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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주사와 불교 미술 두 번째 시간으로 오늘은 운주사을 대표하는 두 가지 중 하나인 탑들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특이한 탑이 이곳 운주사에는 무수히 다양하다. 여전히 그 제작 시대가 불분명한 운주사의 탑. 과연 그들이 이곳에 세워진 이유는 무엇일까?
운주사의 손님맞이 9층 석탑
운주사의 가장 눈에 띄는 점은 9층 석탑이 운주사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이곳에는 일부라도 남아 있는 탑을 포함해 총 21기이다. 골짜기의 평지에 거의 일렬로 배열된 탑이 13기, 좌측 산록에 4기, 우측 산록에 4기 등이다.
여기서 잠깐 이해를 돕기 위해 탑에 대해서 알아보자.
※ 탑 : 탑파, 솔도파라고 하는데 모두 고대 인도어를 한자로 음역한 것이다. 탑은 본래 묘지의 기능을 하는 것으로 석가모니(석가족의 성자라는 말로 본명은 고타마 싯다르타임)의 사리를 전국에 나누는 것으로부터 본격적인 시작이 되었다. 탑에는 주로 부처의 사리를 안치하나 때론 중요한 물건을 넣어 두기도 한다. 그래서 지금도 탑을 보수하다보면 불교 유물이 나오는데 우리가 잘 아는 最古의 인쇄물인 `무구정광 대다리니경'도 석가탑 보수 공사 중에 출토되었다.
탑은 크게 3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맨 아래 부분으로 탑을 지탱하는 기단부, 중심이 되는 탑신부, 그리고 대부분 유실되어 있지만 화려하게 장식된 상륜부로 나눌 수 있다.
그리고 탑의 종류(재질)는 목탑, 석탑, 전탑(벽돌로 만듬, 안동 신세동 7층 전탑), 모전석탑(돌을 벽돌 모양으로 다듬어 만듬, 분황사 모전석탑), 청석탑(푸른빛을 가진 석재로 만듬. 동화사 염불암 다층 석탑)으로 나누어진다.
더 자세한 것은 다음에 기회에...
이제 다시 9층 석탑으로 돌아와서 석탑을 자세히 보면 각 층(옥신석이라고 한다)마다 특이한 문양이 새겨져 있고 층 구분이 되는 일종의 처마(옥개석) 밑 부분에 대각선 문양은 국내 석탑 중에서 유일하다. 또한, 운주사는 풍수지리상 배형국이라 하고 9층석탑은 돛대 역할을 한다고 전한다. 그 만큼 이 탑은 운주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운주사 탑의 상징어 '날씬함과 다양함'
운주사 석탑의 특징으로 날씬하다는 것과 다른 절에서는 전혀 볼 수 없는 모양을 하고 있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요즘 사람들은 모두들 날씬한 것에 목숨을 걸 정도로 살빼기에 열심인데 운주사의 탑은 그러한 마음을 이미 알고 있다는 듯 입구의 9층 석탑부터 이어지는 4개의 석탑은 하나 같이 그 날씬함을 자랑한다. 다이어트 하시는 분들 부럽지 않으세요?
또한, 각 탑에는 각각 독특한 문양이 새겨져 있다. 입구의 9층 석탑 외에도 7층 석탑의 X자 문양, 기타 마름모·교차선·수직선 문양 등이 있는데 운주사에서만 볼 수 있는 다양한 문양이다.
운주사 탑이나 불상의 특징은 다른 절의 탑과 불상과 비교해 보면 훨씬 쉽게 알 수 있다. 다른 절을 전혀 가본 적이 없다면 국사, 미술 책에 나오는 석굴암(원래 명칭은 석굴사로 그 자체가 하나의 절이었다고 함) 본존불과 불국사(부처님의 나라. 극락세계)의 석가탑(무영탑. 신라 最高의 탑으로 백제 장인이 만들었음. 실상사의 삼층석탑과 상당히 유사한데 이는 석가탑 보수 시 실상사 탑을 근거로 했기 때문)을 생각하시길...
이러한 탑은 운주사에 있기에 그 가치가 살아나지 만약 불국사의 석가탑 옆에 있다다면 과연 어떤 느낌일까?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할 것은 이런 문양이 가지는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라는 것이다. 기존의 탑에는 보통 연화·사천왕상·구름 문양을 새기는데 왜 운주사의 탑만은 기하학적인 문양을 새겼을까?
아마도 이에 대한 답의 운주사 창건의 주체와 탑을 세운 이들이 누군인가가 밝혀져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래도 각자 상상의 나래를 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본인 생각에는 불교 미술인 탑을 세웠지만 기존의 불교관과는 다른 어떤 이상향을 바라는 의미에서 새겼지 않나 싶다. 그 이상향이 미륵세계일 수도 있고 아님 천지 개벽해서 사농공상의 신분 체계가 완전히 없어진 평등한 세계일수도...
운주사 탑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여기서 언급하고 넘어갈 것이 어쩌면 운주사라는 절의 창건 시기와 탑·불상의 제작 시기가 동시대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운주사라는 절과는 전혀 무관하게 제작되었을지도 모른다. 확실한 것은 각 탑·불상이 특정시기에 제작된 것이 아니고 그 시대가 각각 다르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배치가 너무 무작위라는 점도 운주사의 한 특징 중에 하나이다.
뒤에 자세히 언급하겠지만 혹자는 별자리 위치라고 하는데 그것은 아직 공식적으로 인정되지 않은 하나의 가설이다. 물론, 이 얘기로 많은 사람들이 찾긴 하지만...
이러한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어떤 특별한 기준 없이 각 탑이 자기 마음에 드는 자리에 가서 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오히려 그 무질서가 더욱 운주사를 신비스럽게 만들고 찾는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그 독특성을 가지게 해 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여기서 또 하나 짓고 넘어가야 할 점이 그 독특함이 일반 관람객에게는 호기심을 주겠지만 불교신자들에게 어떤 감흥을 주느냐이다.
과연 이러한 탑이 불심을 더 강하게 만들어 주는 것일까?
그러한 생각을 하게 되면 과연 이 탑을 만든 이는 어떤 목적을 가졌냐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과연???
더욱 더 특이한 모양을 한 탑
안으로 들어가면 운주사의 탑은 그 독창성을 더욱 강하게 표출한다. 일명 호떡탑, 실패탑, 항아리탑 등으로 불리는 탑들은 진정 운주사에서만 볼 수 있고 운주사에 있기에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오고 감탄스럽지 않은가? 기존의 탑에 대한 고정관념을 완전히 깨뜨리는...
석탑 만든 이가 지금 있다면 그는 분명히 정부의 신지식인(?)으로 선정되어서 누구처럼 광고에 나올 것이다.
"우리 시대의 파격 000! 그의 고정 관념 탈피는 우리에게 진정한 지식이 무엇인지는 알려줍니다. 국정홍보처..."
이 탑들과 앞에서 이야기한 날씬한 탑들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과연 어느 탑이 먼저 제작되었을까? 학계의 보고에 의하면 운주사의 탑들은 方형탑, 원형탑, 난형탑(석주형 탑신만 있음) 순으로 건립되었고 그 시기는 12∼13세기경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탑들에 대한 별다른 설명은 하지 않겠다. 이에 대한 미적 설명은 오히려 이를 감상하는데 방해할 것 같기 때문이다. 운주사에 직접 가거나 사진을 통해서 이들을 본다면 기단부가 어디까지이며 구도와 재질은 어떠하다는 등의 이성적 판단을 배제하고 오로지 떠오르는 느낌만을 즐기는 것이 진정 운주사 탑들을 제대로 보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번 주말 운주사로 한 번 가보는 것이 어떨까?
다음 이야기 : "보통사람에게도 불심이 있다" 운주사의 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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