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에서 굵게 볼드처리된 글자들은 이병우가 콘서트에서 연주하는 음악입니다. -- 편집자 주)
나는 가끔, 잠들기 바로 전, 혹은 혼자 갖는 차(茶) 시간을 위하여 이병우의 기타연주를 듣는다.
일요일. 평소 같았으면 이 시간? 친구들의 축! 결혼을 위해 정장을 주섬주섬 챙겨 입고 나갔겠지만, 오늘은 비가 뚝뚝 떨어지니... 봄을 알리는 빗방울이 창문을 때린다.
클래식 기타와 팝·재즈 기타를 능숙하게 연주하는 '멀티기타리스트'인 그의 모습은 꿈을 꾸는 꼬마버섯처럼 밝고 맑기만 하다. 놀라운 테크닉, 풍부한 감수성으로 클래시컬 기타에서부터 일렉트릭 기타까지 소리의 색을 변화시키는 이병우의 이력은 그가 만들어내는 화성(和聲)만큼이나 독특하다.
그는 조동익과 결성한 듀오 <어떤 날>로 대중음악을 시작, 클래식 음악의 본고장인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에서 클래식 기타과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미국 피바디 음대에서 클래식 기타를 4년간 공부하고 돌아왔다. 보통의 경우 클래식 레슨을 받은 후 팝이나 재즈 쪽으로 전향한 음악인들이 많은 반면, 그는 반대의 경험을 쌓은 것이다. 그의 음악을 굳이 크로스 오버, 혹은 퓨전이라고 명명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클래식 기타와 오랜 해외 유학생활, 그리고 바로 '그 만의 음악'을 구사하며 다른 기타리스트들이 창조하지 못했던 독창적인 음악의 세계를 잉태하고 있다.
가수 양희은의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들국화의 '오후만 있던 일요일'은 바로 이병우가 작곡한 곡들이다. 그는 현재 임종제 감독의 '아름다운 청춘'과 애니메이션 '마리 이야기'의 영화음악을 맡아 올해 상반기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가 그의 음악에서 기대하고 있는 것? 평범한 어느 기타리스트의 삶? 글쎄, 언제나 쉬지 않고 자신의 음악세계를 위해 달려!가는 멋진 기타리스트가 아닐까?
이병우의 음악은 사랑했지만 지금은 헤어진 연인들이 집으로 가는 길에 추억과 재회할만 큼, 바흐의 '샤콘느'보다도 감미롭고 서정적이다. 물론 맑은 기타소리가 오후만 있던 일요일의 우울함을 달래주기도 하지만..
그가 <내가 그린 기타 그림>이라는 콘서트로 우리를 찾아왔다. 이번 콘서트에서는 전체적인 그의 음악 흐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밖을 내다보니 텅빈 학교 운동장엔 태극기만 펄럭인다. 어느새 비는 그치고...
덧붙이는 글 | 주최 : 월간 객석 www.gaeksuk.com
일시 : 2001년 3월 20일(화) ~ 21(수) 오후 8시
장소 : LG아트센터
예매 : LG아트센터, 티켓링크
출연 : 이병우(11줄, 6줄 기타), 신이경(피아노), 박윤(퍼커션), 임정희(오보에), 강경환(클래식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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