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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경비구역 JSA>가 <쉬리>의 기록을 넘어선지 하루가 지난 1월 5일, <명필름> 심재명 대표를 혜화동 한옥 사무실에서 만났다. 영화 한 편을 만들기 위한 철저한 준비와 적절한 마케팅으로 유명한 그녀는 대기록 경신에 오히려 무덤덤한 반응이었다.

기록경신이 2000년을 넘어선 서운함 때문일까? <명필름> 관계자는 <공동경비구역 JSA> 만의 기쁨이라기보다는 한국영화의 발전으로 보고 싶은게 심재명 대표의 바램일 것이라고 일러준다.

관련기사: 기다려온 축배, <공동경비구역JSA>에 경배를/ 임유철 기자

- <쉬리>의 기록을 드디어 경신했다. 소감은?

"한국영화, 특히 <공동경비구역 JSA>를 사랑하는 관객들에게 정말 감사하는 마음이다. 99년 <쉬리>의 기록은 정말 10년은 깨어지지 않을 기록으로 생각했다. 이렇게 1년만에 경신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것도 우리가 만든 <공동경비구역 JSA>이 기록을 경신하면서 '아, 한국영화의 산업적인 가능성이 굉장히 크구나'하고 생각했다."

- <공동경비구역 JSA>의 기록 경신이 제작자로서 개인이 가지고 있을 기록을 경신한 것도 아닌가.

"하하, 이것이 무슨 올림픽 경기도 아니고, 저 개인적으로는 기록을 세우는 것에 의미를 두진 않는다. 꼭 한국최고 기록을 작성하는 영화를 제작하겠다는 특별한 계획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다만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좋은 영화를 만들겠다고 생각할 뿐이다. 다행히 <공동경비구역 JSA>는 유난히 운도 따라주었고, 결과도 좋게 맞아 떨어진 것이다."

- 처음 <공동경비구역 JSA>를 기획할 때에는 이런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다고 들었다.

"그렇다. 소재에 대한 우려도 있었고, 시나리오 자체가 장르영화의 컨벤션을 따라가는 유형도 아니어서, 적어도 투자사들에게 손해를 끼치지 말자는 것을 최대의 목표로 삼았다. 서울관객 50만명을 <공동경비구역 JSA>가 할 수 있는 최대의 목표로 삼고, 작업을 해왔고, 지금의 결과는 전혀 예측을 할 수도 없었고, 바라지도 않았다."

- 공동대표인 이은감독이 많은 애정을 가지고 시작한 것 같다. 서로 장단점을 보완하며 작업하는 것으로 아는데, 어떤가?

"처음 소설을 읽고 시작하자고 제의를 한 것이 이은감독이다. 저도 소설을 읽고, 젊은 작가가 바라보는 분단의 현실이 새롭고 또 영화적이었다. 그래서 이은감독의 제의에 흔쾌히 동의를 했고, 우리 회사의 사람들도 만장일치로 찬성했다. 어떻게 보면 <공동경비구역 JSA>는 아이템을 발견해서 시나리오화 하는데까지 그렇게 많은 노력이 들어가지는 않았다."

<명필름>작업실에서 심재명 대표. 충무로의 여장부라는 그녀는 주위의 칭찬에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 임유철
- 언제부터 대박을 예감했나.

"저 개인적으로는, 처음 러쉬필름을 보고나서 직감했다.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은 영화가 나올 것이다고 생각했다. 이미 편집과 기술과정과 음악 믹싱을 보았을 때, 우리 나름대로는 굉장한 자신감이 있었다. 그 자신감이 기자 시사회로 이어졌고, 우리가 만든 것이 전혀 엉뚱한, 이상한 것은 아니구나 하고 확신이 들었다. 1만2000명의 릴레이 시사회도 확신을 가진 후에 진행했다. 이 영화 제작비에 걸맞는 마케팅를 시작했고, 광고비도 <명필름>의 어떤 영화보다 많이 썼다. 모든 과정에서 자신감을 가지고 대처를 했었다."

- 어려운 점들도 많지 않았나?

"영화를 시나리오를 쓰고 시작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다. 사소한 것이지만 국방부의 제작지원을 받지 못했고, 개봉하기 전에 '18세 관람가'를 받고 재심의를 신청하고 번복하고 하는 과정이 힘들었다. 개봉하고 나선 'JSA 전우회'에서 난입하고 항의하는 것이 힘든 것이었다. 개인적으론 'JSA 전우회'에서 현실과 영화를 구분하지 않고, 자신들의 의견을 폭력적으로 피력했을 때, 영화하는 사람으로서 좌절도 하게 되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공동경비구역 JSA>가 많은 사랑을 받고 있고 많은 영향력을 가지고 있구나라고 (감정을) 상쇄하게 되었다."

- 9주 연속 1위를 달리다가 <단적비연수>, <리베라 메>의 협공을 받았다. 배급을 맡은 'CJ엔터테인먼트'가 두 마리 토끼를 다 손에 쥐고 있었는데, 그때 심정은 어떠했나?

"<단적비연수> 개봉 전에 관객동원수 경신속도가 워낙 빨라서 최단기간 기록경신을 내심 기대했었다. 사실 개봉이 늦어졌으면 하는 바램도 있었다. 하지만 <명필름>만의 욕심일 뿐이었지만, 다행스럽게도 그 두 대작이 개봉을 했어도 관객수가 많이 떨어지지 않았고, 상영관이 줄었어도 좌석점유율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 이것이 영화의 힘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추석시즌에 개봉했어도 경쟁할만한 대작들이 없었던 것도 큰 행운이다. 한편으론 미안한 마음도 있다."

- 제작자 본연의 객관적인 감각으로 <공동경비구역 JSA>를 보면 무엇이 이런 관객들의 호응을 받게 된 것이라고 보나?

"어떤 아쉬움이 영화 속에 있긴 하지만, 젊은 관객들이 이 영화를 평가해 줄 때에는 한국영화의 완성도를 중심으로 최선을 다했던 제작진의 의도에 많은 점수를 준 것 같다. 한국영화도 이정도 만드는구나 라고 송구스러운 칭찬도 많이 받았다. 사실 어려운 소재이기도 하지만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에서 분단의 현실, 분단의 아픔을 영화화했던 그 소재의 잠재적 파워도 있었던 것 같다. 다루긴 어려웠지만 우리 국민들에게 호소력을 가지는 소재였고, 그걸 완성도 높게 만들었다는 점이 관객의 호응으로 이어진 것 같다."

ⓒ 임유철

- 개봉 전 외국 기자들의 시사회에서 좋은 반응을 받은 걸로 알고 있다. 이제 해외 영화제 등 밖의 반응을 많이 접했을 텐데, 반응은 어떤가?

"헐리웃의 장르영화도 아니고, 외국인들에게 오락적인 기능을 가진 영화도 아니어서, 많은 걱정을 했지만 일본 바이어들이 200만불에 <공동경비구역 JSA>를 사가는 것을 보면서,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라는 소재의 차별점, 장점이 해외시장에서도 돌파력을 가지고 있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다. 가을에 있었던 '뮤페드'에서 특히 독일 바이어들이 많은 관심을 보였다. 베를린 영화제 공식 경쟁작으로 출품됨으로써 일본지역은 이미 팔았지만, 유럽이나 미국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작으나마 성과들을 올릴 거라 낙관하고 있다."

- 젊은 예비 영화인들, 특히 여성들에게 많은 모범이 되고 있다. 후배들에게 영화인의 조건을 들려준다면...

"제 스스로에게 부끄러움도 있지만. 프로듀서든 감독이든 영화의 모든 분야에 대한 기본기를 갖추었는지 물어보고 싶다. 그런 조건을 갖추었다고 자부하는지, 자부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제가 느끼는 아쉬움은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려는 노력보다는 성공, 분야를 뛰쳐나가는 확장에 더 욕심을 내는 것이 아닌가. 자신의 분야에 최선을 다하고, 전문인으로서 노력을 다하는 것이 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제일 중요한 자세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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