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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신안군이 수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군수를 비롯해 전체 직원들의 얼굴 모습이 소개된 고급 사진첩을 만들어 군 안팎으로부터 예산낭비라는 지적과 함께 사전 선거운동이 아니냐는 논란을 빚고 있다.

또 자치단체가 이처럼 일선 학교 졸업앨범과 비슷한 사진첩을 많은 예산으로 제작해 전 직원들에게 배포한 것도 전국적으로 드문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어 앞으로 신안군 선거관리위원회의 조치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신안군에 따르면 지난해 '직원 및 의원앨범' 예산 6000여 만원을 책정, 최공인 군수와 각 실과 소장을 비롯해 관내 14개 읍면 등 전체 직원 700여 명의 모습이 담긴 사진첩 750권을 제작, 최근 배포했다.

총 120쪽에 달하는 이 사진첩에는 군수의 업무 보는 모습부터 시작해 부군수, 각 실과 소장과 소속 직원들의 얼굴, 14개 읍면장 그리고 직원들의 사진이 실려 있다. 각 실과와 읍면 직원들의 사진에 이어 뒤쪽에는 신안군민의 날 등 각종 행사 모습이 소개되고 있어 마치 일선 학교의 졸업앨범을 연상케 한다.


총120쪽 가운데 군수사진 190장 게재

그러나 지역 일각에서는 사진첩을 발행하게 된 배경에 대해 곱지 않은 시각과 함께 "영문을 모르겠다"는 분위기다. 신안군청 박모직원은 "(그런 돈이 있으면) 기숙사 건립 등 섬지역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을 위한 복지 분야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며 "무슨 의도로 제작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 정거배
사진첩 제작을 담당했던 군 총무과 관계공무원은 "섬지역이라는 어려운 여건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사기진작 차원에서 제작했다"며 '추억론'을 언급하며 말끝을 흐렸다.

문제의 사진첩을 제작했던 목포 시내 Y사진관에 따르면 "14개 읍면을 포함해 군 직원들의 모습을 촬영하기 위해 지난 1년 동안 섬지역 읍면사무소를 직접 방문했다"고 밝혔다. 사진관 관계자는 "10년 넘게 학교앨범은 제작했지만 이런 앨범을 처음이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사진첩에는 전체 120쪽 가운데 최공인 신안군수 모습을 담은 사진이 40쪽 이상 채워져 있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사전 선거운동 시비로 확대될 소지도 안고 있다. 전체 지면에서 최공인 군수 모습이 포함된 사진은 무려 총 187장. 한쪽에 1장 이상 군수 얼굴이 실린 셈이다.

이와 관련 신안군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자치단체가 학교졸업 앨범처럼 사진첩을 제작한 것은 보기 드문 사례"라며 조사를 거쳐 선거관련 위반 여부를 가려낼 것이라고 밝혔다.


비싼 제작비 예산낭비

또한 비판을 받고 있는 부분은 앨범제작 가격이다. 총 5700만원이 들어갔는데 한 권당 7만원이 넘는 셈이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업체 선정은 광주에 있는 광주전남 사진앨범협동조합에 의뢰해 목포 신흥동에 있는 Y사진관에서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앨범 등 인쇄물을 전문적으로 제작해 오고 있는 업계에서는 "터무니없는 가격"이라며 "인쇄의 질과 분량 등을 감안하면 제작비가 한 권당 1만원 안팎일 것"이라고 말했다. 즉, 인쇄상태와 용지의
ⓒ 정거배
품질, 수량 등을 고려했을 때 2천만원에서 최고 3천만원이면 제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앨범업계 관계자의 언급대로라면 무려 2000만원 이상의 '웃돈'을 주고 앨범을 제작함으로써 신안군이 예산을 방만하게 운영하고 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일각에서는 수천만원에 불과한 사업에서도 예산을 낭비하고 있는 신안군이 수억원 이상의 각종 사업은 "뻔한 일 아니냐"며 우려 섞인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안군의 2001년 예산규모는 1630억원으로 재정자립도가 10.3%이며 전국 자치단체 가운데 재정이 가장 열악한 곳으로 군 전체 직원은 목포시내에 있는 군 본청 420명과 14개 읍면에 28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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