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8시만 되면 달구벌 대종 앞에서 한 청년이 초하나 들고 한마디도 하지 않고 서 있다가 사라지곤 하더군. 조용한 건 좋은데 얼마 전까지 날이 추웠는데 감기나 걸리지 않았는지 그게 걱정이지."
국채보상공원 관리아저씨는 익숙해진 듯 말했다.
지난달 15일부터 국채보상기념공원 달구벌대종 앞에서 매일 저녁 8시만 되면 촛불을 밝히는 사람이 있다. 어둑해진 광장에는 롤러블레이드를 즐기는 대여섯명의 고등학생들이 전부이긴 했지만 조진석(28 대구시 수성구 지산동) 씨의 촛불시위는 그날도 어김없이 진행되었다.
'국가보안법 폐지! 올바른 인권위원회 설치' 라는 구호를 내걸고 1인 침묵시위를 한지 꼭 26일째 되는 날이었다. 조진석 씨는 얼마전 명동성당에서 3대개혁입법을 주장하며 12박 13일 동안 실시되었던 단식농성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는 미동도 하지 않아 분노를 느껴 4월 2일까지 100일 촛불시위를 하게 되었다고 했다.
"인권대통령이라 불리는 김대중대통령은 지금 시민들의 여론이나 시민단체의 의견에 전혀 귀기울이지 않고 있다"며 "노벨 평화상의 진정한 의미를 살리려면 우선은 국가보안법부터 폐지해야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여럿이 함께 100일을
조진석 씨는 거리에 나오면서 국가보안법 철폐의 요구들이 시민사회단체에서만 외치는 메아리만은 아니었음을 알았다고 했다. "물론 외면하고 그냥 지나치는 이들도 있지만 같이 릴레이 시위에 동참하겠다고 의사를 밝힌 이도 있고, 다가와서 묻기도 하며 어떤 이들은 초를 같이 들어주기고 했다"며 반면에 "단체의 사정 때문인지 연대를 하고자했던 시민단체에서는 이렇다할 반응이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100일 동안 지속될 촛불시위에 대구시민이라면 누구나 참가하기를 희망한다며 '혼자서 100일이 아닌 여럿이 100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인권탄압에 압장서온 국가보안법은 폐지되어야
평소에도 인권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지난해 대구인권영화제를 준비하기도 했으며 지금은 2003년 3월 창립목표로 대구인권센터설립을 준비중이라고 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자연스러운 권리인 '인권'이 지켜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단초로도 국가보안법은 반드시 폐지되어야 한다고 했다.
100일 릴레이시위와 함께 2월 27일 경북대학교에서 '국가보안법 반대 심포지엄'을 할 계획에 있으며 시위가 끝난 후에도 폐지가 되지 않을 경우 끈질기게 싸우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였다.
100일 치성드리는 마음으로 남은 100일을 채울겁니다
100일 기도를 드리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정월 대보름에 달을 보며 간절히 국가보안법이 폐지되기를 빌었다는 조진석 씨. 그날도 지나가는 시민이 초값에 보태라며 꼭 쥐어준 꼬깃꼬깃한 지폐 한장에 더없이 따뜻함을 느낀다면서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그의 기도가 하루 빨리 이뤄지기를 바래본다.
4월 2일까지 계속될 릴레이시위에 함께 하실 시민여러분의 전화를 기다립니다.
문의 : 조진석(016-476-8980)
덧붙이는 글 | 한은영 기자는 대구참여연대에서 발행하는 참여광장 기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