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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형 전력증강사업 가운데, '타당성' 자체가 문제가 되고 있는 사업은 공격용 헬기 도입 사업(AH-X)이다. 육군의 전천후 공격헬기 대대 창설을 위해 추진 중인 이 사업은 막대한 예산만 낭비와 남북관계의 불안을 초래하고 실질적인 전력증강효과는 거의 없을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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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H-64D 아파치 헬기란?

공격용 헬기 도입 기종이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미국 보잉사에서 제작한 'AH-64D 아파치 롱보우'가 거의 확실히 되고 있다고 국방 관계자들은 전하고 있다.

미 육군이 자랑하는 AH-64D 아파치 헬기는 보잉사에서 제작한 아파치 헬기 시리즈의 최신형이다. 1997년에는 헬기에 레이더를 장착한 AH-64D 아파치 롱보우를 선보이고 활발한 판촉전을 벌이고 있다.

아파치 롱보우는 제 4세대 공격용 헬기로 정지된, 혹은 이동 중인 목표물을 탐지, 식별, 우선 순위 식별, 공격을 자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또한 주야간은 물론 어떠한 기후 조건에서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전천후 헬기로 알려져 있다. 또한 로켓포와 1200 발의 30mm M230 탄환을 장착할 수 있어 가공할 지상 파괴 화력을 보유하고 있고, 전차 파괴 통제 레이더, 고성능 헬파이어 미사일, 항공전자 장치 등을 통합·탑재함으로써 공대공 전력도 크게 향상시킨 점이 특징이다.

그러나 보잉사의 이런 선전에도 불구하고 AH-64 아파치 헬기는 잦은 고장과 추락으로 미국 내에서조차 논란이 인 바 있다. 1월 말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미 육군이 작년 1월 발생한 추락사고를 조사한 결과 헬기의 수평운동을 제어하는 회전 날개의 회전 베어링에 문제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300-400대의 구형 아파치 헬기의 베어링틀을 10개월에 걸쳐 교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된 기종은 AH-64A이지만, AH-64D 역시 이 부분은 구형을 그대로 채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파치 헬기가 여전히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미 육군은 작년 11월과 올해 1월에 전면 운항금지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전력상 불필요, 예산 낭비" vs "입체 고속기동전에 필수적"

국방부는 남한의 전차 보유수가 2250대에 불과해 3800대를 배치하고 있는 북한에 대한 수적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공격용 헬기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해 왔다. '양'적으로는 타당한 얘기처럼 들리지만, 무기의 '질'적 요소를 분석해 보면, "북한의 위협을 부풀려 불필요한 군비증강을 꾀하고 있다"는 비판이 설득력을 갖는 것을 알 수 있다.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3800대의 전차는 대부분 소련이 2차 대전 당시 사용하던 T-34와 이를 개량한 T-55/56, T-62이다. 북한군의 최강 모델인 T-62조차 남한군의 주력 모델인 K-1(일명 88전차, 현재는 120mm포를 답재한 K-1A1으로 개량) 전차에 3세대 가량 뒤진 것이다. 화력에 있어서도 T-62는 120발의 포탄을 쏟고 나면 '고철'로 변하는 반면 K-1 전차는 이보다 세 배 가량 수명이 길다. 더구나 남한은 현재 600기의 헬기를 보유하고 있어 북한보다 2배 가량 많다.

이러한 자료에 기초할 때, 지난 20일 국회 국방위에서 한나라당의 강창성 의원의 지적은 설득력을 갖는다. 그는 "수명 25년이 지난 전차를 제외할 경우 전차 전력은 남한이 1027대, 북한은 41대로 오히려 남한이 25대 1로 절대 우세하다"며, "국방부는 북한 전차 위협을 부풀려 유사시 이를 대비한다는 구실로 불요불급한 사업에 2조원이 넘는 대규모 예산을 들이려 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아파치 헬기가 한국의 지형에 적합한지도 논란거리다. 이 헬기는 사막 등 평지 지형이 많은 걸프전에서는 위력을 떨쳤지만, 한국처럼 산악 지형이 많은 유고에서는 거의 효과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운영유지비도 36대를 도입할 경우 대당 11억8700만원으로 총 43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공군의 최신예 모델인 KF-16기가 대당 350억원임을 감안할 때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비판이 제기될 만하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 국방부는 기존의 입장을 계속 고수하면서 공격용 헬기 도입 의지를 꺽지 않고 있다. 20일 국회 국방위에서도 조성태 국방장관은 "공격헬기는 한반도 산악지형에서 생존성을 보장받는 무기체계"라며 "북한뿐만 아니라 미래 잠재적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핵심전력으로 확보돼야 할 필수전력"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 말을 좀더 면밀히 분석하면 공격용 헬기는 '입체 고속기동전에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입체 고속기동전은 한국전쟁 때와 같이 고지 쟁탈전이나 진지에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전차, 장갑차를 이용해 밤, 낮, 눈, 비에 상관없이 적의 측면이나 정면을 고속으로 돌파하는 것을 뜻한다. 이에 따라 육군의 취약요소인 공중 공격 지원을 담당할 공격용 헬기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국방부의 논리는 앞서 언급한 남북한의 제공력 및 전차 전력을 감안할 때 설득력이 약하다. 또한 조성태 장관이 공격용 헬기 도입 필요성에 대해 "미래 잠재적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 역시 군비증강을 합리화하기 위한 옹색한 논리에 불과하다.

한반도가 처한 '미래의 잠재적 위협'은 주변 강대국의 지상전력이 아니라 공군, 해군, 전략무기로부터 제기된다. 이지스급 구축함, 차세대 전투기, 패트리어트 PAC-3 등의 도입을 합리화할 때는 국방부 스스로도 이러한 측면을 부각하여 공군 및 해군력, 그리고 전략 능력의 강화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지상전력인 공격용 헬기 도입에 대해서도 '미래의 잠재적 위협'을 강조하는 것은 적어도 모든 무기를 살 수 없는 우리의 형편을 고려할 때 앞뒤가 맞지 않는다.


공격용 헬기 도입 속에 남북한의 군사적 신뢰?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공격용 헬기 도입을 고집하면서 남북한의 군사적 신뢰구축과 군축협상이 가능하냐는 것이다. 특히 올해는 2차 남북정상회담을 비롯해 한반도 평화구축 과정의 '분수령'이 되는 해이다. 김대중 대통령 스스로도 올해는 한반도 평화구축을 위해 군사적 신뢰구축과 군축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하겠다고 이미 여러 차례 밝혀왔다.

국방부 스스로도 강조하듯이 남북한 사이에는 군사·안보 분야에서는 아직 구체적인 성과가 미흡한 상태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격용 헬기를 도입할 경우 북한의 안보 불안과 대남 불신을 더욱 자극할 위험성이 있다.

이미 남한은 적어도 공군력과 해군력에서 북한을 압도하고 있다. 국방부 스스로도 이 점은 인정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의 보병 부대와 전차 전력에 가공할 위협이 될 수 있는 대형 공격용 헬기를 도입할 경우 가장 핵심적인 군사적 신뢰구축 조치라고 할 수 있는 상호 전력의 후방 배치를 북한이 수용할 수 있을까?

오히려 북한은 남한의 공격용 무기 증강에 맞서 휴전선 인근에 전력을 집중함으로써, 전력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할 가능성이 있다. 제공권과 후방 지원에서 열세를 보이고 있는 북한이 전력을 군사 대치선에 집중함으로써 유사시 전력 손실을 극소화하려고 하는 것은 군사 전략상의 '상식'에 속한다.

현재 부시 행정부는 북한의 핵·미사일뿐만 아니라 재래식 무기도 문제삼고 있다. 남한의 보수파들은 북한의 군사적 위협은 그대로 남겨 둔 채 '퍼주기'만 한다고 불평하고 있다. 이들은 남한은 북한에 경제적 지원을 하고 북한은 남한에 평화를 주는 이른바 '전략적 상호주의'를 강조하기도 한다.

남북한이 올해 군사·안보 분야에서 일정한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안팎으로 공격 당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는 점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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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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