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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들에게 뭔가 본보기가 되고 싶었어요. 기능인으로서 직업에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사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언제나 자신에게 최선을 다하고 자신의 직업을 사랑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몸으로 가르치고 싶었죠.”

대구 달서구 송현동에 위치한 뉴삼일관광호텔 이용부 대표 최창환(47)씨. 그는 요즘 국제기능올림픽 지역대회에 출전할 후학을 가르치는데 여념이 없다. 지난해 최씨가 1년간 집중적인 훈련을 시켜 지방대회에 출전한 제자가 은메달에 그쳐 다소 아쉬움이 남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2급 소아마비 장애인을 국제기능올림픽 전국대회에 연속 출전시켜 은메달을 따게 하는 등 메달 불모지의 대구광역시에 3년 연속 메달을 안겨준 것은 큰 보람으로 남는다고 말한다.

1997년 국제기능올림픽 지방대회 금메달, 1998년 전국대회 은메달, 대구광역시장 표창, 대구상공회의소 회장 표창, 행정자치부장관 표창 등 각종 메달과 표창을 받은 최씨는 부상으로 받은 400만원의 상금도 이웃돕기와 후학 양성을 위한 비용으로 아낌없이 쾌척했다.

“손재주가 뛰어난 한국인이 세계무대를 휩쓸며 메달을 획득했던 대회가 바로 세계기능올림픽 아닙니까? 그런데 유독 이용부문에선 메달이 없어요. 안타까운 일이죠.”

국제기능올림픽 전국대회는 각 지방대회에서 우승한 사람들에게만 출전할 티켓이 주어진다. 52개의 기능종목을 놓고 전국 15개 시·도에서 선수들이 참가해 지방대회와 전국대회를 치른다. 세계기능올림픽에 참가하는 전초전인 만큼 대통령도 참관하는 큰 대회다.

이용부분에서 평가하는 종목은 일반 파머·아이롱 퍼머·칼라염색·자유창작·고전형의 5가지. 당시 최씨는 전국대회출전을 위해 연습용으로 사용한 마네킹은 300여 개, 1200만원 어치의 수량이라고 한다.

최씨가 이용업과 인연을 맺은 것은 이용·미용이란 개념조차 희미했던 1960년대 후반. 초등학교를 막 졸업하고 중학진학을 앞두었던 최씨는 이발하러 갔던 이용소 주인의 절묘한‘가위 놀림’에 반해 그 길로 이용사의 길에 들어섰다고 한다.

“머리감기 5년, 단순 커트 2년, 면도 등 기초 이용기술을 배우는데 3년이 걸렸죠. 당시엔 이용사가 되려면 10년 세월을 보내야 제대로 한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어요. 고생해야 배울 수 있는 기술인 만큼 그땐 인기도 좋았죠.”

경북성주가 고향인 최씨는 동네의 작은 이용소에서 일을 시작했다. 일이랄 것도 없다고 생각했던 면도날 갈기, 면도거품내기, 머리감기 등을 막상 해 보니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시작한 일이 벌써 30년이나 되었다. 삼일호텔 승격 이전부터 한곳에서만 20년 째 근무. 그러다 보니 배우러 오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 학원에서 자격증을 땄다고 하지만 실무는 이용소에서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 사장은 1992년 이·미용 직업전문학교 최고경영자과정에 1기생으로 입학했다. 이·미용에 관한 이론을 정립하기 위해서였다. 이때 최 사장은 모발과 이발 등에 관한 체계적인 이론정립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한다. 최씨는 세계기능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날까지 열심히 후학을 가르치며, 이용기술을‘종합예술’로 승화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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