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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적십자병원에 대한 위탁경영 논란이 적십자사의 위탁경영 철회 약속 등으로 일단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독립채산제'를 개선하는 등 본질적인 경영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적십자병원 위탁경영은 공공의료 포기행위'

지난 11일 대구경실련, 우리복지시민연합 등 대구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취약한 공공의료체계 속에서 전체 병원의 10%에 불과한 공공병원 중 하나인 대구적십자병원을 '경영적자'라는 이유만으로 위탁경영 시키려는 대한적십자사와 대구지사의 시도는 적십자사의 설립정신에도 위배되며 시민성금으로 운영되는 적십자사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를 저버린 무책임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또 시민단체는 "대한적십자사와 대구지사가 대구적십자병원이 지역의 공공병원으로서 재역할을 충실히 담당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적극적으로 제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사신축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성명서 발표는 그 동안 누적적자 33억원에 달하는 대구적십자병원의 위기에 대해 적극적인 경영개선보다는 위탁경영으로 재정적자를 무마하려는 소극적인 적십자사의 태도에 대해 제동을 건 것이다.

결국 성명서 발표 후 당시 대한적십자사 대구지사(이하 대구지사)는 ▲위탁경영 철회 ▲병원 경영정상화까지 대구지사신축 유보 등을 시민단체 대표들에게 약속하며 한발 물러선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대구적십자병원노조 등 시민단체들은 대구지사가 지금까지 보였던 책임회피의 모습을 이유로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이상 대구적십자병원의 경영정상화는 어렵다는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노조 - 시민단체 "위탁경영은 이미 99년부터 추진중"

병원노조와 시민단체들이 대구지사에 대해 가지는 '불신의 골'은 지난 99년 대구지사가 계획한 <대구적십자병원 경영개선안>에 근거를 두고 있다. 전국의료산업노조 대구적십자병원지부 양내석 부지부장은 "지금까지 논란을 빚었던 위탁경영안은 이미 대구지사가 독단적으로 마련한 경영개선안에 따른 것"이라면서 "대구지사가 적십자병원 문제를 직장폐쇄와 위탁경영 등으로 몰고 가기 위한 수순을 밟아왔다"고 주장했다.

대구지사 쪽의 <99년 경영개선안>은 작년에야 우연한 기회에 노조쪽에 알려지게 됐고 당시 병원이나 노조와는 아무런 협의 없이 독단적으로 대구지사에서 마련했다는 것이 문제가 됐다. 병원노조에서 주장하는 99년 9월경 마련된 이 경영개선안에 따르면 2001년 2월부터 1차 경영평가 후 직장폐쇄, 2차 위탁경영, 3차 사업전환 등으로 이어지는 위탁경영안이 면밀히 계획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대구적십자병원이 적자 경영에 허덕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구지사가 신사옥을 마련하기 위해 토지를 매입하면서 각종 문제가 드러나자 그 불신은 더욱 깊어지게 됐다.

ⓒ이승욱
경영난 해결보다는 사옥 신축에 열 올린다?

대구지사는 99년 5월 18일 대구지사 및 대구경북혈액원 사옥 신축부지로 토지를 매입하고서도 해당 관청인 보건복지부의 인가를 받지 않았다. 결국 이러한 사실이 문제가 되자 지난해 3월엔 다시 '적십자센터' 건립을 목적으로 토지를 추가 매입해 결국 2중으로 토지를 매입하는 재정손실을 빚은 것이 대한적십자사의 자체감사에서 밝혀졌다.

또 부지매입 과정에서도 공시지가 7억 2335만원, 감정가 9억5737만원 선인데도 불구하고 실제로 9억 7500만원으로 매입해 예산낭비를 초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결국 대구지사가 신축사옥을 짓기 위해 매입을 서두른 나머지 면밀한 검토 없이 사업을 추진한 결과로 문제가 발생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병원지부 한 관계자는 "대구지사가 신사옥 건립이나 센터 신축 등에 대한 병원과 혈액원 사이에 아무런 협의도 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이러한 성급한 신사옥 건립 추진 등의 배경엔 "시내 중심가에 자리잡은 병원부지를 매매해 이득을 남기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물론 병원 쪽도 현재 대구지사가 사용하는 건물이 낡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신사옥 건립에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대구적십자병원에도 유휴공간이 남아있어 30명 가량이 근무하는 대구지사의 공간으로 굳이 신사옥을 건립할 필요성은 없다면서 신사옥 건립에만 열을 올리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반응이다.

결국 대구지사 건립과정의 문제로 지난 2일 김아무개 지사회장이 조기 사퇴를 하고 11일에는 병원의 경영정상화까지 신사옥 및 센터 건립을 유보를 시민단체 대표들과 약속하는 것으로 일단락 되는 것으로 보였다.

'독립채산제' 개선해 실질적인 재정지원 이루어져야...

하지만 이 시점에서 대구적십자병원의 운영과 관련해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시민단체들은 대한적십자사와 대구지사가 공공기관으로서 책임성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우리복지시민연합 은재식 사무국장은 "의료보험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는 저소득층을 위해서 운영되는 적십자병원이 단순히 재정적자를 이유로 적십자에서 민간 위탁되는 것은 적십자사의 운영이념에도 맞지 않는다"면서 "적십자회비로 운영되는 적십자사가 공공기관으로서 병원운영을 책임지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자체 회계법상 독립채산제로 운영되고 있는 대구적십자병원이 적십자사로부터 재정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고쳐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병원 쪽은 적십자병원을 찾는 환자들 중 90% 이상이 의료보호 환자, 행여 환자, 독거노인 장애인 등인 소외계층이기 때문에 재정지원 없이 현재 의료보호환자에 대한 의료비 청구가 7개월 이상 소요되는 현재의 의료체계로는 병원의 적자운영은 불을 보듯 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병원노조 양내석 부지부장은 "대구지사의 경영평가에서 주장하는 누적적자 33억원에는 지금까지 재정지원이 일체 없이 이루어진 대구지사의 차입금과 의료비 미수령금 등이 포함된 액수"라고 주장하고 "독립채산제를 고치고 재정지원이 이루어진다면 적십자병원의 적자운영은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적십자 회비의 수령이 어려운 현실은 적십자 회비의 사용이 시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라면서 "적십자 회비가 시민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기 위해서도 적십자 회비의 병원 지원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대구적십자병원 노사는 지난해 10월 노사간 합의를 통해 새로운 경영개선안으로 ▲병원시설의 리모델링 ▲실력있는 의료진 수급 ▲적십자사의 장기적인 병원지원 확충 등을 내놓았고 '독립채산제'의 개선을 위해 전국적인 적십자병원 노조와의 연대투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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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오마이뉴스(dg.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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