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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手 + 表)²× √音 = 生라는 제목의 청각장애인 흑백사진 전시회가 인사동에 위치한 하우아트갤러리에서 21일부터 28일까지 열린다.
(手 + 表)²× √音 = 生
한자가 넷, 그렇다고 사자성어는 아니다. 기호가 많이 나오지만 수학공식도 아니다.
이 희한한 한자와 기호의 결합은 무엇을 의미할까? 바로 "손(手)으로만 주로 의사를 표(表)현해야 하는, 소리(音)를 듣지 못하는 청각장애인들의 삶(生)을 사진으로 담는다"는 뜻으로, 여기에서의 '루트'는 듣기와 말하기의 불편, '제곱'은 그 불편으로 인해 건청인보다 현상, 인화 등의 프린트 작업에 2배의 노력이 든다는 의미를 나타낸다. 전시회 제목은 청각장애인들이 스스로 창조해 낸 것.
청각장애인들과 사진이라? 자, 지금부터 그 이야기가 시작된다.
횡성사진나눔터의 황경희 씨는 1999년부터 한국청각장애인복지회(청음회관)에서 청각장애인을 대상으로 사진강습을 시작하였다.
황경희 씨는 영국에서 유학하는 동안, 청각장애인들이 건청인들보다 더 섬세한 사진솜씨를 가지고 있다는 것에 놀랐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가면 청각장애인들에게 그들의 창작 능력을 찾아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와, 청각장애인들을 대상으로 다양해져 가는 영상매체에 관한 올바른 이해를 돕고 전문기술 교육을 통해 폭넓은 직업선택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1999년부터 초급과정, 2000년부터는 중급과정의 사진강습을 실시해 오고 있다.
서로 말하고 듣기가 불편한 스승과 제자 사이, 어떻게 의사소통을 하고 배움과 가르침의 시간을 나누었을까? 청각장애인들은 말하는 입모양을 보고, 혹은 수화를 통해 사진기술을 익혔다. 그러나 황씨는 의사소통보다 힘들었던 것은 청각장애인들의 '일종의 습관'을 이해하는 것이었다고 말한다.
"청각장애인들은 좀처럼 약속을 안 지킵니다. 1시까지 모임이 있으면 대부분이 1시를 뚝딱 넘겨서 오기 쉽지요. 수업에 못 오게 되면 먼저 전화나 연락을 하는 일도 드물 뿐더러, 아무런 예고도 없이 나오질 않습니다. 모두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종의 습관인 것 같습니다. 비장애인들과는 다른 사회적 습관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점을 이해하기가 많이 힘들었어요. 하지만 어디에서나 열심히 하는 사람은 좋은 결말을 낳지요."
황씨는 청각장애인들이 사진을 배우고 싶어하는 의욕이 대단하다며 전문적인 사진작가로서의 역량이 충분히 보인다고 강조한다. 그녀는 무료로 사진을 가르치고 있지만, '스승'이라는 호칭은 꽤 어색하단다. "저도 그들에게서 배우는 것이 많습니다. 스승과 제자라는 관계보다는 인간과 인간의 관계 속에서 서로 가르침을 주고 배우는 것이지요."
그녀는 모든 장애인들에게 '자신감'을 가지라고 말한다. 일반 건청인들보다 그들의 재주가 못하지 않은데, 단지 이론의 부족과 장애인이라는 그물에 자신의 능력을 묶어놓고 있다면서, "사진을 배우고 싶은 사람에게 기회는 얼마든지 열려있으니, 용기와 자신감을 잃지 말라"고 강조한다.
| | ▲ (왼쪽부터) 김은진 씨, 윤나리 씨, 오병규 씨가 수화로 이야기하고 있다 ⓒ 배을선 | 청각장애인 김은진(23) 씨는 사진을 배우게 된 후, '무엇이든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윤나리(22) 씨는 사진을 찍기 시작한 후, 관찰력이 좋아졌다면서, 듣지 못하는 괴로움을 다른 방식으로 표출, 예술적 감성이 풍부해진 것이 가장 자랑스럽단다.
현재 한국구화학교 교사로 재직중인 오병규(36) 씨는 사진찍는 기술을 배우러 왔는데, 황씨가 기술은 뒷전으로 미루고 '자신의 느낌을 표현하는 방법을 찾아라'고만 말해 몇 번을 그만두려 했다고 한다. 그러나 사진을 찍는 기술보다 자기 자신을 사진으로 표출하는 방법이 더 소중하다는 것을 깨우쳤다. 이제 그의 솜씨는 여느 사진작가 못지 않다.
기술? 중요하다. 사진기도 기계인 이상, 만질 줄은 알아야 작동이 가능하니까.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나 '영혼'이다. 셔터소리는 듣지 못해도, 영혼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람들... 자기 자신을 표현할 줄 아는 것이야말로 생명이 있는 존재가 자신의 체온을 남과 나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다.
앗, 중요한 것을 빼먹을 뻔했다. 이들의 사진전시회는 넉넉지 못한 사정으로 인해 후원단체와 개인을 필요로 한다. 벌써 많은 사람들이 팜플렛 제작 및 홍보와 전시비용을 후원해 주었으며, 하우아트갤러리는 전시장소를 제공해 주었다. 그러나 사진액자작업에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따뜻한 정성과 사랑을 나누어 줄 수 있는 그런 후원자, 어디 안 계십니까?
# 사진을 배우고 싶으신 청각장애인 분들과 적은 돈이라도 이들의 액자작업비용 등에 후원을 해주실 분들은 청음회관 (02)556-3493 (교환 201)으로 연락해 주십시오.
# 홈페이지 : http://www.chungeum.or.kr
# 하우아트갤러리 : 인사동 한빛은행 맞은편에 위치 (tel : 720-4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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