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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원화환율의 상승이 이어지고 있는데, 그 원인이 궁금합니다. 어떤 것들이 환율 상승을 일으키고 있는지요?
우선 자금 흐름 측면에서는 환율이 크게 상승할 이유가 별로 없습니다. 무역수지가 흑자를 보이고 있지 않습니까. 무역수지 흑자규모를 보면 1월에 3억4천만 달러, 2월 7억7천만 달러였고요 3월에는 1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여 흑자 폭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3월 들어서 어제까지 우리 주식을 약 1400억원 어치 순매도(1월 2조7천억, 2월 3400억 순매수)하고 있지만, 이 역시 규모가 작기 때문에 최근의 환율 상승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합니다. 문제는 잘 아시는 것처럼 엔화환율의 상승에 있습니다. 엔화환율이 지난해 말에 미 달러당 114엔에서 최근에는 123엔까지 올라왔습니다.
2. 원/달러 환율이 일본 엔화 가치의 움짐임에 크게 영향받는다는 말씀인데요,그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요.
우리 원화 환율이 대체로 엔화 환율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그러나 우리 경제상황에 따라 달리 움직인 경우도 있었는데요, 예를 들면 우리 경제가 매우 좋았던 88년에는 엔화환율이 오르는데도 원화 환율은 떨어졌고요, 반면에 우리 경제가 좋지 못했던 91년과 92년에는 엔화환율이 떨어지는데도 원화 환율은 오히려 오른 적이 있었습니다.
이런 예외적 경우를 제외하고 장기적으로 보면 우리 원화는 엔화와 거의 같은 방향으로 변동하고 있는데요, 특히 지난 해 이후에는 그런 모습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통계수치로 설명해보면 엔화와 원화 환율 사이의 상관계수가 지난 해 이후 0.92로 매우 높고요(거의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뜻이지요), 엔화환율이 1% 오를 때 원화 환율은 1.2% 정도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3. 엔화 약세가 세계경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궁금합니다.
우선 현재의 세계 경제구도를 볼 때 엔 약세, 유로 강세, 미 달러 중립이 세계 경제 회복을 위해서 가장 바람직한 방향입니다. 엔 약세로 일본 경제가 살아날 수 있고요, 유로가 강세를 보이면 상대적으로 경제가 좋은 유로 지역으로 미국의 수출이 늘어나서 미국경제 회복에도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일본경제 내부 사정을 보면 엔 약세가 필요하다는 것을 좀 더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데요, 일본은 재정적자 확대로 재정지출을 더 이상 늘리기 어렵고요 신용경색 때문에 돈을 풀거나 금리를 내려도 돈이 투자나 소비로 이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본은 외환정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요, 엔화환율이 오르면 일본의 수출이 늘고 물가가 올라 현재의 디플레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엔화환율이 지나치게 오르면 미국의 무역적자가 더 늘어나 미국경제의 불균형이 심화될 수 있고요, 아시아 통화가치가 불안해질 가능성도 높습니다. 이 경우 중국이 위안화를 절하할 수도 있지요. 따라서 미일 정부는 어느 정도 엔 약세를 용인하겠지만 그 정도가 지나치면 시장개입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4. 원화 가치의 하락으로 우리나라 수출상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습니다. 과연 어느 정도인지요?
원화 환율이 오르면 우리 상품을 수입하는 외국인 입장에서는 우리 상품 가격이 싸지게 됩니다. 그래서 수출이 늘게 되는데요, 실제로 무역협회의 분석에 따르면 원화 환율이 10% 올랐을 경우 우리 수출 물량이 그 해에 4.3%, 다음해에 2.1% 늘어나는 등 3년에 걸쳐 20억 달러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반면에 환율이 상승하면 우리는 외국 상품을 그만큼 비싸게 수입할 수밖에 없는데요, 수입물량은 그해만 2.3% 줄어들어 무역수지 개선효과는 3년 동안 48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원화 가치가 엔화가치보다 더 떨어졌을 때 수출 증대효과는 더 큰데요, 97년 7월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어제까지 원화 가치가 35%가 떨어져 엔화가치의 하락 폭인 6.5%다 훨씬 큽니다. 이것이 그동안 우리 수출 증대에 크게 기여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5. 물가에는 나쁜 영향을 주겠지요. 아울러 환율 상승에 따른 환차손으로 수입업계는 크게 당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영향이 예상되는지요.
현재 소비와 투자 등 내수가 위축된 상황에서 환율 상승에 따른 수출 증가는 경기회복에 도움을 줄 것입니다. 그러나 환율이 상승하면 수입물가가 우선 오르고 시차를 두고 다른 물가도 오를 수밖에 없는데요, 실제로 환율이 10% 올랐을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5% 포인트 정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물가가 오르면 금리도 상승하는 등 금융시장은 나쁜 영향을 받게 됩니다. 기업 측면에서 보면 주로 원자재를 수입하는 정유, 항공, 해운업 등이 나쁜 영향을 받게 되고요, 외화부채가 많은 기업도 환율이 상승하는 부채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11월과 12월 사이에도 환율이 급격하게 올라(125원 정도) 우리 기업들의 경상이익이 크게 줄어들었는데요, 올 1/4분기에도 기업이익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환율 상승에 따라 이익을 보는 업체들도 많이 있는데요, 전자, 조선, 섬유업 등을 예로 들 수 있겠습니다.
6. 정부 당국의 환리스크 관리 정책은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궁금합니다. 또 기업은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할지도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현재 원화 환율이 오르는 이유가 주로 엔화환율의 상승에 있기 때문에 정책 당국이 시장에 개입할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투기적 상황까지 가세되어 환율이 크게 오르면 개입해야 되겠지만요. 기업들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가 문젠데요, 현재 절반 이상의 기업이 환리스크 회피수단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즉 많은 기업들이 환율 예측에 따라 수출입 시기를 조절하고 있고요, 선물환과 통화선물 거래 등으로 환 위험을 부분적으로 회피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절반의 기업도 이런 식의 대응을 해야할 것입니다. 특히 전문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이 급격한 환율 변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요, 중소기업들은 환변동 보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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