이.

떠나면서 "뱃머리에 반 친구들이 모두 나와 손을 흔들고 있었으나 나는 눈물때문에 아무 얼굴도 알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섬을 떠나 배를 타고 오는데도 섬과 섬의 친구들은 자꾸 나를 따라오고 있었습니다"라고 한 말이 여운을 준다.

한라산에 오르려거든 현길언(소설가)과 오성찬의 글을 읽어보라던 어느 평론가의 말처럼 오성찬은 '우리 안의 식민지' '어두운 시대의 초상화' 등 제주의 얼굴을 그려 왔다. 소설가 오성찬은 이번 동화책이 우리 아이들에게 숲의 곧은 나무처럼 아름답게 자라는 길잡이가 되길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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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학신문기자, 전 제주언론기자, 전 공무원, 현 공공기관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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