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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니티기준, 격식파괴, 편안함 그리고 와인과 건축의 아름다운 조화가 ‘파블로’의 색깔입니다. 무엇을 하더라도 특화하지 않은 경제활동은 살아남기 힘들다고 생각하고 만들어낸 색깔입니다. 처음부터 어떠한 곳에 상당한 특화가 이루어진다면 오래 지속 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대구 중구 대봉동에 위치한 ‘파블로’는 지난 1997년 4월 대구에서는 처음으로 문을 연 ‘와인전문점’이다. 이곳을 운영하는 김홍원(40) 사장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건축’이 ‘와인’과는 본질적으로 통하는 게 있다고 생각하는 별난 인물.
한잔의 와인이 식사 전 훌륭한 ‘아페타이즈’로 작용하는 것과 잘 지어진 집은 인간에게 편안한 ‘안식처’가 되기 때문에 와인과 건축은 본질이 통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실내 인테리어를 직접 구상하고 모든 걸 그의 손으로 직접 만들고 배치했다.
와인의 본 고장인 유럽의 시골 농가를 연상시키도록 만든 ‘바’와 눈에 띄는 ‘주방’, 편안하게 와인을 즐기도록 등받이를 높인 의자와 작은 벽 난로에는 그의 보이지 않는 ‘건축미학’이 숨어 있다. 결이 살아있는 나무와 묻어날 것 같은 흙, 그리고 투박하게 구워진 벽돌에선 그의 세심함이 엿보인다.
이번달로 ‘파블로’는 네 돌을 맞는다. 그동안 별다른 홍보가 없었지만 그 전문성으로 인해 파블로는 대구에선 꽤 알려진 편. 갤러리가 밀집해 있는 인근 봉산문화거리와 가구거리를 찾는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고위(?)인사들도 자주 찾는 대구의‘작은 유럽’으로 통한다.
‘파블로’에서 맛 볼 수 있는 포도주의 종류는 모두 60여 종. ‘샤토 지스쿠르’‘휘지악’‘샤토 린치’등 프랑스 산(産) 포도주 30여종과 이탈리아 산‘키안티’, 미국산‘비브이 나파벨리’, 칠레산 ‘칼리테라’등 왠만한 종류는 다 갖추어져있다. 응용미술을 전공하고 실내인테리어 업을 한 적 있는 김사장이 오랜 시간에 걸쳐 준비한 것들이다.
김사장이 ‘와인’을 사랑하기 시작한 것은 ‘이유 같지 않은 이유’에 있다. 하루 하루 지나가며 오늘의 삶에 익숙해진 그는 문득 자신의‘정체성’에 대해 의문을 던진 것.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려니 했던 ‘존재의 이유’가 그를 지독히도 괴롭혔던 것이 와인을 만나게된 이유다고 말한다.
“서른 다섯이 될 때까지 나의 ‘정체성’을 몰랐던 거죠. 나 자신에 대해 아무 것도 몰랐어요. 내가 누군지, 무엇을 하며 살아가는지 그 이유를 몰랐던 거죠. 그때 우연히 와인을 알게 되었어요. 그리곤 이것이 내가 가야할 길이란 걸 본능적으로 느꼈어요.”
그에게 와인을 알게 한 사람은 계명대 미학과 교수였던 신용득 씨. 그와 함께 처음 입에 대었던 와인이 그를 사로잡았던 것이다. 그때부터 모든 일을 접고 와인에 대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벌써 5년이 흘렀다. 그 세월도 부족해 김사장은 오는 5월 프랑스로 떠난다. 깊이 있는 ‘와인공부’와 ‘건축기행’을 하기 위해서다.
프랑스 리스 지방에 있는 유니버시티 ‘드뱅(Devin)’에서 10월 학기부터 시작되는 와인감별사과정인 소몰리에 커리큘럼에서 수학할 예정이다. 프랑스 요리 연구가인 김수미(34) 씨를 만나 프랑스 와인 ‘소몰리에’를 알게 됐기 때문이다. 감별부터 생산까지의 모든 과정을 배울 작정이다. 그리고 프랑스특유의 건축기법에 대해서도 공부할 계획이다.
와인전문점을 경영하며 만난 좋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탐닉’의 기회를 주고 싶어하는 사람. 그는 자신과 와인과 건축에 대한 ‘탐닉여행’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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