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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에 에너지자립형 생태 건축물이 문을 열었다. 오늘 개관식을 가진 <환경센터>가 바로 그것이다. 지붕에는 300여 개의 태양광전지가 해를 바라보며 빼곡하게 늘어서 있고, 한쪽 모퉁이에서는 풍력발전기가 돌아가고 있다.

풍력발전기는 초속 2미터 정도의 바람이면 어김없이 돌아간다. 전기생산량은 시간당 1킬로와트가 조금 안되지만 서울 도심에서의 풍력의 가능성을 실험하고, 일반인들에게 환경교육용으로 이용한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건물 1층에는 일반인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자료정보실과 생태교육관이 자리잡고 있다. 특히 우리 토종 물고기 30여종이 노닐고 있는 대형 수족관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들고 있다.

자료정보실에는 환경과 관련된 국내외 각종 문서자료와 영상자료가 가득 차 있고, 생태교육관에는 생태계의 흐름과 질서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시물이 들어서 있다. 또한 자료정보실 입구 에코숍에는 국내외 환경교육교재와 태양광으로 움직이는 갖가지 모형 장난감 등을 전시·판매하고 있다.

2층으로 올라가면 대형 온실이 나타난다. 자연채광을 이용하고 단열을 높이기 위해 2층과 3층의 한쪽 벽면 전체에 유리를 설치한 것이다. 유리를 이용한 자연채광과 단열은 이미 독일을 비롯해 유럽 등지에서는 일반화된 건축 기법이다.

더구나 2층 실내에는 아담한 정원까지 꾸며져 있어 우리나라 자생식물 20여종이 오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또한 3층까지 솟구쳐 자라고 있는 다섯 그루의 대나무도 이색적이다.

에너지자립형 대안모델

<환경센터>는 우선 에너지를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에너지자립형 대안모델이라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특별한 설비 없이 태양광전지에서 생산한 전기를 곧바로 실내조명과 각종 사무용 기기에 쓰고 있다.

시간당 50와트의 전기를 생산하는 태양광전지 300장이 설치되어 있는데, 날씨에 따라 다르지만 시간 당 최고 400여 대의 컴퓨터를 켤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에너지대안센터 이상훈 사무국장은 "봄철에는 황사현상 등으로 하루 평균 70∼80킬로와트를 생산하는데, 태양광이 세고 하루 일조시간이 12시간이 넘는 여름철에는 이보다 훨씬 생산량이 올라가 80%까지 에너지를 자립할 수 있다"며, "앞으로 축전설비까지 갖추면 휴일에 생산한 전력도 쓸 수 있어 자립비율은 훨씬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한다. 어떻든 계절 변수를 감안하더라도 연평균 하루 140킬로와트를 생산한다고 한다.

그린오피스 개념 도입

이처럼 자체 에너지생산 시스템과 함께 그린오피스 개념도 도입했다. 일단 전등은 모두가 절전형이다. 더군다나 2·3층은 한 쪽 전면이 유리이기 때문에 낮 시간은 전등이 거의 필요 없고, 겨울철에도 벽면의 완벽한 단열처리와 함께 온실효과 때문에 아침 2·3시간만 보일러를 돌리면 그 온기가 퇴근시간까지 간단다.

여름철에도 에어컨은 틀지 않는다. 1층부터 3층까지 공기순환통로가 뚫려있기 때문에 1층의 차가운 공기가 2층을 거쳐 3층으로 올라오고, 더워진 공기는 다시 3층 천장을 통해 바깥으로 빠져나간다.

모든 창문도 바람의 방향과 세기를 조절할 수 있게 설계되어 있다. 이것이 공기순환시스템을 이용한 자연냉방이다. 특히 2층의 실내정원은 사무실의 분위기를 한층 쾌적하게 해 준다.

이 건물은 또 물 이용의 효율도 극대화하고 있다. 모든 수도꼭지와 변기 등은 절수형 기기를 쓰고 있으며, 빗물까지도 재이용하고 있다.

환경연합 최재숙 총무팀장은 "앞으로 환경센터가 생태친화형 교육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해, 앞마당에는 250년 생 회화나무를 중심으로 자생식물과 곤충들이 노니는 도심 속의 작은 생태계(소생물권 Biotope)를 꾸밀 계획"이라고 밝혔다.

건립기금 전액이 시민모금으로

<환경센터>는 '한국환경센터건립추진위원회'와 '환경운동연합'이 5년여 동안 역점을 두고 추진해 온 민간센터이다. 현재 이곳에는 환경운동연합, 환경교육센터, 에너지대안센터, 공익환경법률센터, 시민환경연구소, 시민환경정보센터 등이 들어서 있고, 앞으로 시민들의 생태교육장이자 환경운동을 좀더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뒷받침해 줄 '환경운동의 요람'이 될 전망이다.

또 한가지, 환경센터는 환경운동사적으로도 역사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모금액수 뿐만 아니라 건립 자체가 순수한 시민참여형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환경센터는 지난 1995년 9월 환경연합 최열 사무총장이 골드만상 수상금 5500만 원을 건립기금으로 기탁하면서 본격화되었다.

이후 같은 해 11월 유한킴벌리 문국현 사장이 5천만 원을 기탁했고, 12월부터는 건물 및 토지구입을 위한 시민모금이 시작되었다. 모금운동은 전국적으로 번지기 시작해 96년 12월 모금운동을 시작한 지 불과 1년여만에 총 17억여 원이 모금되어 대지와 건물을 구입했고, 지금까지 총 24억원 가까이 모금되었다.

이 모금운동에는 총 1만 여명 이상의 개인 및 기업, 단체가 참여했고 지금도 시민들의 참여는 계속되고 있다. 시민운동사에서 가장 짧은 기간에 가장 많은 기금과 시민이 참여한 역사적인 사건으로 기록된 것이다.

당초 환경센터는 지하 2층 지상 4층 짜리 새건물을 지을 예정이었으나, 20년 정도 된 3층 짜리 기존 건물이 워낙 튼튼하고 폐자재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개축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아 지난해 10월 착공해 6개월 여만에 완공했다.

<환경센터>는 '서울시 종로구 누하동 251번지'에 자리잡고 있으며, 대지 면적 297평, 건축연면적 228평이다. (견학 문의 02)735-7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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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대 고양시의원을 지냈으며, 현재 <환경운동연합> 중앙사무처 전략홍보국장으로 일하다, <희망제작소> 뿌리센터장을 거쳐, 2010년 7월부터 경기도의원으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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