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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의 눈에 비친 대전천의 모습은 어떨까?

대전 동문초등학교 6학년에 다니고 있는 지정현 어린이는 "너무 더러워요"라며 한마디로 잘라 말한다.

정현이에게 대전천은 마음에 드는 구석이 하나도 없다. 신발을 벗고 첨벙첨벙 물장구를 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학교 교과서에서 배운 잠자리며 물고기가 보이지도 않는다. 오직 보이는 것은 천변 위로 달리는 자동차와 바닥에 깔린 콘크리트, 그 위에 주차돼 있는 차들뿐이다.

그나마 여름 장마철 비가 온 뒤가 아니면 물도 시원스레 흘러가지 않는 대전천엔 일년 내내 쓰레기와 함께 더러운 물만 조금씩 흐를 뿐이다.

그러나 이런 대전천이 정현이에게 지금은 사뭇 다르게 보인다. 지난 4월 22일 지구의 날 행사 때부터 8개월 동안 친구들과 푸름이(대전환경운동연합 어린이 환경 지킴이) 활동을 통해 대전천 곳곳을 둘러본 결과 다가가기도 싫던 대전천이 사람들 때문에 이렇게 돼 버렸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대전 시내 한 복판을 흐르는 대전천은 원래 물도 많이 흐르고 책에서 보았던 물고기며 곤충, 이름 모를 풀들이 자라나 여름이면 자기와 같은 또래 아이들이 멱도 감고 고기 잡고, 겨울이면 썰매도 타고 좋은 놀이터 였던 것을 중학생이 다 돼 가는 지금에서야 깨달았다.

그런 정현이가 오늘(9일) 어른들의 기억 속에 자리잡은 대전천의 원래 모습을 자신과 같은 아이들에게 돌려 달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친환경적 하천관리를 위한 시민토론회"라는 거창한 이름이 붙은 토론회에서 지난 8개월 동안 느낀 문제점을 주변의 도움을 받아 발표한 것이다.

대전천의 가장 큰 문제로 정현이는 우선 대전천이 사람보다는 자동차가 들어갈 수 있게 만든 하상 도로와 주차장을 들었다. 대전천을 점거해 버린 자동차들 때문에 사람도, 식물도, 물고기도 모두 대전천을 떠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대전천의 건천화와 복개 문제, 상류의 오염원 유입, 골재 채취가 대전천을 점점 죽게 하고 있다며, 미래 세대의 주역인 푸름이들이 바라는 하천상을 발표했다.

정현이는 자신이 바라는 대전천은 "자동차보다 우리들이 대전천에 들어가 물놀이도 즐기고 물고기도 잡을 수 있는 하천이 됐으면 좋겠어요"라며, 참석한 어른들에게 대전천을 친환경적이고 생태 학습장의 기능을 가진 하천으로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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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충남 민언련 매체감시 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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