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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8시 30분

학교 정문에서 전경과 대치 중이던 학생대오는 정문 안으로 들어간 상태이며, 여전히 두 은행 노조원들은 곳곳에 모여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증강된 전경은 정문 건너편에서 인도를 반 이상 차지하고 길게 늘어서 있다.

6호선 고려대역 역사 안에는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50여명의 노조원들이 무리지어 있고, 고대로의 진입을 시도하는 논의를 진행 중에 있다.

노조원들은 지점이나 부서별로 함께 행동하고 있는 듯 20여명씩 무리지어 있는데 지속되는 추위와 피로함 속에 지친 듯 집으로 돌아가서 쉬자는 의견, 이렇게 뿔뿔이 흩어지면 안 될 것이라는 염려 등 여러가지 논의가 계속되고 있었다.

노조원들이 역사를 빠져 나와 고대 정문으로 이동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출입구부터 봉쇄한 전경이 일일이 신분증을 검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학교 정문보다는 그나마 검문검색이 뜸한 학교 외곽 지역에서 무리지어 이동하는 노조원들이 목격되기도 했다.


오후 6시 55분

학내로 이동했던 학생들이 앰프를 들고 다시 나타나 내건 플랭카드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민족고대에 오신 금융노동자 여러분 환영합니다"

고대로 들어오는 모든 입구는 전투경찰에 의해 봉쇄되어 있다. 경찰을 태운 버스는 도로 한차선을 검거한 채 학교 주변을 빙 둘러 주차한 상태이다.

얼마 전 개통된 6호선 안암역과 고려대역 역시 경찰이 출입구를 틀어 막고 있어 일반인의 출입조차 힘겨운 상태이다.

삼삼오오 모여서 배회 중인 두 은행노조원들은 매우 차분한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

추운 날씨를 피해 커피숍을 찾기도 하고, 저녁 식사를 위해 식당을 찾는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즉석 회의를 통해 이후 행동을 결정하고 있다. 우선 오늘은 각자 흩어지고, 내일 종로에서 만나자는 의견이 나오기도 하고, 계속 주변에서 머물면서 다음 메시지를 기다리자는 의견도 제시된다.

경상도 사투리며 전라도 사투리가 섞인 말투로 보아 전국에 걸친 노조원들이 상경하여 지속적으로 강제 합병에 맞서고 있는 듯하다.

경찰이 정문 건너편에서 곳곳에 배치 되어 역시 곳곳에 모여 있는 노조원들을 경계하고 있고, 이곳 저곳에서 경찰과 노조원들간의 말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


오후 6시 05분

전경은 계속적으로 증강되고 있는 상태이며, 일산에서 강제 해산된 노조원 1만 5천여명이 고대로 집결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고대 앞에 사는 40대의 아주머니는 주택은행을 다니는 동생이 온다고 해서 나와서 기다린다고 한다.

삼삼오오 모여 있는 은행원들은 근심어린 눈으로 건너편 정문 쪽을 응시하고 있다.

학생 대오는 학교 안으로 들어갔고, 30여 명이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 깃발 아래 경찰과 대치 중이다.

학교로 들어가려는 은행 노조원들과 경찰과의 마찰을 지켜본 노조원들은 정문 건너편에서 사태를 주시고 있다.

고대 집결은 전화메시지 서비스를 통해 전달되었다고 한다.


오후 5시 30분

고대 정문은 굳게 닫혀 있고, 임시 게시판 놓여 있다.

"입시기간 중 수험생 이외의 외부인 출입을 금합니다. 12. 27 총무처장"

이는 국민, 주택은행 노조원들이 고대로 집결하는 것을 전해 들은 조처로 보인다.

방금 전에는 학교로 진입을 막는 경찰과 배낭을 맨 노조원들 간에 실랑이가 있었으며, 이에 학생들은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오후 5시

오후 5시를 약간 넘은 지금 시각 고대 정문에는 고대, 경희대 및 민주노동당학생위원회 깃발 아래 100여 명의 학생들이 학교로 들어가려는 사람들을 검문하는 경찰에 맞서 대치 중이다.

정문 안에는 은행 노조원으로 보이는 일단을 무리가 모여 있고, 그 중 10여명은 학생들 대오 쪽으로 이동하여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가방에 침방이나 이불을 묶고, 정문으로 들어서려다 저지당하고 안암로타리 방면으로 이동하는 노조원들도 목격되고 있다.

일산 국민은행 연수원에서 강제 해산 당한 주택, 국민은행 노조원의 2차 집결지가 고대인 것으로 보이며, 경찰이 이를 눈치채고 검문 검색을 강화하고 있으며, 처음에는 2개중대였던 경찰이 지속적으로 증강되고 있는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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