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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주에서 태어나 광양에서 광양동초등학교와 광양중학교, 광양농고를 졸업할 정도로 유년시절을 광양에서 보낸 우리에게 친밀한 동화 작가로 잘 알려진 정채봉씨(55, 샘터사 이사)가 지난 9일 타계했다. 향년 55세.

타계하기 며칠 전까지도 병원에서 의식을 잃기 전에는 최근 출간된 미니북 '하얀사랑'에 직접 사인을 해 병원관계자들에게 일일이 나눠 줄 정도로 동심과 같은 그의 성품은 그래서 많은 이들이 그의 죽음을 애석해 하고 있다.

그가 죽음을 예견했는지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현대문학북스)라는 긴 제목의 이 시집에는 지난해 간암 치료를 받으면서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었던 시인이 병실에서, 혹은 현재 머물고 있는 북한산 자락에서 쓴 시는 고통스런 생사의 갈림길에서도 따뜻한 마음을 잃지 않는 애틋한 사랑과 어린 아이와 같은 맑은 영혼이 스며들어 있어 더욱 더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가슴을 저미게 한다.

서시 격인 첫 시 `슬픈 지도'에서 마지막 시인 `슬픔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까지 67편의 절절한 싯귀에는 삶과 죽음, 사랑의 언어들이 서로 어우러져 녹아들어 있었기에 또 결코 어렵지 않은 일상적인 언어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려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기는 시 세계를 펼쳐 보이던 그는 이제 더 이상 이세상 사람이 아니다. 편히 거할 곳 하늘나라로 간 것이다.

그의 지인인 김남호 광양시 총무과장과 박병택 진상면장 등은 그를 이렇게 회고한다. "가정 형편이 곤란해 초.중.고를 광양 대중식당 고모집에서 다니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언제나 밝은 얼굴로 친구들과도 잘 어울릴 정도로 구김이 없이 우등생으로 다녔으며, 당시부터 문학에 심취해 작가로 성공할 것이라고 예견했었다"는 것.

꼭 휴가철이면 제2의 고향인 광양에 내려와 친구들과 어울려 유년시절을 회고하며 함께 했었다는 그의 죽음을 그래서 애통해 하고 있다. 그가 샘터사에 편집기자로 출발해 20여 년간 몸담으면서 순수 대중 교양잡지로 키워오며 창작활동 등으로 국민들에게 친근한 고인의 이력을 나열하지 않아도 순수교양을 퍼뜨린 그의 타계는 비록 우리 곁에 없을지라도 그의 삶의 향기는 시들지 않고 우리 곁에 오래도록 머무를 것이다.


작가 연보
1946 전남 승주에서 남
1973 동화 '꽃다발' 로 동아일보신춘문예 동화부문 당선
1975 동국대학교 국문과 졸업
1978 월간 '샘터' 편집부 기자
1982 샘터사 기획실장
1984 샘터사 편집부장
1985 샘터사 출판부장
샘터사 편집부장
1988 초등학교 교과서 집필위원
1994 공연윤리위원회 심의위원
1994 평화방송 시청자위원
1995 계간지 문학아카데미 편집위원
1995. 12 - 1996. 12 샘터사 이사대우 기획실장
1996. 12 - 2000. 07 샘터사 주간
1998. 03 - 현재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부 겸임교수
2000. 07 - 현재 샘터사 편집이사

덧붙이는 글 | 이수영 기자는 전남 광양시에서 발행되는 광양만신문에 몸 담고 있습니다.

빈소는 서울중앙병원 영안실 1호, 발인은 11일 오전5시. 장지는 전남 순천 가톨릭 묘지. 02)2224-7351(영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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